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전용 복지관 반드시 건립해야

지난 15년 간 사비 털어가며 단체 이끌어 와
도내 시·군 지부 설립해 지역 복지 기반 다져
시각장애 극복한 성공한 사업가로 명성 높아 

-앞으로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계획 중인 일이 있다면 말해 달라.
형편이 열악한 장애인단체를 이끌어 가기 위해서는 지도자의 희생과 노력이 없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지난 15년 간 봉사정신 만으로는 힘든 장애인단체 활동을 직접 사비를 털어가며 해 온 최재근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경기도지부장. 세 번째 지부장 임기를 보내고 있는 최 지부장을 만나 그 동안의 활동과 시각장애인 복지 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편집자>


 


-장애인단체에서 활동하게 된 계기를 말씀해 달라.
=집안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는데 우리 7남매 가운데 3명이 시각장애인이다. 그래서 친가와 외가 식구들 모두 염색체 검사를 하는 등 혹여 시각장애가 유전이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어 알아본 적도 있다. 의사 말로는 우물물을 잘못 먹었거나 편식을 했거나 가능성은 여러 가지라도 하더라.


시각장애가 있지만 열심히 살면서 안마도 하고 침술원도 하면서 안정된 생활을 했는데 주변을 살펴보니 다른 장애인들보다 시각장애인들의 삶이 더 처참한 모습을 보고 마음이 많이 아팠다. 그래서 사회에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장애인단체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사비를 털어 지회를 설립하는 등 많은 일을 하셨는데, 그동안 하신 일들에 대해 소개한다면.
=지난 1990년 대 초부터 단체 활동을 시작해 올해 14~15년 정도 된 것 같다. 지금까지 수원시시각장애인연합회장, 수원시장애인연합회장을 거쳐 경기도시각장애인연합회장, 경기도장애인복지단체연합회장 등을 역임 했다. 경기도지부장은 3번째 하고 있고, 수원시연합회장도 2번 했다.


수원시각장애인연합회장 시절 처음 와서 통장을 보니 90만원 밖에 없더라. 그래서 1천만 원을 내어 지회의 운영기반을 다졌다. 다른 지회장들은 월급을 받는데 나는 안 받는다. 개인 사업을 해서 여유가 있기 때문에 내 돈을 내서 일을 했고,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다.


경기도장애인복지단체연합회장으로 있을 때는 장애인단체 직원들의 월급이 70~80만원 밖에 안 되고 그것도 몇 달째 밀려있어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래서 월급도 150만 원 정도로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경기도시각장애인지부장을 처음 할 당시 열 몇 군데 밖에 시·군지회가 없었는데 31개 시·군 모두 지회가 설립되도록 했다. 한 군데 설립할 때 마다 돈이 몇 백씩 들어가지만 시·군 지회 설립이 지역의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기 때문에 사비를 투입해서라도 이루어 냈다.


현재 시·군 지회마다 시각장애인심부름 센터를 운영하고 있고 각 센터 당 직원이 6명에 연간 1억 4천만 원이 나온다. 이를 보고 다른 장애인 단체에서도 놀라고 시장들이 놀란다. 다른 곳은 직원이 한 명도 없는 곳도 많은데 왜 시각장애인단체만 예산이 1억 4천이 나가고 직원이 6명이나 되냐는 것이다. 전국에서 경기도지부만 시군 지회 법인 등록이 다 되어 있고 열심히 하고 후원금도 지회마다 100만원씩 다주었다.


개인적으로는 돈이 들어가는 일이지만 지부장으로서 각 시·군 지회의 기반을 튼튼하게 다져놓음으로서 결국 지역의 시각장애인들이 혜택을 볼 수 있기 때문에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 한다.도 단체 가운데 건물을 가지고 있는 장애인단체는 우리밖에 없다. 건물을 마련하는데 6천만 원을 보탰지만 건물등기도 다 법인으로 했다.


-현재 경기도내 시각장애인들에게 시급히 필요한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시각장애인 전용 복지관 건립이 가장 급하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전국에서 유일하게 시·군 지회를 모두 설립하는 등 열심히 활동했음에도 중앙회에서는 얼굴을 못 든다. 전국에서 시각장애인이 가장 많은 곳이 경기도이고, 경기도가 재정 상태도 괜찮은 곳인데 왜 시각장애인전용 복지관이 한 곳도 없냐는 것이다. 현재 전국에 시각장애인전용 복지관이 16곳이 있고 그 중 서울에만 6곳이 있다.


경기도의 시각장애인 인구는 지난 6월에 4만 명을 넘었다. 서울은 4만이 넘지 않는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경기도에 거주하는 시각장애인들이 복지관 이용을 위해 서울까지 가고 있는 실정이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시각장애인들의 불편함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경기도에 장애인종합복지관이 20 여개 정도 있고 한 시설 당 평균 100억 원 정도의 건립비에 매년 운영비로 30억 정도가 들어간다. 건립비용만 2천억 원이 넘고 운영비로만 매년 600억 원이 넘는 돈이 들어가는 것이다. 운영비의 대부분은 직원 급여이며, 프로그램 비용은 극히 적다. 고용창출에는 어느 정도 이바지 했을지 모르나 우리 시각장애인들은 이렇게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시설을 이용할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요즘 들어 시각장애인을 위한 프로그램 몇 개, 점자도서관 운영 등을 하고 있지만 그것으로는 역부족이다. 손학규 지사 시절 시각장애인전용 복지관 건립을 위해 지하철역 등에서 5만 명의 서명을 받아 제출하기도 했으나 모두 허사였다. 시각장애인의 특성상 전용 복지관에는 보행코스, 골볼장 등 시각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필요하다.


-지난 1998년에는 수원시의원 선거에도 출마하셨다. 출마 동기에 대해 말해 달라.
=수원시 장애인연합회장을 맡아서 활동하면서 지역의 장애인을 위해 여러 가지 제안도 많이 하고 건의도 했지만 예산 확보가 되지 않아 실질적인 복지를 기대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의회에 진출해 직접 장애인복지 관련 예산을 챙기겠다고 결심한 끝에 선거에 출마하게 되었다. 단체장으로 활동을 하면서 너무도 많은 벽을 느꼈기에 출마했고, 결과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느끼지만 충분히 가치 있는 도전이었다고 생각한다.


-오랜 기간 단체를 이끌어 오시면서 힘든 일도 있었을 것 같다.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힘들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그러나 요즘 들어 그 동안 일해 온 것에 대해 회의를 느낄 때가 있다. 다른 이들에게도 내가 한 것처럼 똑같이 단체 활동을 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지만 개인의 영리를 목적으로 단체 일을 하는 모습을 볼 때는 씁쓸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자식교육을 훌륭하게 시킨 것으로 유명한데, 비결이 있다면 말씀해 달라.
=아들 둘에 딸 하나인데 아이들 모두 공부에 취미를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공부하라고 강요한 적이 없는데도 열심히 하더라.


첫째는 대학원을 나와 현재 직장 생활 중이고, 둘째는 경희대 약대를 졸업해 현재 방위산업체에서 연구원으로 군복무 중이다. 막내딸은 현재 가평에 있는 국제청심중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이다. 현재 국제중은 청심중학교와 부산에 한 곳에 더 있는데 부산국제중은 부산에 거주해야 지원할 수 있기 때문에 전국 단위로 학생을 모집하는 국제중은 현재 청심중학교 뿐이다. 지원 당시 경쟁률이 높아 합격할 수 있을까 걱정도 했는데 초등학교 때부터 틈틈이 해외에 나가서 외국어 공부를 하는 등 꾸준히 실력을 기른 덕분인지 합격했다. 얼마 전에는 모 일간지에 딸아이의 국제중학교 입학 준비 사례가 소개되어 주변에 많이 자랑했다.(웃음)


아이들이 공부를 좋아해서 아무리 자라고 해도 새벽까지 밤을 새우며 공부하는데 잠을 자기 미안해 곁에서 같이 공부하다 보니 대학원도 두 개(경기대학교 행정대학원 졸업, 단국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 재학 중)나 다닐 수 있게 된 것 같다.


-장애인복지가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것 같지만 안마업 독점과 관련한 헌법소원 제기, 제물포역 시각장애인 추락사 등 시각장애인과 관련한 안타까운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
=다른 이들은 이해하기 힘든 시각장애인의 어려움이 많다. 시각장애인들이 지하철역에서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는데 정부는 시각장애인의 인권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다. 끔직하고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하면 다음에는 이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계속 반복되고 있는 현실에 통탄할 노릇이다.


게다가 이제는 시각장애인들의 생계수단이 되어온 안마업 까지 비장애인들이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등 우리 사회는 시각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너무도 부족하다. 눈이 안보이기 때문에 목숨을 걸고 이동해야 하고, 눈이 안보이기 때문에 오히려 다른 직업을 선택하지 못하고 안마를 배워야 하는 시각장애인들의 슬픈 현실에 대해서는 왜 관심을 갖지 않는가. 


-앞으로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계획 중인 일이 있다면 말해 달라.
=도지부 차원이 아닌 중앙회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업으로 시각장애인편의시설점검 센터 운영이 있다. 현재 편의시설지원센터가 있지만 주로 지체장애인을 위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시각장애인에게 무엇이 필요하고 제대로 설치되었는지 점검하는 일은 시각장애인협회에서 누구보다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수원역에서 점자블록 등 시각장애인 편의시설을 점검해서 시정사항을 전달한 일이 있다. 수원역 측에서도 이에 대해 고맙다며 시정을 약속하기도 했다.


정리=오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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