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지적장애인들에게는 사회적응력 높이고
일반학교 학생어려움 많았지만 오히려 이해하는 계기삼아과 교사의 장애인식 개선기대

“학창시절의 아름다운 추억,  이제  우리도 되새길 수 있어요”

그래 그때는 몰랐었지만
너무나 아름다운 추억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학창시절을 나는 사랑할 거야
<이현석의 ‘학창시절’ 노래 가사 중 일부분>

위의 노래처럼 많은 사람들은 학창시절을 떠올리며 그 시절의 추억을 되새겨보곤 한다. 친구들과 선생님, 정든 교실과 학교 곳곳에서 있었던 소소한 일들은 성인이 된 이후의 삶이 힘들고 지칠 때 마다 “그땐 그랬지”라며 미소 지으며 회상해 볼 수 있는 평생의 추억거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애를 이유로 학교는커녕 평생 집이라는 테두리 속에서만 생활해온 장애인들에게 이러한 추억은 그저 남의 얘기 일 뿐이다.


이처럼 일반적인 학교생활을 해보지 못한 성인중증장애인에게 학교생활에 대한 직접 경험을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다양한 사회적응훈련을 통한 사회통합 및 일반학교와의 연계프로그램을 통해 장애인에 대한 인식개선 효과를 거두고자 의정부시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는 ‘잃어버린 추억을 찾아서 - I am a student’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2008년 경기도장애인복지시설 재활프로그램으로 선정되어 지난 3월부터 진행된 이번 프로그램은 참신한 기획의도 만큼이나 예상치 못한 어려움도 많았지만 지난 11월 14일 졸업식을 마지막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의정부시장애인종합복지관의 주간보호센터 이용고객으로 이루어진 장애인학생들은 20세부터 60세 까지 연령의 폭은 컸지만 정규교육을 제대로 받아본 경험이 없다는 점에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모든 것이 처음이고 서툴 수밖에 없을 터. 입학부터 졸업까지 잃어버린 학창시절의 추억을 만들기 위한 성인지적장애인들의 고군분투기를 함께 따라가 보자.

 

오늘은 교복 맞추는 날!
학생을 학생답게 보이게 하는 것은 바로 교복. 교복을 맞추기 위해 치수를 재는 학생들의 얼굴에 들뜬 표정이 가득하다. 그리고 저 마다 몸에 꼭 맞는 교복을 입어보며 함박웃음을 터뜨리는 얼굴에는 ‘학교에 간다’는 것에 대한 설렘이 드러났다.


교복제작은 1인당 18만 원 정도가 소요돼 프로그램 지원비 가운데 많은 비중을 차지했지만 학교체험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라는 판단에서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고 프로그램을 진행한 박상용 주간보호센터 팀장은 전했다.

 

드디어 입학식이다
의정부시장애인종합복지관 강당에서 이루어진 입학식은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을 호명하면서 그 진지함을 더해갔다. 처음 교복을 입고 나온 학생들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역력했지만 앞으로 펼쳐지게 될 학교생활에 대한 기대감과 가족들의 응원으로 힘을 얻었다.

 

학교...학교에 간다
이번 프로그램에서 가장 힘들지만 가장 보람된 부분은 바로 일반 학교에서 일반 학생들과 함께 어울려 수업을 받는다는 점이었다. 의정부시 관내 3개교(충의중학교, 효자중학교, 의정부공업고등학교)와 서울의 대안학교인 ‘난나학교’의 협조로 이루어진 학교수업체험은 각 학교의 학사 일정에 맞추어 진행되었다.


<난나 학교에서의 난타수업>
첫 번째 학교수업체험은 서울 수유동에 위치한 중학과정 대안학교인 난나학교에서 이루어 졌다. 학생 수도 장애인학생 수와 비슷해 1대 1로 수업에 참여할 수 있었으며 특히 이날은 음악 수업에 참여해 다함께 실제 북을 이용해 난타를 배웠다. 직접 북을 치며 다함께 어울릴 수 있어 장애인학생과 난나 학교학생들 모두 즐겁게 수업을 했으며 특히 난나학교 학생들은 매주 사회봉사 활동을 한 덕분인지 장애인에 대한 이해가 높아 장애인학생들과 쉽게 친근해 지는 등 일반학교 학생과 장애인학생 모두가 만족한 수업이 되었다고 한다.

 

<장애인식교육이 이루어진 일반학교 수업>
난나학교의 경우 대안학교라는 특성상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수업이 가능했으나 일반 학교에서의 수업은 학사일정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이루어졌고, 학생 수도 많고 프로그램이 적절히 준비되어 있지 않아 장애인식개선 교육이 주로 이루어졌다. 충의중학교에서는 장애인의 강사의 장애인식개선 강의가 이루어 진 뒤 일반학생과 장애인학생이 소그룹으로 편성되어 모둠활동을 실시했다.


효자중학교와 의정부공업고등학교에서 이루어진 학교수업체험은 장애인학생과 일반학생이 함께 수업을 듣는 통합교육 방식으로 진행되어 상대적으로 장애인학생의 참여가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그러나 일반학생들은 교복을 입고 수업에 참여한 장애인학생들을 낯설어 하다가도 수업을 하고 난 뒤에는 자연스럽게 악수를 건네고 인사하면서 장애인에 대한 인식개선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현장학습과 수행평가
학창시절의 추억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바로 소풍과 수학여행이 아닐까. 장애인학생들도 롯데월드로 현장학습을 다녀왔다. 단체로 이동하는 등 단체로 행동하는 경험이 적은 장애인학생들이지만 함께 놀이기구도 타고 퍼레이드를 보며 즐거운 시간을 함께 나누었다. 그리고 현장학습을 다녀온 뒤에는 현장학습의 소감을 그림으로 그리는 수행평가에도 참여했다.

 

활기찬 생활체육시간
장애인학생들의 체육수업은 마라톤, 볼링, 그리고 게이트볼 종목에서 이루어졌다. 마라톤 대회에 참가해 참가자 9명 전원이 4km 코스를 완주했으며 이 중 2명이 2위와 4위로 입상하기도 했다. 볼링과 게이트볼은 새로운 운동종목에 대한 체험이자 지역사회 주민들과의 직접적인 접촉이 이루어져 성인에 대한 장애인식 개선 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볼링장에서 공을 굴려 핀을 쓰러뜨리는 것이 쉽지 않지만 가끔 터지는 스트라이크는 참가자 모두의 얼굴에 환한 웃음을 선사했다. 볼링과 게이트볼, 모든 것이 처음이지만 게이트볼 장에서는 동네 어르신들과 친선경기를 하는 등 신체적 활동과 더불어 지역주민들과 어울림의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제주도 졸업여행
프로그램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졸업여행을 통해 그 동안의 추억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장애인학생 대다수가 비행기 탑승과 제주도 방문이 처음인 경우가 많아 제주도 여행 그 자체만으로도 굉장한 경험이었다.


또한 집을 떠나서 생활해 본 경험이 거의 없는 장애인학생들은 2박 3일 동안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들과 함께 숙식을 같이 하며 우애를 돈독히 했고, 가족들 또한 그동안 장애인을 돌보면서 쌓였던 피로와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어 장애인과 가족 모두에게 휴식을 준 여행이 되었다.

 

졸업식
지난 4월 입학식과 함께 시작된 추억 만들기는 졸업식과 함께 그 막을 내렸다. 지난 11월 14일 복지관 강당에서 장애인학생 및 가족 등 6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졸업식이 진행되었다. 새로움의 연속이었던 프로그램이 끝난데 대해 학생들과 가족들 모두 아쉬움 마음을 드러내었다. 특히 60세의 최장수 학생의 동생은 편지로 “지난 60년 간 집에서만 생활하던 언니가 멋진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해 준 복지관 선생님과 직원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추억은 함께 만드는 것이다.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그 동안 우리 사회에서 혼자여야만 했던 성인 지적 장애인들이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평생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을 지니게 되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20명의 늦깎이 학생들은 이제 ‘나에게도 학창시절이 있었지’라며 미소 지으며 즐거웠던 그 시절을 추억할 것이다.                                                 

 
오혜진 기자

▲ 마라톤 출전을 하며 기념촬영
▲ 게이트볼게임을 하는 모습
▲ 졸업식 모습
▲ 난나학교에서의 난타 수업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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