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시 장애인들의 재활과 만남의 장

50억 원 예산 투입해 건립…장애인들의 사랑방 역할

“장애 유형간 소통의 장으로 만들터”

안양시가 대다수 중도장애인들이 재활서비스를 받거나 각종 프로그램 참여에 많은 제약이 뒤따르던 불편을 해소하고자 50억 원을 들여 만안구 안양6동 498-1에 건립한 ‘안양시장애인지원센터’. 건물 조성의 초기단계에서부터 편의시설지원센터 관계자들이 관여를 했기 때문인지 장애인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 곳곳에서 숨을 쉬고 있다.

2005년 8월 장애인지원센터 건립에 대한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2007년 3월 이곳에 센터 부지를 매입한 안양시는 2008년 3월 기본 및 실시설계용역을 거쳐 그해 9월 조성공사에 들어갔다.

이후 1년 8개월에 걸친 공사기간을 마치고 지난 5월 건물을 완공한 장애인지원센터는 지하2층, 지상3층 연면적 1910㎡(578.2평) 규모로 장애인단체 사무실과 침술·안마·점자교육실·컴퓨터교육실·장애인심부름센터 등 재활을 돕기 위한 공간이 자리 잡고 있다.

건물 3층에는 장애인가족지원센터사무실과 회의실, 식당 겸 휴게실을 조성했고, 4층에는 옥상정원인 ‘하늘공원’이 고급스런 목재 원두막에 목채산책로를 갖추고 하늘과 맞닿은 휴식공간으로 개방되고 있다.   

지난 19일 개관식과 함께 장애인들의 소중한 재활터전으로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간 안양시장애인지원센터는 안양시장애인단체연합회, 지체장애인편의시설지원센터를 비롯해 한국시각장애인협회, 경기도장애인복지회, 한국교통장애인협회, 한국장애인부모회, 경기도지적장애인복지협회, 한국신체장애인복지회 등의 6개 안양시지회가 사무실을 확보하고 유기적인 사업추진 및 프로그램 운영을 하고 있다.

안양시 장애인들의 오랜 숙원이자 장애계를 대표하는 건물로 장애인지원센터가 관내 장애인들의 버팀목으로 자리 잡음에 따라 그동안 불편을 호소하던 관내 장애인들은 이제 편리하게 장애인별 단체등록 및 유익한 관련정보를 공유하게 됐고 보다 나은 삶의 질 향상을 추구할 수 있게 됐다.

안양시 사회복지과 전영찬 장애인복지팀장은 7-8년 전부터 관내 장애인단체들이 유기적인 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건물 마련을 꾸준히 제기했고 시에서도 보다 원활한 장애인정책의 수립 및 지원을 위해 지원센터 건립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한다.

“현재 시에서 지원센터 건물을 직영하고 있습니다만 내년 초까지는 건물 위수탁 조례제정을 통해 장애인단체에서 직접 건물을 관리 운영할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장애인 당사자들이 직접 지원센터를 관리하면서 보다 체계적으로 장애인들에게 도움이 되는 운영방안을 마련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안양시장애인지원센터에서는 지금까지 한국시각장애인협회 안양시지회 등 6개 단체가 자체적으로 운영하던 점자교육, 시각장애인을 위한 산행교육, 하계수련회, 문화체험, 발달장애인 사회적응훈련, 발달장애인 학부모대학 등 재활 및 사회적응을 위한 다양한 교육과 장애인 가족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보다 체계적이고 통합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전영찬 장애인복지팀장은 장애인지원센터가 장애인들이 생활 전반에서 느끼는 불편을 해소하고 극복해가는 디딤돌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인다. 

“장애인들은 대체적으로 중도에 장애를 입은 경우가 많습니다. 신체적 결함으로 자신감을 잃고 침체에 빠진 대다수의 중도장애인들이 한 건물에서 밀접한 사례관리 및 긴밀한 관계형성을 통해 동료애를 느끼고 사회복귀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하는 계기를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정대영 기자

안양시장애인단체총연합회 강 명 선 회장

“장애 유형간 소통의 장으로 만들터”

정대영 기자

안양시장애인지원센터 조성을 주도적으로 이끈 안양시장애인단체총연합회 강명선(48) 회장을 안양시 만안구 안양2동 안양시지체장애인협회에서 만났다.

지난 4월 연합회장이 된 강 회장은 지난 세월 장애 인식개선 및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스스럼없이 어우러져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자 세상의 편견과 맞서 싸우는 투사가 될 수밖에 없었다.

제주도에서 태어나 어려서 국어교사가 되고 싶었던 섬 소년은 28년 전 우연히 안양에 정착하면서 그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는 장애인 당사자들의 권리를 찾고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깨뜨리기 위해 노력했고 1997년부터는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전국 최연소 지회장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강 회장의 아버지는 두 살 때 소아마비를 앓아 몸이 불편한 아들에게 남에게 기대지 않고 당당하게 인생을 살 수 있도록 강한 모습을 기대했고 강명선 회장은 의지만 있으면 그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사회에 나와 보니 그 장벽은 의외로 높았고 무엇보다 비장애인들의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장애인들을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는 것을 절감했다.

강 회장은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없애기 위해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이 함께 어울려 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신이 제주에서 어린 시절을 보낼 때 장애인이라는 특별한 인식이 없었듯 함께 어울려 살면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생기지 않지만 사회가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갈라놓으면 서로를 잘 이해하지 못해 오해와 억측이 서로의 간극을 넓히게 되고 만다는 것이다.

장애란 일개 개인이 감수할 부분이 아니라 국가나 사회가 모두 같이 공유하고 책임질 영역이라는 것을 제대로 인식하고 개선해나가면 장애와 비장애라는 말 자체도 무의미해지고 만다고 덧붙인다.

“일을 하다보면 개인적으로 가슴이 짠할 때가 많습니다. 같은 장애를 갖고 있더라도 유형별로는 당사자의 심정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얼마 전 연합회 일을 하면서 회의를 주재하는데 어떤 안건에 대해 자료로 대신한다고 표현했다가 시각장애인협회에서 ‘토씨까지 다 읽어줘야 한다’며 이의를 제기하는 통에 아차 싶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이런 보이지 않는 간극을 해소하는 일이 장애인지원센터의 조성 목적이자 역할이기도 하겠죠”

자생단체를 맡고 운영하는 데는 사명감이 없으면 불가능한 면이 없지 않다는 강명선 회장. 몇 년 동안 개인적인 일로 공백기를 갖다 2006년 9월부터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안양시지회를 또다시 이끌고 있다.

안양시지체장애인협회는 지체장애뿐 아니라 시각, 청각, 노약자를 위한 사업을 체계적으로 하고 있다. 장애인편의시설지원센터를 개소한 데 이어 안양시 쓰레기봉투 제조사업장을 운영하면서 장애인 복지를 스스로 찾아 나서고 있다. 또 장애인재활자립작업장, 장애인종합민원상담센터 및 취업센터, 장애인인권위원회 등을 운영하며 장애인 민원해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2007년부터는 장애인합동 고희잔치를 열어 노년에 외롭게 지내는 장애 어르신들을 달래고 위로하는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어려서부터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자연스럽게 섞여 살게 되면 별 문제가 없습니다. 선진국일수록 장애인과 노약자에 대한 배려가 많습니다. 우리 사회도 점점 그렇게 되어 가겠지만 비장애인들의 시선이 아직 선진국 수준에 이르기에는 요원합니다. 그날을 앞당기기 위해, 우리의 권리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정대영 기자

저작권자 © 경기복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