“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손과 발이 되겠습니다”

17년 경력의 보조기 제작 전문가
상담부터 제작까지 알아서 척척
정성스런 보살핌이 성공의 비결

“장애인에게 의료보조기는 부분을 채워주는 기구가 아니라 신체의 일부로 부족한 기능을 대신해주는 필수품입니다. 없어서는 안될 정말 중요한 기구죠. 그런데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제 기능을 가진 보조기를 마련하지 못하는 장애인을 보면 정말 안타깝죠.”


부천역 사거리를 목전에 둔 심곡2동 도로 옆에서 10년째 대한의수족보조기제작소를 운영하는 김정수(35) 대표는 장애인에게 보조기는 어떤 의미냐는 질문에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17년째 이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그는 20대 초반에 창업해 올해 10년을 맞았다. 대한의수족보조기제작소는 넓이 20여 평정도 되는 어떻게 보면 작은 공간이기도 하지만 이곳은 한 해 2백여 명이 넘는 장애인들에게 신체 기능을 대신하는 기구를 만들어주는 아주 특별한 곳이다.


김 대표가 장애인 보조기에 관심을 가진 것은 우연이었다.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조차 제대로 정립되지 않았던 1990년대 초반, 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진로문제로 고민하다 한 업체에 입사했는데 그 곳은 장애인 보조기를 생산하는 제작업체이었다. 신체 모양을 한 의수족이며 기구들이 생소했지만 이 기술을 배우는 것이 자신의 적성에 꼭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친구들이나 주위 사람들은 이런 분야에 관심조차 갖지 않던 시절이었다.


무조건 이 기술이 좋았던 김 대표는 거의 도제식으로 진행되는 제작기술을 하나하나 배우며, 자신의 힘으로 제품을 생산해 낼 때 가장 기뻤다고 한다. 특히 지금도 그렇지만 자신의 신체 모습 때문에 실의에 빠져있던 지체장애인이 자신이 만든 보조기를 착용하고 흡족해 할 때 이 일을 선택한 보람과 긍지를 느낀다고 김 대표는 힘주어 말한다.


이렇게 7년 가까이 기술을 배우던 김 대표는 1999년 창업하고 비로소 자신만의 노하우를 가진 보조기를 만들게 되었다. 하지만 제품을 만드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는 한 시간도 편안하게 앉아있는 때가 없다. 보조기를 필요로 하는 사람으로부터 전화를 받자마자 그는 바쁘게 움직인다. 대부분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이다 보니 사무실에 앉아 고객을 기다리는 것은 그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물론 가끔은 보호자를 동반한 장애인이 방문하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그가 직접 찾아나서는 것이 태반이다. 집이든 병원이든 그는 고객을 찾아 무엇이, 어떤 기능이 필요한 보조기를 제작해야 할지에 대해 자세한 상담을 진행한다.


그리고 대략의 제품이 만들어지면 또다시 고객과 만나 착용해보고 ‘가봉’하는 시간을 갖는다. 그리고 마침내 완제품을 들고 고객을 찾아 몸에 착용해보는 순서를 갖는다. 그러나 이것이 마지막이 아니다. 가끔은 연락해서 제품에 이상은 없는지, 불편하진 않은지를 챙기고 사용연한 내내 애프터서비스를 책임진다. 그래서 그와 고객의 만남에 마지막이란 아예 없다.


아니 “한 번 고객은 영원한 고객”이란 말은 그를 두고 한 말 같다. 이런 자상한 보살핌이 그의 작은 사업체를 10년간 건재하게 했고, 이제 또 다른 10년을 위한 출발점에 서있게 한 비결 아닌 비결이기도 하다. 대한의수족보조기제작소에서 취급하는 품목은 보조기, 보청기, 휠체어, 가정용 의료기 등 의료용품에서 장애인 보조기 전체로 가지 수를 헤아릴 수 없다.

요즘은 특히 교통사고나 중풍  등 노인성 질환자가 많아지면서 자연 제품도 이 분야의 수요가 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질환자가 아니어도 요즘 노인인구가 많아지고 여러 가지 환경장애로 보청기나 시력 저하에 따른 관련 제품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김 대표는 보조기구를 선택할 때의 조건으로 비싼 것이 무조건 다 좋은 것은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의 어떤 기능을 채워줄 것인가, 사용 시 불편은 없는지, 휴대는 간단한지, 나의 신체와 잘 조화가 되는지 등을 꼼꼼하게 따져서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 대표는 마지막으로 전시실과 쉼터가 딸린 사업장을 만들어 누구든 쉬었다 갈 수 있고, 여러 가지 어려운 환경에 처한 장애인에게 자신이 조그만 그늘이 되어주는 것이 앞으로의 희망이라고 한다. 대한의수족보조기제작소에서는 언제나 보조기 만이 아니라 ‘희망’의 꿈이 함께 만들어지기를 기대해본다.

대한의수족보조기제작소
전화 032)655-8271
팩스 032)611-3553
핸드폰 011)891-8271

부천시민신문 나정숙 기자/
경기복지신문 제휴사

[미니인터뷰 - 김정수 대표]

저렴한 가격, 좋은 품질 제공에 앞장

 

-장애인 보조기구 제작기술을 배우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우연히 이것에 관심을 갖게 돼 기술을 배우기로 마음 먹었다. 다행스럽게도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내 적성에 딱 맞았다. 당시는 대학에도 전공학과가 설치돼 있지 않아 장애인 보조장구 기술을 배우기란 쉽지 않았다. 할 수 없이 개인으로 운영하는 업체의 조수로 들어가 기술을 배우기 시작했다. 처음 잡아보는 도구에 손을 찔리고 베이고, 수없이 많은 고통이 있었지만 그 일을 선택한 것에 만족했다.


-경영철학을 말해달라.
=별다른 것은 없다. 늘 고객에게 친절하게 “한 번 고객은 영원한 고객”이라는 신조로 일한다. 전화 한 통만 주시면 어디든 달려가 상담부터 제작, 애프터서비스까지 제품을 사용하는 동안 모든 책임을 진다는 것이 경영마인드이다.


-기억에 남는 고객이 있다면?
=1급 장애인이나 기초생활수급자 장애인인 경우는 국가의 지원사업으로 개인 부담없이 보조기를 마련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내용이 홍보가 안돼 자신이 수혜자인지조차 모르고 있다가 언젠가 우연히 알고 찾아와 보조기를 마련했던 장애인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불의의 사고로 다리를 잃고 경제적 어려움으로 보조기를 마련하지 못해 방안에만 있다가 보조기를 맞추게 되었다는 사연이었다.


-보조장구 정책에 대한 의견은?
=현재는 국산제품에만 지원을 하고 있는데 종류에 따라 외국제품에도 지원이 따랐으면 한다. 국산보다 조금 비싸기는 하지만 국내 기술이 아직 따라가지 못해 품질면에서 월등하다면 사용자에게는 더 큰 만족을 줄 것이다. 기왕에 지원을 하는 만큼 조금만 더 지원의 폭을 을 늘렸으면 한다.

또 제품을 공급하고 고객과 함께 관할 기관에 가서 신고를 해야 하는데 반드시 당사자인 장애인이 동행하도록 돼 있다. 이때 중증 장애인인 경우는 매우 힘들어 한다. 어차피 보장구는 당사자 아니면 사용이 불가능한만큼 업체 관계자나 대리인 신고로 대신하면 좋겠다.

 
-다른 업체와 차별점은?
=가급적이면 저렴한 가격으로 좋은 품질의 제품을 공급하려는 것이 경영마인드이다. 그래서 의족을 하시는 분에게는 독일제로 제작한다. 물론 비용은 추가하지 않는다. 또 지난해부터 휠체어와 의족을 한꺼번에 맞추는 분에게는 쌀 1포대(20kg)를 드리고 있다. 이 분야에서 일하다보니 경제적으로 어려운 장애인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지원해드리고 싶어 시작하게 되었다.

 
-이 분야에 관심을 갖는 후배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젊은 세대 취업난이 사상 최고라고 하지만 이 분야의 지원자는 점점 줄고 있다. 심지어 협회에 나가면 내가 제일 어린 사람 측에 들 정도다. 편안하고 돈을 많이 받는 일도 좋겠지만 남이 안하는 일을 찾는 것도 틈새시장이 아닐까 한다. 지금은 대학에 전공학과도 설치돼 있어 학문적으로도 얼마든지 성장할 수 있고, IT기술과 접목해 놀라울 정도의 기술혁신을 꾀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보장구 제작기술 수준은 아직 다른 나라에 비해 높지 않다. 젊은 세대가 이런 분야에 뛰어든다면 반드시 큰 보람을 찾을 것이다.


-앞으로 계획은?
=사업장을 넓혀 보장구 전시관과 장애인 쉼터가 함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다. 많이 늘어나긴 했지만 아직도 장애인들에겐 외출이 쉽지 않고, 편안하게 차 한 잔 마시며 담소 나눌 공간도 많지 않다. 교통사고와 같은 사고의 위험과 나이 들어 노인이 되면 누구나 장애인이 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때문에 내 신체의 일부를 대신하는 보장구 또는 보조기구들은 우리와 무관하지 않다.

정리 = 나정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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