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복지 발전에 제 2의 인생을 바치다

포천시장애인단체총연합회 회장으로 왕성하게 활동
장애인 대상 평생교육원 설치해 문해 교육 실시하고
빨래방 운영해 열악한 생활환경 개선에 도움 주고파

취재=김영환 기자
정리=오혜진 기자

비장애인으로서 장애인 단체를 이끌어 나가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이용한다는 오해를 받기 일쑤고 운영이 어려운 단체를 맡으려면 사재를 털어야 하는 일도 다반사다. 비장애인으로 포천시의 장애인복지 발전을 위해 일하고 있는 이영규 포천시장애인단체총연합회장을 만나 장애인분야와의 인연과 그동안의 활동에 대해 들어보았다. <편집자>

-포천시장애인단체총연합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린다.
=총연합회에는 현재 장애인복지회, 지체장애인협회, 농아인협회, 시각장애인연합회, 곰두리 교통봉사대, 부모회, 교통장애인협회 등 7개 단체가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주요 장애인 단체가 모두 회원단체로 등록되어 있어 포천시의 장애인을 대변해서 활동하는 명실상부한 대표 단체이다. 포천시에서도 유일하게 인정을 해주고 있다.

-총연합회를 운영하면서 거둔 성과에 대해 말씀해 달라.
=총연합회 결성의 중요한 부분은 단결이다. 그동안 각자의 목소리를 내던 장애인단체들이 규합되어 가는 것이 가장 큰 성과인 것 같다. 전에는 장애인단체 사이에도 서로 경계를 했었는데 그 부분이 많이 나아진 것 같다. 12월에는 총연합회의 임원과 직원이 모두 모인 가운데 리더십 워크숍을 개최할 예정이다. 복지전문가를 초빙해 특강도 진행하고 복지 분야 종사자로서의 소양을 키워나가려고 한다.

가시적인 성과로는 우선 금년 9월에 콜승합차 한 대를 지원받았다. 포천 면적이 서울의 1.4배에 달하기 때문에 이동거리가 굉장히 길다. 그럼에도 대중교통은 열악하기 때문에 장애인들이 평소 겪는 어려움이 많았다. 포천은 의료시설도 부족해서 큰 병원을 가려면 의정부에 있는 성모병원을 찾는데 이동수단이 변변치 않아 병원 한 번 가는 것도 쉽지 않다. 콜 승합차가 지원되면서 병원에도 쉽게 갈 수 있어 장애인들의 생활이 조금 나아지지 않았나 생각한다. 지속적으로 증차되어 더 많은 장애인들에게 편리를 주었으면 좋겠다.

-지역의 장애인들을 위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일이 있다면.
=장애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곰곰이 생각하다가 지역적 특성으로 인해 성인장애인의 배움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성인장애인의 50%가량이 초등학교 이하의 학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는데 글을 제대로 모르기 때문에 문해교육이 절실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솔모루장애인야학을 준비하고 있다. 장애인뿐만 아니라 비장애인도 무학자가 많은데 글을 배우고 공부하여 초등학교 졸업 자격을 갖추고 더 나아가 중학교 검정고시에도 도전하도록 하고 싶다.

글을 읽는 다는 것은 생활의 총체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장애인들도 똑같이 선거권을 가지고 있고 원하는 후보자에게 투표를 할 수 있다. 하지만 후보자들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고 투표하는 것보다 후보들의 이름과 공약을 알고 판단해 투표할 수 있다면 정당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된다. 더 나아가 신문도 읽고 책을 읽으면 부당한 대우를 받을 때 항의를 하거나 대응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도록 다양한 지원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스스로 권리를 찾을 수 있는 힘을 키워줄 수 있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이와 별도로 추진하고 있는 일로 ‘빨래방’ 운영을 들 수 있다. 사무실 옥상 물탱크 옆에 공간을 활용해 세탁기 2대를 설치해서 빨래방을 운영하고 있는데 중증장애인,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이불이나 담요를 세탁해주고 있다. 독거노인과 중증장애인 가정을 방문해보면 이불이나 담요 세탁을 하기가 어려운 환경에 놓인 분들이 많다. 세탁기가 없는 집들도 있고 불편한 몸으로 무거운 이불빨래를 하기에 엄두가 안 나는 것이다. 그만큼 비위생적인 생활을 할 수 밖에 없어 늘 안타까움을 느끼다가 본격적으로 빨래방을 운영하게 된 것이다. 전화로 요청하면 직접 방문해 이불과 담요를 수거하고 세탁한 뒤에 다시 가져다 드린다. 비용은 모두 무료이다.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아 지속적으로 홍보를 하고 있는 중이다.

-포천지역의 장애인복지 발전을 위해 시급히 해결되어야 할 부분은.
=포천은 지역 특성상 농촌, 군사지역이라 도시지역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현재 포천시의 재정자립도가 35% 정도 되는데 형편이 넉넉하지 못해 어려움이 많다. 앞서 말했지만 면적은 넓은데 교통수단이 잘되어 있지 못해 이동권에 제약을 받는다. 재정자립도와 상관없이 기본적인 생활은 가능하도록 여건이 만들어 졌으면 좋겠다. 또한 노인복지나 일반 사회복지는 그나마 낫다고 보는데 장애인복지는 많이 뒤쳐져 있다. 장애인복지관도 없고 장애인을 위한 센터나 회관도 없다.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중심 기관이 없다보니 단체들도 애로 사항이 많다. 그래도 장애인복지에 대한 관심이 예전보다 많아져 어려움을 이해하고 도와주려는 분들이 많다. 특히 포천시의회의 손지영 행정자치위원장님께서 장애인 분야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도와주시려고 애쓰고 계신다.

-장애인 분야와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원래 정부투자기관에서 공직생활을 했었다. 공직에서 은퇴한 뒤에 구리문화원에 공채로 들어가 사무국장으로 2년간 일했었다. 구리에 있으면서 구리시지체장애인협회를 알게 되었는데 협회에서 일을 도와달라고 요청을 했다. 그래서 구리시지체장애인협회 부회장을 맡아 표창대 회장님과 함께 활동을 하면서 다양한 일을 많이 했다. 장애인 분야에서 일을 하면서  많은 분들을 알게 되었는데 지난 2005년 이용택 경기도장애인복지회장님이 포천시지부를 맡아 달라고 하셔서 지금까지 포천시장애인복지회를 이끌어 오고 있다. 포천시장애인총연합회는 1대 김미숙 장애인부모회장님 뒤를 이어 2대 연합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중이다.

-비장애인으로서 장애인단체를 이끌어 가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왜곡된 시선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뜯어먹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는 이들도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사업권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자비를 들여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시비를 걸어오려고 해도 문제될 것이 없어 스스로 떳떳하다. 한편으로는 섭섭한 마음도 들지만 본래 타고나기를 맡은 일은 끝까지 열심히 하는 편이기 때문에 단체도 맡은 이상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단체 운영을 직접 해보면서 겪는 어려움도 많을 텐데.
=예산 문제가 가장 크다. 지금 사무실도 자비를 들여 전세로 마련했다. 연합회에 차량이 한 대 나오기 전에는 회원들도 직접 데려오고 데려다 주었다. 몸으로 직접 뛰지 않으면 어려운 분야다. 처음 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가 시행될 때 서비스 제공 사업을 하기도 했다. 어려움이 많아 중단하기는 했지만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장애인들의 고충을 더 잘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지금은 노인장기요양서비스만 별도로 분리해 운영하고 있는데 요양서비스에서 이익이 생기면 장애인복지회에 투입하고 있는 형편이다. 직원들 월급도 주고 사무실도 운영하려면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든다.

-단체를 이끌어 오시면서 가지고 있는 원칙이 있다면.
=장애인단체장이 잘못 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장애인들에게로 돌아간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늘 행동을 조심하고 어떤 일을 하던 절차를 밟아가려고 노력한다. 과격하게 행동을 한다면 원하는 일이 더 잘될 수도 있겠지만 인격과 품위를 지켜나가려고 한다.
또 다른 원칙이 있다면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경영학석사를 가지고 있지만 복지 분야에서 일을 하게 되면서 내가 알고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에서 명지대에서 사회복지사 자격증도 취득했다. 구리에서 활동할 때부터 복지사 자격증 취득에 대한 계획을 세웠고 조금 늦어져도 꾸준히 공부해서 이루어 냈다. 평생교육원을 만들기 위해 평생교육자격 이수증도 땄다.

-포천시 장애인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린다.
=장애인들의 단결이 곧 힘이라고 생각한다. 포천시 인구가 16만 명인데 장애인은 9천 5백 명 정도 된다. 장애인의 가족까지 포함하면 힘이 크다. 힘을 모아 장애인 복지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부분들을 끊임없이 요구해야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그래서 행사를 하면 꼭 장애인이 단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장애인 스스로가 자신감을 가지고 권익을 찾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늘 열심히 최선을 다해 생활해 나가자고 말씀 드리고 싶다. 총연합회에서도 장애인과 가족 여러분의 고충을 대변하고 실질적인 변화가 일어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다.

취재=김영환 기자
정리=오혜진 기자

▲평생교육원에서 사용할 수업용 교재가 책장에 가득하다.

▲빨래방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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