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지자체 최초 부천서 장애등급결정처분취소소송 승소
장애등급 결정체계 개선해 장애인인권센터 역할 제고해야

중증 장애인의 장애등급을 하향 조정한 지자체의 결정이 잘못됐다는 법원판결이 나와 장애등급 결정 체계 전반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다시 나오고 있다.
부천시에 거주하는 김모씨는 뇌졸중으로 인해 보행과 일상생활 수행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어 2003년 1월경 뇌병변장애 2급으로 등록됐다. 그러나 부천시는 2009년 12월 29일 국민연금공단의 장애(재)심사를 거쳐 김 씨의 장애등급을 뇌병변장애 4급으로 하향조정했다. 이에 불복한 김 씨는 2011년 4월 29일 등급 상향조정을 위해 부천시에 재판정을 의뢰했으나 2011년 6월 8일 부천시는 국민연금공단의 자문을 거쳐 김 씨에게 장애등급 변경 없이 4급으로 통보했다. 김 씨가 2011년 7월 29일 다시 이의신청을 한 것도 통하지 않았다.
부천시는 2011년 9월 6일 국민연금공단의 자문을 거쳐 심사한 후 2011년 9월 8일 제출된 자료에 의해 김 씨가 지팡이를 짚은 채 독립보행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이 자료에 의하면 김 씨는 2002년 7월 뇌출혈로 인한 우측 편마비 발생 이후, 2009년 10월 지팡이를 짚고 독립보행이 가능한 상태로 호전됐으며 일상생활동작 수행능력을 평가한 FIM점수는 105점, 수정바델지수도 식사, 화장실 이용, 옷 입고 벗기, 이동, 보행 등이 독립적으로 가능하고 계단 오르내리기도 중간정도 도움 하에 가능한 89점으로 평가했다.
특히 MRI 등 뇌영상도 뇌의 기질적인 병변정도를 고려할 때 뇌병변장애 등급의 상향조정이 불가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김 씨의 상태는 타인의 도움 없이는 생활이 불가능한 뇌병변장애 1급에 해당하는 상태에 있었고, 김 씨가 발급받은 다니엘종합병원 및 순천향대학병원의 각 장애진단서에 나타난 수정바델지수도 충분히 장애 1급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부당한 장애등급 하향 결정에 따라 장애 연금 및 활동보조서비스 지원 등에서 엄청난 불이익을 받게 된 김 씨는 결국 행정심판을 거쳐 2012년 5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김 씨가 타인의 도움이 없이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다는 사실 및 2개 종합병원의 장애진단서에 따라 부천시의 장애등급 하향 결정은 위법하다며 원고 승소판결했다. 부천시는 이 판결에 대해 200만원의 소송비용을 부담하고 항소하지 않아, 김 씨는 뇌병변장애 2급을 다시 받을 것으로 보인다.

부천시지체장애인협회 최강식 회장은 “지체장애협회의 회원으로써 전국 최초로 지자체의 장애등급결정처분 취소소송에서 승소해 기쁘다”며 “그러나 다른 많은 협회원들은 법의 테두리에 접근하는 것을 두려워해 자신의 장애등급이 하향되었음에도 방법을 몰라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하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다”고 토로했다.

부천시국민연금공단 이동훈 장애인지원센터장은 “국민연금공단은 부천시의 수탁을 받아서 장애심사를 해주는 용병인 셈이다”며 “심사를 할 때 실사를 요구하는데 현재로서는 인력도 부족할뿐더러, 실제로 실사를 나가서 장애인의 한 단면만 보고 처리를 하기에는 자료가 너무 부족해 6개월 전부터 진료기록지를 자세히 분석해 판단을 내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애등급 결정에 있어 부천시장애인인권센터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책적인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최강식 회장은 “각 시·군별 장애인 차별금지 및 인권보장에 관한 조례 제정에 호응하기 위해 지난해 4월 경기도 최초로 부천시지체장애인협회 내에 ‘부천시 장애인 인권센터’가 개소되었지만 정작 조례에 장애인 인권센터 설립 및 예산지원에 관한 사항은 빠져있다”며 “현재 부천시지체장애인협회 자체 예산으로 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장애인들이 법률, 노무, 세무, 의료, 행정부문에서 실질적인 복지서비스를 제공받기 위해서는 부천시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오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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