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 결성된 성남시장애인부모회 작지만 공간 마련
문제행동 심한 최중증 장애인들 입소 가능한 곳 필요

 

 

2년 전 재 창립한 성남시장애인부모회(회장 문현숙, 이하 장애인부모회)를 찾아갔다. 성남시장애인단체연합회 사무실이 아닌 을지대학교 맞은편 한 주택가의 다세대 주택이 모여 있는 작은방에서 장애인부모회원들이 재결성한 곳이다. 5평 남짓한 공간엔 제법 사무실다운 분위기가 느껴지고 시에서 아직 이렇다 할 예산은 나오지 않지만 회원들이 으쌰으쌰 십시일반 돈을 모아 마련한 곳에서 오며가며 차도 한잔 마시고 서로 정보도 공유할 수 있는 곳을 직접 마련한 것이다. 문 회장은 “우리 회원들이 제가 회장이 되지 않았더라도 서로 결성해서 단체를 유지할 만큼 열성이 대단하다. 그 힘으로 저희들이 다시 뭉쳤고 이제 새롭게 도약하려고 한다.”고 말문을 텄다. 성남시장애인부모회가 이렇다 할 구체적인 답변도 시에서 듣지 못한 채 해체된 후 2년 동안 피눈물을 흘려가며 다시 재결성된 성남시장애인부모회 문현숙 초대회장을 만나 그간의 변화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보았다.

 

성남시장애인부모회의 초대 회장으로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린다.

-5평 남짓한 이곳을 계약하고 현판식을 하고 난 후 눈물이 났다. 그간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흐르고 우리 자신들이 대견하기도 했고 현실의 냉혹함에 저릿저릿 하기도 한 기억들이 일순간 아른거려 벅찼다. 2년 전 저희 장애인부모회가 해체된 후 다시 회원들이 모이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2년 전 제가 부회장으로 있었고 저도 정확한 이유를 모른 채 장애인연합회 사무실에서 퇴출 된 후 여러 가지 소문이 무성했다. 그러나 이렇다 할 답변도 받지 못했고 우리는 오갈 데가 없어져서 저희 집에서 회의를 했는데 그런 때면 남편도 밖에 나가야했다. 제가 회장으로 추대되고 우리 회원들이 가장 강조했던 말은 ‘회장님 잘하세요. 투명하게 깨끗하게 잘하라’는 것이었다. 엄마들은 강하다고 했던가. 다행히 다시 결성된 우리 회원들이 다들 열심히 하셨다. 특히 저희 회원들의 아이들은 어느 곳에서도 받아주는 곳 없는 최중증장애인 아이들이라 시한폭탄 같은 아이들을 어떻게든 우리가 스스로 자립해서 작은 곳이지만 운영해보자 해서 3원짜리 마스크팩을 접는 부업을 시작했다. 너나 할 거 없이 일단 이곳에 오면 자리 잡고 손이 자연스레 움직였다. 그렇게 한 달, 한 달 버티면서 저희들이 시청 공무원이나 시의원님들을 찾아가서 뵙고 저희가 다시 결성했다고 인사를 다녔다. 의원님 중에 저희를 많이 도와주신 분들이 많다. 그래서 이번 여름캠프도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여름캠프를 언제 가는가?

-현재 8월 4일에서 5일까지 1박 2일 양평외갓집체험마을로 간다. 엄마들을 단 이틀이지만 푹 쉬게하고 싶다. 현재 자원봉사자들이 부족해 걱정이 많다. 중증장애아동들이 많아서 걱정도 많지만 예전부터 해오던 일이고 이런 캠프가 엄마들에게는 또 하나의 도전이다. 24시간 늘 함께 있던 아이들이 없으니 잘 있나 불안하고 혹여 아이들이 나를 찾지는 않을까 걱정에 휩싸이는데 이것도 나의 조바심이다. 우리 아이들도 언젠가는 독립해야하는데 세상의 비장애인들에게 도움을 받을 지언정 이런 캠프를 통해서 생각의 전환도 될 것이다.

 

자녀가 장애가 있다는 것을 언제 알게 되었나?

-우리 둘째 문희는 태어나서 4살 때 장애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낮과 밤에 잠을 자지 않았다. 자폐라는 것도 몰랐고 그런데 우연히 텔레비전에서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프로그램에서 자폐아동이 나오는데 물건을 배열하고 계속 반복된 행동을 하고 그 행동을 보니 우리 아이가 하는 행동과 같았다. 그래서 강남성모병워에 갔는데 자폐보다는 지적장애에 가깝고 하더라.

 

성인이 되었는데 문희씨는 어디에서 생활하고 있나?

-우리 아이는 28살로 현재 한마음주간보호센터에 있다. 지적자폐장애인 1급인데 우리 아이는 스스로를 헤치는 자해를 하는 아이라 다른 시설에서 맡기를 굉장히 꺼려한다. 노출도 심하고 해서 주간보호센터에 입소할 때도 낮에만 잠깐 맡기는 것으로 타협을 보고 입소했다.

 

최중증 장애인들이 갈 곳이 없는 것 같다.

-우리 아이들은 부모님 중에서 어머니가 돌아가시면 시설에 맡겨지는데 성남에서 받아주는 곳이 없어서 전라남도나 부산 등 멀리있는 시설로 간다. 성남시에 똑같이 우리도 세금을 내는데 성남에서 키우고 싶다. 우리 아이들은 문제행동, 돌발행동 이런 행동들은 발달장애인이라면 누구나 다 가지고 있는데 욕을 하거나 물건을 훔치거나 옆 사람을 때리거나 자해를 하거나 등등 성남시에 이렇게 성향이 강한 장애인들이 대략 300명 정도 된다고 파악하고 있다. 그래서 성남시립병원이 생기니까 병상을 몇 개만 갖춰서 최중증만 치료를 할 수 있도록 하고 그 외 장애인들은 한마음복지관의 ABA응용행동분석프로그램을 통해서 교육을 하면 어릴때부터 아이의 특성에 맞는 중재가 들어가면 보통아이처럼 성장이 가능하더라. 그래서 지금 어린아이들을 둔 회원들에게는 특히 ABA프로그램을 권한다. 시설에 보내기 싫어하는 이유는 멀어서 자주 가지 못하고 우리 아이에게 폭력도 가하고 약물도 과다 복용시켜 내내 잠만 자게 한다는데 저도 겪어봐서 안다. 갈비뼈도 나가있고 우리나라 인권 진짜 심각하다. 그 사람들은 ‘자기네들도 키우기 힘들어서 버렸잖아. 우리가 마음대로 해도 돼’라는 인식이 깔려있다. 비단 모든 시설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불시에 가서 자주 목욕을 시켜본다는 것이다. 멍자국이라도 혹여 발견될까 노심초사 하는 마음으로……. 저도 우리 아이를 경기도의 모 시설에 보내본 적이 있다. 치료가 돼서 올 줄 알았다. 한 달 정도는 막 오고 싶어서 가방도 만날 싸고 그랬다. 두 달째 됐을 때는 애가 멍한 얼굴로 있는 것이다. 약만 먹이고 아무것도 해주는 것이 없었던 것이다. 갔더니 옷에도 피가 막 묻어있었다. 보낼 마음의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나도 무척 힘들었다. 집에서도 모서리에 머리박고 식구들 막 발로 차고 하루 종일 누워서 대소변 다하고 그 정도니 알만하지 않는가. ABA알고 나서 일찍 알았더라면 이러지는 않았을 텐데……. 고등학교까지 다니면서 학교 선생님들도 때려야 말을 듣는다고 10여년 전만해도 인권이 바닥이었고 어떤 시스템도 전무한 상태이다 보니, 서로 아이를 잡기에 바빴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우리 아이는 관심을 받고 싶어서 그런 문제행동을 계속 한 것이다.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지 모른다.

 

가족은 어떻게 되나?

-딸이 셋이다. 첫째는 29살이고 둘째아이가 지적장애인 1급으로 28세이다. 그리고 중학교 2학년에 다니는 막내가 있다. 첫째는 을지대학교 언어치료사로 근무하고 있다. 우리 둘째가 언어치료를 하고 싶었는데 상태가 너무 심하니까 언어치료선생님들이 거부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첫째가 그런걸 보고 나는 모든 아이들을 다 받을 거야. 하면서 열심히 해야지 했는데 정말 힘든 아이들만 맡았다. 열심히 장애아동들과 함께 치료를 하더니 나중엔 상태가 좋아지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많이 느끼고 있다. 막내도 둘째언니를 많이 챙긴다.

 

엄마로서 마음의 짐을 감당하기 어려웠던 때가 언제였나?

-장애인 인권 강사 교육을 요즘 받고 있는데 예전에 우리 둘째가 어렸을 때 같이 길을 가는데 어떤 남자애가 엄마한테 엄마! 엄마! 저 누나 왜 저래……. 그랬는데 자해하고 울고 그러니까…….너 말안들으면 저렇게 된다. 라고 말했다. 저는 그때가 한 번씩 생각나면 그때 그 아이도 성장을 해서 성인이 되었을 텐데 장애인을 보면서 계속 그런 식으로 엄마가 교육을 시켰다면 얼마나 말을 않들었으면 저렇게 됐을까 하고 생각을 할 거고 제가 그때 그렇지 않다는 것을 얘기했어야했는데 집에 와서 혼자 펑펑 울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해 달라.

-우리 부모들이 사후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있길 바란다. 성년후견제는 활성화 돼야 하지만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고 자립도 해야 하는데 완전히 경증장애인이 아닌 경우 힘들다. 그래서 중증장애인들도 갈 데가 있고 일도 할 수 있는 곳이 생기면 좋겠다. 음지에 있는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힘 닿는데 까지 열심히 하고 싶다. 지켜봐 달라.

오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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