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에 직업 훈련 서비스 제공
대부분 지적장애인...취업 연계 힘써
일상생활 기술 등 부가 교육도 실시

▲ 교육생들과 강사들이 함께 포즈를 취했다.
쇼 트러스트 호티컬쳐 스탠모어Shaw Trust Horticulture Stanmore
“원예 전문가로서의  꿈 키워나가요”

9월의 신선한 공기가 푸르른 들판을 가득 채우고 있는 이곳은 영국의 수도 런던의 북서쪽에 위치한 장애인직업훈련 기관인 쇼 트러스트 호티컬쳐 스탠모어(Shaw Trust Horticulture Stanmore, 이하 훈련센터)다. 쇼 트러스트는 영국에서 장애인들에게 고용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장 큰 기관으로 지난 해 약 6만 여명의 장애인에게 취업 지원 등의 서비스를 제공했다.


호티컬쳐(horticulture)는 우리말로 ‘원예, 따라서 이곳에서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원예기술을 가르쳐 취업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고 있다. 마침 이곳을 방문한 날도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저마다 나이와 장애정도가 다른 10명 안팍의 장애인들이 수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전반적인 직업 훈련 기회 제공
훈련센터에서는 교육생들이 취업을 하는데 필요한 기술을 익히도록 교육한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 ‘직업생활을 위한 기술(Skill for Working Life)’ 과정이 마련되어 있다. 해로우 칼리지(Harrow College)에서 위탁을 받아 운영하고 있는 이 프로그램은 45주 과정으로 16세-18세, 19세-65세 까지 연령대에 따라 2개의 그룹으로 나누어 교육이 이루어 진다.


이는 지난 호에서 언급한 영국의 교육제도와도 관련이 있는데 영국은 의무교육이 16세면 끝나기 때문에 대학입학이나 직업 훈련 등을 준비할 수 있도록 중등학교 졸업 후 2년 간의 준비기간, 즉 식스폼 제도가 운영되고 있어 식스폼 과정에 해당하는 16세-18세는 따로 교육이 이루어 지는 것이다.


16-18세 그룹은 매년 4월 부터, 19-65세 그룹은 9월 부터 새 과정이 시작된다. 교육 과정에 등록한 교육생들은 일주일에 원하는 날짜를 골라 3일 동안 센터에 나와 교육을 받으며 교육은 오전 9시 30분 부터 오후 3시 30분 까지 이루어 진다. 평균적으로 한 그룹 당 20명이 등록하는데 출석하는 날짜가 다르기 때문에 실제로 교육 받는 인원은 10명이 채 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교육생들이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훈련센터에서는 원예에 대한 내용만 교육하지 않는다.


야외 실습장에서 원예에 대한 직접적인 교육이 이루어 지며 실내 교육장에서 이론이나 안전 등에 대한 교육이 실시된다. 개개인의 장애 정도와 연령대가 다르기 때문에 읽기와 쓰기 등에 관해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한 교육생을 위해 일주일에 한번씩 해로우 칼리지와 연계해 수업을 개설하고 있으며 자체적으로 컴퓨터 수업도 이루어 지고 있다.

 

자격증 취득과 취업 지원
훈련센터에서는 교육생이 45주 과정을 이수하면 국가직업자격에 해당하는 NVQ(National Vocational Qualification) 레벨1을 취득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일반 원예업체에 취업을 하기 위해서는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에 훈련센터에서도 가능한 45주 과정을 이수해 국가 직업 자격을 취득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또한 훈련센터에서는 교육생이 과정을 이수한 뒤에 고용이 될 수 있도록 지역의 업체 등을 연계해 취업지원을 한다. 훈련센터 내에 묘목장과 소매점을 운영하고 있어 인근 지역에 거주하는 장애인들은 연간 51주 동안 유급으로 일할 수 있다. 장애정도와 근로능력에 따라 정원 관리, 묘목장 업무, 소매점 업무 등에 배정하고 있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 심어줘야
훈련센터에서는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재능이나 흥미등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유도한다. 교육생이었으나 지금은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 아담(Adam)의 경우 부모의 믿음이 크게 작용했다. 3년 전 이곳을 처음 찾았을 때 주변 사람들은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훈련센터를 혼자서 찾아오는 것이 어려울 것이라고 염려했다.


그러나 아담의 어머니는 아들이 할 수 있다고 믿었고 혼자 이동하는 방법을 가르쳤다. 결국 한 시간 가량 걸리는 이동을 혼자서 해내게 되었다. 훈련센터의 책임자인 쉴라(Sheila)는 “아담은 무엇이든 수리할 수 있다. 잔디도 깍고 수리도 한다. 글을 읽지 못하지만 안내서를 보고 조립하고 고치는 방법을 스스로 깨우친다”며 “정원을 정성스럽게 돌본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강요하기 보다는 이해하도록 유도
센터 곳곳을 보여주던 쉴라는 학생들이 키우는 작물들을 보여주었다. 교육생들은 기르고 싶은 작물을 직접 골라 씨를 심고 기른다. 9월의 영국은 이미 겨울철에 접어들기 때문에 야외에서 작물을 기르는 데는 제약이 많을 수 밖에 없지만 교육생들이 추위에 약한 작물을 심겠다고 고집하면 그렇게 하도록 한다고. 결국 추위에 약한 작물인 고추나 토마토가 죽기 마련이지만 이러한 과정들을 통해 교육생 스스로가 추위에 약한 작물은 겨울철에 밖에서 재배할 수 없음을 깨닿고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새로 과정을 시작하는 교육생들에게는 센터를 둘러보며 강사로 부터 주의사항을 듣는다. 출입금지 구역은 왜 들어가서는 안되는지 설명을 해서 이해할 수 있도록 장애를 고려한 수업을 진행한다. 원예의 특성상 야외에서 활동이 많지만 휠체어를 사용하는 학생을 위해서는 휠체어를 타고도 작업을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개개인의 특성 고려해
성인 그룹의 경우 교육생들의 연령 폭이 넓기 때문에 모두 환경이 다르다. 올해 과정에 새로 등록한 리차드와 로빈씨는 예전에는 인쇄소에서 일했으나 인쇄소가 문을 닫으면서 새로운 기술을 배워 새로운 직업을 가지려는 꿈을 가지고 있다.


터키 출신의 훈련생은 영어를 알아들을 수 있지만 가정에서 부모들이 모두 터키어를 사용하면서 언어 소통에 문제가 있지만 함께 어울릴 수 있도록 한다. 또한 유태인 훈련생들에게는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등 다양한 사람들이 조화롭게 기술을 배울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영국 스탠모어 = 오혜진 기자

 

▲ 잔디를 깍고 있는 아담의 모습이 보인다
▲ 바베큐 파티 등을 할 수 있도록 센터 한 켠에 공간을 마련해 두었다.
▲ 화초에 물을 주고 있는 교육생들
▲ 유리온실 모습.

인터뷰 - 쉴라 클레멘츠(Sheila Clements)
                   쇼 트러스트 호티컬쳐 스탠모어 책임자

“장애인과 함께 일 할수 있어 행복”

“장애인과 함께 일 할수 있어 행복”


-쇼 트러스트에서 일하게 된 배경은.
=결혼전에는 화학교사로 학생들을 가르쳤다. 결혼 후 양육 등을 이유로 학교를 그만두었는데 아이들이 크면서 점차 시간이 많아졌다. 그래서 처음에는 봉사를 시작했는데 쇼트러스트를 알게 되어 취업을 하게되었고 일을 시작한 지 3년 만에 이곳의 매니저가 되었다. 현재 근무한지 10년 정도 되었다.

 

-장애인들과 일하는데 있어 가장 큰 장점은.
=지난 10년 동안 한 번도 출근하는 것을 싫어한 적이 없다. 늘 일하는 것이 즐겁고 이곳에서 장애인들과 함께 어울리며 생활하는 것이 좋다. 그게 가장 큰 장점인 것 같다. 사람들은 장애인을 가르치고 함께 일하는 것이 어렵고 힘들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막상 같이 어울리다 보면 장애인들로 부터 배우는 점도 많고, 정신적으로 큰 위로를 받는다.


 한 자원봉사자는 금융분야에서 일했지만 많은 스트레스로 인해 정신적 어려움을 겪어 일을 그만두었다. 처음에는 전문분야인 회계일만 하다가 점차 장애인들과 어울리기 시작했고 지금은 자발적으로 장애인들에게 컴퓨터를 가르쳐준다. 표정도 많이 밝아졌고 무엇보다 적극적으로 바뀐 태도에서 변화를 느낀다. 장애인들과 함께 하면서 정신적 치유가 되었다고 할까.


 
-수당을 받는게 일하는 것 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은지.
=수당에 의존해 일을 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심지어 장애자녀가 있는 경우 이런저런 수당을 받으면 오히려 일하는 것보다 수입이 낫기 때문에 자녀가 일하는 것을 말리는 부모도 있다. 장애인의 취업에 있어 중요한 것은 일이 돈벌이의 수단만이 아니라 사회참여와 자립생활의 근간을 이룬다는 점을 인식하는 점이다.

 

-이곳 훈련센터만의 운영비법이 있다면.
=이곳에 오는 모든 이들을 가족같이 소중하게 생각한다. 지적장애인의 장애 특성을 이해하고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노력한다. 상대방에게 나를 맞춘다는 것이 쉽지 않지만 직원들 모두 기꺼이 그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또한 같은 교육생들끼리 모임도 자주 가지면서 사회성을 기를 수 있도록 한다. 센터에 마련된 정원에서는 주말에 바베큐 파티도 하면서 만남의 자리를 갖는다.

 

<정리 = 오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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