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ITS학회, ‘교통약자 교통서비스 개선 위한 정책세미나’
버스정류장 시스템 개선, 장애인 주차공간 단속강화 한목소리

 

 

장애인의 상당수가 대중교통 등 편의시설 부족으로 집 밖 활동이 불편하다고 느끼고 있으나 우리나라의 저상버스 보급률은 아직 전체 버스의 1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내용은 (사)한국ITS(Intelligent Transport Systems, 지능형 교통체계)학회가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의 후원으로 지난 8일 오후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개최한 ‘교통약자 교통서비스 개선을 위한 정책 세미나’에서 드러났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홍현근 한국지체장애인협회 편의증진국장이 ‘교통약자를 위한 버스탑승 서비스’, 서인환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사무총장이 ‘장애인 주차구역 불법주차 관리 시스템’에 대해 각각 주제 발표했다.
한국ITS학회는 교통, 통신, 제어, 자동차 등 여러 분야의 기술을 융합해 국민의 교통안전과 편의를 증진시키기 위해 설립된 학술단체로 ‘교통약자서비스 위원회’가 구성돼 장애인, 노약자, 임산부 등의 교통편의 증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교통약자 위한 첨단시스템 구축 필요하다
홍현근 국장의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장애인의 40.7%는 아직도 ‘집 밖 활동이 불편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이 중 매우 불편하다는 응답은 14.6%로 특히 뇌병변, 지적, 자폐성, 호흡기 장애의 경우 불편하다는 응답이 많았다.
집 밖 활동이 불편한 이유로는 ‘장애인 관련 편의시설 부족’이 54.9%로 가장 많았고 ‘외출시 동반자가 없어서’가 31.9%, ‘주위 사람들의 시선’이 11.1% 순이었다.
그러나 장애인의 교통편의 증진을 위해 정부가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저상버스는 전국의 버스 3만2552대 중 3899대에 불과해 보급률이 아직도 1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급률이 가장 높은 곳은 서울로 22.1%였으나 가장 낮은 곳은 경북으로 겨우 2%에 불과했다. 경기도는 8.7%를 기록했다.
국토해양부가 저상버스 1차 증진계획(‘07~‘11)에서 수립한 도입목표 9130대의 약 40%에 불과한 이러한 수치는 2008년에 한국형 저상버스를 개발하고 대량생산체계를 갖춘다는 계획이었으나 국산화가 이뤄지지 않아 실패했다. 이 밖에 지자체의 재정여건 악화, 지자체장의 의지 부족, 운수업체의 도입 기피 등도 저상버스 보급률 저하에 한 몫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저상버스 제2차 증진계획은 재정 및 지역여건을 고려해 목표치를 차등화했다. 2016년까지 서울은 55%, 광역시 및 경기도는 40%를 확보해 전국 보급률 41.5%를 달성한다는 것이다.
교통약자가 대중버스를 이용하는데 불편한 사항은 저상버스 보급률 저하 외에도 수 없이 많았다. ▲정확한 위치를 파악할 수 없는 버스의 정차행태 ▲버스 승강장의 무질서한 구조와 배치로 인한 접근성 저하 ▲여러 대가 한 번에 도착해 탑승하고자 하는 버스를 찾을 수 없는 구조 ▲BIS 시스템의 설치 부족과 잦은 고장 등이 대표적인 불편사항으로 지적됐다.
이에 대해 홍현근 국장은 “다른 장애유형보다 시각장애인의 버스이용률이 가장 낮게 나타났는데 이는 점자와 음성안내정보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버스의 정차위치가 부정확하기 때문”이라며 “저상버스와 버스음성안내기, 승차대기 신호발생기, 휴대용 리모콘 등 교통약자의 대중교통 편의증진을 위한 다양한 시스템이 하루 빨리 구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애인 주차공간 단속도 첨단시스템 활용해야
아무나 편리하게(?) 이용하는 장애인전용 주차구역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장애인 보행편의를 위해 설치된 장애인전용 주차공간이 건물주인이나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의 편의를 위해 무분별하게 이용되고 있다는 것.
공공시설의 장애인전용 주차공간만 봐도 비장애인들의 불법을 쉽게 확인할 수 있으나 공무원의 단속의지 부족으로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장애인전용 주차공간은 역차별이라거나 단속될 경우 무조건 화부터 내는 비장애인들의 인식부족도 문제로 지적됐다.
장애인전용 주차공간 단속 전담 인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도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점 가운다 하나다. 주차장에 다른 단속업무가 있어 병행해 업무를 맡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단속실적을 내기도 쉽지 않기 때문.
이를 두고 장애인단체에서는 장애인을 고용해 단속권을 주면 장애인 일자리도 확보하고 단속 효과도 높일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공간설치는 의무지만 단속 인원 배치나 단속 의무는 없는 것이 문제인 만큼 장애인을 단속인력으로 고용하면 일거양득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서인환 사무총장은 RFID주차단속 시스템 혹은 자동감지장치, 감지센서를 이용한 방식과 같은 첨단 기술을 활용해 장애인전용 주차공간을 확보할 것을 제안했다. RFID방식은 장애인 차량에 RFID 태그를 부착하고 장애인 주차구역에 이 태그를 인식하는 장치를 설치해 단속하는 것이다.
자동감지장치는 CCTV가 자동차 번호를 인식해 장애인 차량 여부를 판별하는 것으로 인천시가 2010년에 7억원을 들여 설치한 바 있다. 그러나 인천시에 등록된 장애인 차량이 아니면 단속될 수 있고 구축비용이 과다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서 총장은 “장애인복지카드나 하이패스 단말기를 인식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면 비용이 저렴한 주차단속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며 “일반 건물주에게 구축 비용을 강제할 수 없으나 장애인 주차공간 단속을 철저히 해 나가면 여기서 나오는 과태료로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혜택이냐, 차별이냐... 복지가 우선이다”
주제발표 이후 토론에서는 조형래 한국해양대학교 교수, 박상우 한국교통연구원 교통복지연구실연구원, 손명선 국토해양부 교통안전복지과 과장, 황인식 서울시 장애인복지정책과 과장, 오선 주차시민연대 대표, 한치영 (주)휴먼케어 대표가 지정토론자로 나서 활발한 논의를 이어갔다.
조형래 교수는 “미국에선 버스가 바로 정위치에 정차하고 교통약자가 버스에 타는 시간이 오래 걸려도 불평하는 승객이 없다”며 “우리가 상상하는 대부분의 교통약자 편의증진 시스템이 우리의 IT기술로 구현이 가능한 만큼 이제는 정책당국의 서비스 구현의지와 국민의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상우 연구원은 “2008년에 교통약자 편의증진을 위한 시스템 구현을 위해 다양한 연구를 한 적이 있으나 이것이 혜택이냐 차별이냐를 두고 결론을 내지 못했다”며 “기존 버스정류장 외에 교통약자를 위한 정류장을 따로 설치하거나 교통약자 승차구간을 별도로 설치하면 편의를 높일 수 있으나 또 다른 차별이 될 수 있어 조심스럽다”고 밝혔다.
황인식 과장은 “현재 장애인 주차공간 단속권한이 장애인복지정책과에 있으나 단속인력도 없고 여건도 안된다”며 “일반건물에서 구청에 신고를 해도 주말에는 차가 밀려 현장에 도착하지도 못하는 만큼 아예 단속권한을 사업주에게 위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별도의 시스템 구현에 대해서는 “예산이 많이 수반되는, 특별한 무엇을 버스나 어느 곳에 설치하는 것은 관련 부서나 운수회사 등에 많은 부담을 주기 때문에 쉽지 않다”며 “버스 쉘터 위에 램프를 달아 교통약자가 번호를 누르면 해당 번호가 떠서 버스가 그 앞에 찾아가는 식의 최대한 간단한 방식이 효과적이다”고 말했다.
손명선 과장은 “교통문제는 사람, 도로(인프라), 자동차 등 3요소가 제대로 갖춰져야 해결될 수 있다”며 “우리나라는 인프라 등이 갖춰진 것에 비해 국민교통의식은 다소 미흡한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손 과장은 “교통약자를 자꾸 구별해서 사업을 추진할 것이 아니라 전국민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사업이 추진돼야 한다”며 “오늘 세미나를 계기로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만들어 추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송하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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