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인에 맞춤형 서비스 제공해와

주택가에 위치해 병원이용 등 용이
소규모 그룹홈 통한 독립생활 지향


시설의 대형화 경계해야
▲임득선  이사장

조용한 주택가 한편에 자리 잡은 안산 평화의집(이사장 임득선). 대부분의 장애인생활시설이 도심과 멀리 떨어진 외곽지역에 위치한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50여 명의 지적장애인이 생활하고 있는 안산 평화의 집은 지난 2003년 창립 20주년을 맞았지만 오랜 역사에 비해 규모가 크지 않은 것도 다른 장애인생활시설과 다른 점이었다.
임득선 이사장은 “장애인생활시설이 지역사회에 동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은데 나름대로 장단점이 있다”며 “도시와 먼 곳은 맑은 공기, 넓은 공간 등 자연환경이 좋지만 병원 등 의료기관을 이용하기가 힘들고, 무엇보다 주변 지역사회와 격리되어 있다는 단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적장애인의 경우 점차 나이가 들어가면서 간질 등의 질환이 자주 나타나는데 응급처치가 생명과 직결될 수 있는 만큼 의료기관 이용을 위해서라도 도시에 위치해야 한다고 임 이사장은 강조했다.
평화의 집이 안산에 둥지를 트게 된 것은 지난 2002년으로 그전까지는 수차례 이사를 해야 했다.
1983년 서울 대방동을 시작으로 노량진, 성남, 대전, 안양, 청계천 등을 전전하며 장애인들과 함께 이사를 다녔다.
그리고 지난 2001년 평화재단법인을 설립, 2002년 안산평화의 집을 개원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안산 평화의 집에는 치과진료 시설이 있어 한 달에 두 차례씩 안산시치과의사협회에서 진료를 나오고 있다. 평화의 집 장애인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 주민들도 간단한 치과진료를 무료로 받을 수 있어 자주 찾는다고 한다.

장애인분야에 다양한 일 펼쳐와
3살 때 소아마비로 인해 장애인이 된 임 이사장이 처음부터 장애인 분야의 일을 한 것은 아니다.
임 이사장은 장애인과 전혀 상관없는 분야의 일을 했지만 장애인당사자로서 장애인 분야의 일을 할 수 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1980년 대 초반 우리나라의 장애인복지는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한 상황이었고, 당시 시급한 것은 장애인의 재활이었다.
장애인들은 재활원에서 시계수리, 금은세공 등의 기술을 배웠지만 배우자가 없어 결혼을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당시 KBS라디오 방송의 ‘내일은 푸른 하늘’ 가족모임에서 상담부장을 맡고 있던 임 이사장은 우리나라 최초로 합동 장애인맞선 대회를 개최했고, 이를 통해 150상이 참여해 30쌍이 결혼하는 성과를 올렸다.
장애인의 재활과 더불어 장애인이 함께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임 이사장은 대방동에서 5명의 장애인과 함께 살면서 인형을 만들면 수출하기 시작했다.
방송에도 나오는 등 점점 알려지면서 식구가 늘어나게 되었고 이후 이사를 많이 다니게 되었다고 임 이사장은 지난 일들을 이야기 했다.
임 이사장은 장애인들 가운데 ‘나는 할 수 없다’는 의식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많은 것을 보고 그 생각을 바꿔주기 위해 휠체어 국토종단을 국내 최초로 시도했다.
제주도에서 서울로 오는 기나긴 여정이었지만 결국 성공해 냈고, 행사를 처음 시작한 1985년부터 1987년 까지 3회가 개최될 정도로 많은 호응을 얻었다.
그리고 1988년 장애인 3명이 대한해협을 헤엄쳐서 건너는 행사를 계획해 성공하는 등 임 이사장은 남들은 생각지도 않는 일들을 계획해 장애인들도 할 수 있다는 의지를 보여주었다.
임 이사장은 “대한해협을 건넌 일은 일본에서도 대대적으로 보도가 되었을 정도로 굉장했다”며 “일본에서도 몇 차례 시도했으나 실패한 일을 우리가 해내어 국위선양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자랑스러워했다.

시설의 대형화 경계해야
임 이사장은 본인 스스로도 시설을 운영하고 있지만 시설의 대형화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시설이 커지면 수용소가 되기 때문에 장애인 복지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고 탈 시설화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소규모 그룹홈을 만들어 장애인들이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
임 이사장은 장애인분야의 공로를 인정받아 국민훈장, 경기도장애인극복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시설의 대물림에 대해서도 임 이사장은 “사회복지만큼은 깨끗해야 한다”며 “유능한 사람에게 기회를 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혜진 기자

 


▲평화의 집 전경(왼쪽)과 옥상에 마련된 하늘 정원(오른쪽)의 모습. 주변 주택가의 모습이 편안한 느낌을 준다.


▲설을 맞이하여 평화의 집을 방문한 김문수 경기도지사 부인 설난영 여사(오른쪽)와 박주원 안산시장 부인 이원영 여사(왼쪽)가 임득선 이사장(가운데)과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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