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화 (사)국제장애인문화교류협회 부천시협회장
부천시 장애인 문화예술진흥 책임지는 첨병

유영화 (사)국제장애인문화교류협회 부천시협회장
(사)국제장애인문화교류협회(이하 국장협)는 1987년 9월 창립되어 설립 25주년을 맞은 유서 깊은 장애인 단체다. 국장협은 장애인 문화예술에 관한 국내 및 국제 교류를 주도해 장애인 문화발전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서영훈 전 적십자사 총재, 정근모 명지대 총장 등이 이사장을 지냈으며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이 고문을 맡고 있다. 강창희 국회의장과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등 누구나 알만한 정치인 14명이 자문위원과 지도위원으로 포진해 있다.
이 단체의 부천시협회를 이끌고 있는 사람이 바로 유영화 회장이다. 유 회장은 10년 전 교통사고로 지체장애인이 된 후 장애인 문화예술 발전에 온 힘을 쏟고 있다. 국장협 부천시협회 외에도 애플브릿지합창단(부천장애인합창단)과 부천장로합창단의 임원으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척박한 장애인 문화예술 환경 속에서도 부천 지역의 장애문화 발전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유 회장을 만났다.

-국장협은 어떤 단체인가?
=우리나라의 장애인 활동은 주로 복지를 위주로 이뤄진다. 복지가 가장 기본적인 문제이기 때문이겠지만 먹고 사는 것만 갖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비장애인에게 음악과 노래, 춤이 중요한 것처럼 장애인들에게도 문화와 예술이 필요하다. 국장협은 바로 이런 장애인들의 문화와 예술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중요한 일을 하는 단체이다.
특히 장애인들의 문화 예술 활동을 국내에 국한하지 않고 세계 장애인들과 함께 나누고 교류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국장협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장애인과 문화예술을 별개로 인식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부천에도 수 많은 장애인 단체들이 있지만 대부분 복지와 관련된 단체들이다. 다만 부천시장애인체육회가 있어서 장애인 체육에 관한 일을 담당하고 있다. 그럼 장애인들의 예술과 문화 활동은 누가 책임지나? 장애인 활동 중에서 가장 미흡한 분야가 바로 예술과 문화다.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부천지부가 있듯이 한국장애인예총 부천지부가 있어야 한다. 그 역할을 국장협 부천시협회가 담당하고 있다. 장애인들의 문화예술 활동을 독려하고 또 뛰어난 장애문화예술인을 발굴하는 것도 중요한 일 중의 하나다.

-그 동안 어떤 일을 해왔나?
=2006년부터 해마다 봄에 장애인문화예술제를 진행했다. 장애인들이 갈고 닦은 문화와 예술의 힘과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소중한 장이었다. 여름에는 ‘장애인과 똑같이 다함께 연합수련회’를 진행했고 가을에는 장애인경로칠순잔치, 장애인가을문화산책 등을 실시했다.
장애인 어르신을 모시고 야외로 나가면 그 분들의 눈물을 많이 볼 수 있다. 돌봐 주고 신경 써주는 사람이 없는 현실이 그대로 드러난다. 이러한 행사들을 통해 장애인들이 자신의 능력과 재능을 발견하고 또 기쁨도 누릴 수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행사가 지금은 중단돼 안타깝다.

-왜 중단됐나?
=예산지원이 끊겼기 때문이다. 계절마다 다양한 행사들을 진행하는데 많은 예산이 든다. 물론 후원금과 기부금 그리고 사제를 털어 일부 충당하지만 부천시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수 년 전에는 부족하나마 예산의 일부라도 시에서 지원을 했으나 지금은 상당액이 삭감됐다.
이는 장애인 문화예술에 대한 인식부족이 불러온 사태라 할 수 있다. 장애인들이라고 밥만 먹여주면 되는 것이 아니다.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똑같은 기쁨과 행복을 누리기 위해서는 복지와 체육, 문화예술 중 어느 것 하나도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지금은 기본적인 장애인합창단 활동만 가능한 형편이다. 내년에는 예산이 살아나서 장애인 문화예술 활동을 본격적으로 재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얼마전 여수국제장애인엑스포에 참가했는데...
=국경과 연령을 초월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하는 국제장애인문화엑스포가 지난 8월에 전남 여수에서 열렸다. 국장협이 매년 1~2회 실시하는 장애인문화캠프를 지난해부터 국제 박람회 형태로 확대시킨 행사다. 지난해는 제주도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 내·외국인 2500여명이 참가해 합창 등 각종 문화행사를 통해 서로 교류하기도 했다.
올해는 여수 예울마루 대공연장과 여수은파교회 등지에서 오케스트라 연주와 현대무용, 합창 등 다양한 형태의 문화 공연이 이어졌다. 부천시협회에서는 애플브릿지합창단과 장애인 보호자 등 90명과 함께 3박4일간 참여했다.

-보람이 있었나?
=국내외 장애인과 이들을 돕는 자원봉사자 등 1200여명이 이번 엑스포에 참여했다. 명실공히 우리나라의 장애인 문화예술을 총망라하는 대회로서 의미도 깊고 보람도 컸다. 애플브릿지 합창단은 단원 40여명과 함께 여수 예울마루 대극장에서 합창 공연을 펼쳤다.
창단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모두 함께 열심히 노력한 결과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어서 기쁘다. 여수엑스포에 참가하고 돌아오는 길에는 KBS청주 방송국의 초청을 받아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애플브릿지 합창단은 어떤 단체인가?
=음악을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모이고 아름다운 하모니로 감동을 주기 위해 작년 11월에 부천장애인합창단으로 창단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섞여 있는데 장애인합창단하면 장애인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최근 애플브릿지 합창단으로 명칭을 바꿨다.
‘휠체어 탄 성악가’로 유명한 황영택 지휘자의 지도하에 훈련하고 다듬은 결과 멋진 하모니를 만들고 있다. 교회에서 봉사하는 분들이 대부분이어서 찬양도 많이 하며 비장애인과 장애인의 목소리가 하나 되는 징검다리가 되고 있다.

-활동하는데 어려움이 있지 않나?
=나도 다리가 불편한 지체장애인으로서 불편한 점이 없을 리 없다. 나이가 많아지니 아내도 뭐하러 힘들게 그러고 다니냐고 핀잔이다. 그러나 장애인의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이 거의 전무한 상황에서 나라도 나서지 않으면 할 사람이 없다.
그뿐만이 아니다. 바다에는 가 본 적도 없고 비행기는 타 본 적도 없는 장애인이 즐비하다. 그분들을 도와야 하지 않겠나. 힘 닿는데까지 이 일을 계속할 생각이다. 재정적인 어려움이 큰 것은 두 말 할 필요도 없다.

-활동하며 서운 적도 있지 않았나.
=행사를 할 때 비장애인들을 초대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장애인들끼리 행사하는데 뭐 하러 가나’고 거절하는 분들이 있다. 이럴 때 서운하고 섭섭하다. 돌이켜보면 나도 장애를 얻기 전에 그러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장애인들끼리만 사는 세상이 아니다. 다함께 참여하고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래서 부천시협회는 여행을 가도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섞여 가고 회비도 가능하면 단 돈 천원이라도 장애인들이 함께 부담하도록 한다. 함께 참여한다는 의식은 비장애인이나 장애인 모두에게 중요한 것이다.

-앞으로 하고 싶은 사업이 있다면?
=행사를 여러 번 주관해 보니 일회성으로 한 번 하고 마는 행사도 좋지만 지속적인 교육사업 등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장애인의 문화예술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장애 유형 별로 문화와 예술을 교육시키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
나 스스로 장애인이지만 10여년간 장애인들을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그 모든 일들을 하나님 보시기에 의롭게 진행해왔다고 자부한다. 무엇이든 주어지는 일은 내가 맡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다. 앞으로도 지켜봐 달라.


송하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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