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제훈 경기도농업기술원장

달포쯤 전 인사과에서 전화를 걸어와 곧 경기도농업기술원장으로 발령 날 것이라는 말을 전했다.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 곳에서 기관장 역할을 잘할 수 있을지 겁부터 났다. 일단 처음 만나는 분들께 나를 소개하고, 앞으로 어떤 일에 중점을 두고 기관을 운영하고 싶다는 의지를 담아 명함을 만들기로 했다. 작은 쪽지에 불과한 명함이지만 그 명함에 기관장으로서의 설렘과 기대를 담아 첫인상을 좋게 남기고 싶었다.
먼저 기관장으로서 하고 싶은 일을 정리했다. 다른 도와 확연히 다른 경기도만의 농업 특성을 반영한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해 데이터에 방점을 두기로 했다. 그래서 명함에 데이터(data)를 일곱 번 넣었다. 럭키 세븐을 기대하며....
명함의 뒷면을 먼저 구상했다. 일단 데이터가 들어간 유명한 문구를 넣었다. 영국의 수학자 클리브 험비가 처음 쓴 ‘Data is the New Oil of the Digital Economy’를 명함 맨 위에 썼다. 2017년 이코노미스트가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자원은 더 이상 석유가 아닌 데이터(The woelf’s most valuable resource is no longer oil, but data)’라는 문구가, 앞으로 농업의 가치를 바꿀 중요한 문구라고 생각한다. 그다음에 ‘농업! 데이터가 이끄는 디지털의 일상화’라는 슬로건을 만들어 두 번째 데이터를 넣었다. 구체적인 실천 방안으로 ‘농업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미래신성장 산업’을 넣었다. 이렇게 명함의 뒷면에 데이터를 세 번 넣었다.
다음은 명함 앞면. 공무원들은 전자우편을 쓸 때 일반적으로 공직자 통합 메일을 쓴다. 아이디는 주로 자기 이름 알파벳을 따서 쓴다. 필자는 달리 생각했다. 우리나라 농업은 앞으로 데이터가 이끌 것이라는 확신을 담아 korea.agri.data라는 일반 회사 이메일 아이디를 만들었다. 다섯 번째로 데이터가 들어간 전화번호도 새로 하나 만들었다. 전화기 기판에 있는 숫자에 대응하는 알파벳을 이용해 D는 숫자 3, A는 숫자 2, T는 숫자 8, A는 숫자 2이므로 알파벳 DATA를 숫자로 바꾸면 3282가 나온다. 이렇게 데이터를 다섯 번 썼고, 럭키 세븐을 완성하기 위해 두 번이 더 필요했다. 그래서 필자의 성을 활용해 영어 이름 데이터 성을 만들었고 이를 로마자로 ‘데이터 성(Data Castle)’이라고 쓰면서 데이터 일곱 개를 완성했다.
명함을 구상하면서 새 부임지에 대한 두려움을 조금은 떨칠 수 있었다. 경기도농업기술원이 이끄는 지속가능한 미래 농업은 데이터에 기반해 발전하게 될 것이다. 농업에서 나오는 수많은 데이터를 정리해 매끄럽게 잘 가공하면, 그 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다. 경기도농업기술원장으로서 그 선봉에 설 것을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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