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딛고 희망을 ‘조립’해요

지적장애인들, 친환경 카트리지 생산
임금·정년 보장, 취업 경쟁률 높아

작업장에서 왁자지껄 수다 소리가 들린다. 완성된 제품을 비닐 포장하는 손길이 바쁘다. 2인 1조로  빠르진 않지만 차분하고 능숙한 손놀림으로 작업을 진행하는 이들의 얼굴엔 웃음꽃이 가득하다. 또 다른 작업장. 토너 부품을 닦고 조립하는 근로자들 사이에 농담이 오고 간다. “그렇게 하면 속도가 느리잖아. 이걸 먼저 닦아야지. 넌 어떻게 나보다 더 못하냐.” 한 근로자는 담당 지도사에게 박스 접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실수를 하고 야단을 맞기도 하지만 이내 완성된 형태를 보고 만족해하는 모습이다.


가나안근로복지관은 기독교대한감리회 가나한복지교회가 지적장애인들의 근로 기회를 보장하고 직업 재활을 통해 자립 생활을 마련해주기 위해 세운 시설이다. 1995년 2월에 설립돼 장애인 수익사업을 시작한 뒤 2003년 8월부터 재활용 토너카트리지 제품을 만들고 있다. 현재는 42명의 장애인들이 매월 5천여 개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 친환경 제품박람회에 마련된 레인보우테크 판매 부스

 ‘레인보우테크’라고 불리는 이 제품들은 한국소비자원의 제품 테스트를 통과한 엄선된 자재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만들어진다. 또한 이곳의 생산품은 공공기관과 기업체에 납품되는 제품들은 모두 장애인 생산품 인증을 거쳐 우선구매제도의 혜택을 받고 있다.  홍성아 사회복지사는 “복지관에서 만든 레이저 프린터용 재제조 토너 카트리지는 경기도장애인직업재활시설협회의 친환경인증을 받아 우수한 품질로 인정받았다”고 말했다.  


복지관에서는 생산품 판매로 얻은 수익금을 전액 적립하고 근로 장애인들의 최저임금을 지급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 요즘은 경기 불황으로 하청 물량이 줄었지만 이와 상관없이 임금 지불이 밀린 적은 한 번도 없다. 품질도 인정받아 일본으로 수출하는 등 생산 제품들은 전량 소모되고 있다.


일반 기업체나 기관에서 취업 기회를 얻기 힘든 장애인들은 복지관에서 일하며 직업 훈련과 사회적응에 필요한 교육을 받는다. 주5일 근무에 최저임금이 보장되는 등 일반 근로자와 동등한 대우를 받으며 재활 프로그램에도 참여할 수 있어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하다. 때문에 한 번 복지관에 들어온 근로 장애인들은 정년퇴적 전에 일을 그만두는 경우가 드물고, 신규 인력 채용 시에는 경쟁률이 치열하다. 


홍성아 복지사는 “채용이 드물기도 하지만 한 번 사람을 뽑게 되면 면접 준비까지 치밀하게 계획한 장애인들이 찾아온다”며 “하지만 숙련된 기술이 요구되기에 그러한 역량을 갖춘 인력을 고르고 고른다”고 설명했다.


복지관에 입사한 근로자 장애인들은 담당 지도사의 도움으로 제품 제작 과정을 배운다. 토너의 기종을 외우고 세척하는 것부터 조립하는 일까지 일정 기간의 숙련이 필요하다. 장애인 근로자들의 생산 능력이 한계가 있기 때문에 작업장에서는 정해진 생산량을 목표로 분업화되어 있다. 공동 작업에 적응하는 일과 기술을 익히는 데 어려움을 느끼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지적장애인들은 작업에 만족하며 생활에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말한다.


카트리지의 조립 작업을 맡고 있는 서선용 씨는 “처음에는 아무 것도 몰랐지만, 나사를 조이고 제품을 세척하면서 잘못된 점을 고치고 기술을 배우고 있다”며 “하다 보니까 큰 어려움을 느끼지 못한다. 더 열심히 해서 잘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장애인은 “복지관에서 일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고 월급날 돈도 타게 돼 기쁘다”며 “더 열심히 일해 작은 실수 하나도 줄이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복지관은 이러한 직업재활사업 외에도 캠프나 문화 활동 등의 사회재활프로그램과 각종 교육 및 의료재활사업을 벌이고 있다. 특히 지난 2004년부터 시작된 정보화 교육은 강사의 밀착지도로 인터넷 사용 등 장애인이 컴퓨터를 올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 복지관에 최근 신설한 정보화교육장

정보화 교육을 받은 한 근로 장애인은 “컴퓨터로 타자랑 계산하는 일이 재미있고, 많은 지식과 정보를 얻을 수 있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홍성아 복지사는 “정보화 추세에 따라 최근 장애인의 인터넷 접근 환경을 보다 쉽게 하기 위해 교실을 따로 만들고 기능별 교육 과정을 마련했다”며 “작업 외에도 정보화교육과 현장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체험하고 배우는 일이 장애인들에게는 또 다른 즐거움”이라고 전했다.


오혜교 기자

▲ 근로자들이 작업장에서 토너카트리지 부속품을 닦고 있다.
▲ 보드 작업물을 포장하고 있는 근로자들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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