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로 질식사한 중증여성장애인 장례식, ‘활동보조 없어 참변’

집에서 난 화재를 피하지 못하고 질식해 숨진 故김주영(34·여)씨의 장례식이 30일 오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장으로 서울 광화문에서 열렸다.
김 씨는 뇌병변 1급의 중증장애인이면서 장애인 차별을 거부해 온 활동가이기도 해 이날 장례식은 사회 각계각층의 큰 관심 속에서 진행됐다.
민주통합당 남윤인순, 통합진보당 이상규 의원, 진보정의당 노회찬 대표 등 정치인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 및 시민 등 약 400여명이 참석했으며 장례식 후에는 보건복지부까지 행진도 했다.


김주영 씨는 혼자서 식사나 용변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장애인이었으나 활동보조인이 저녁 11시에 퇴근한 뒤여서 혼자 있다가 변을 당했다.
김 씨는 지난 26일 새벽 집에 불이 난 것을 알아채고 119에 신고했으나 혼자서는 네 걸음 떨어진 집 밖으로 나갈 수 없어 질식사하고 말았다.
고인과 함께 활동해 온 김광이 여성인권연대 ‘장애와 여성 마실’ 대표는 “입에 펜을 물고 119에 전화를 걸만큼 정신이 있었는데 얼마나 사람을 찾았을까”라며 “네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남은 사람들이 끝까지 싸우겠다”고 흐느꼈다.


노회찬 국회의원은 “김주영 씨의 죽음은 명백히 사회적 타살이다”고 규정해 다수 참석자의 마음에 불을 지폈다.
노 의원은 “김 씨는 죽은 뒤에야 휠체어가 필요 없는 세상으로 갔다”며 “장애인은 동정과 시혜의 대상이 아니며 모든 장애인은 대한민국 헌법에 보장된 이동권, 학습권 등 기본권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공동대표는 “중증장애인에게 24시간 활동보조가 필요하다고 이명박 정부 5년 내내 말했다”면서 “그런데 보건복지부는 ‘돈이 없으니 일단 기다리라’고 한다”고 분해 했다.


박 대표는 “사람이 밤에 혼자 자다 죽는데 우리가 복지부 말대로 마냥 기다리고 있어야 하느냐”며 “호흡기 잡을 힘도 없는 장애인이 호흡기가 벗겨지자 그냥 죽는데 우리가 기다려야 하느냐”고 정부를 강하게 성토했다. 
박 대표는 또한 “지금 정부와 보건복지부는 인천에서 장애인 인권을 두고 국제회의를 하고 있다”며 “여기에 김 씨 사망에 대해 사과를 받으러 가겠다고 했더니 ‘예의에 어긋난다. 왜 국제 대회를 망치려고 하느냐’고 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박 대표는 “이것이 김주영 씨의 죽음에 대해 우리가 들을 수 있는 답”이라며 “이 권력에 대해 투쟁하고 24시간 활동보조인 보장 받자”고 강조했다.


현재 활동보조서비스를 원하는 장애인은 35만명에 이르지만 정부는 활동보조의 대상을 1급 장애인으로 제한하고 엄격한 판정기준에 따라 5만명에게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활동보조서비스는 24시간 제공하는 것이 아니어서 활동보조인이 퇴근한 이후에는 화재나 불의의 사고에 노출돼 있다. 지난 달 중증 근육장애인인 허정식 씨가 활동보조인이 없는 상황에서 호흡기가 떨어져 사망한 사건도 김주영 씨와 유사한 사례이다.


한편 전장연 회원 등은 장례식이 끝난 뒤 종로구 보건복지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기 위해 행진을 시작했으나 경찰 측이 도로진입을 막아서면서 충돌이 빚어졌다.
일부 장애인들은 경찰 저지선을 뚫고 전동휠체어를 탄 채 도로로 들어갔다가 경찰과 곳곳에서 수 차례 충돌을 빚어 이 일대 교통이 큰 혼잡을 빚었다.
한 장애인은 “김주영 씨는 휠체어에 탄 채 사람들이 정해준 길만 다니며 살았다”며 “이제 죽어서라도 그가 원하는 곳 어디나 갈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울부짖었다.
결국 전장연은 보건복지부를 500m 가량 남겨두고 3시간 동안 경찰과 대치하다 향후 투쟁을 결의한 뒤 해산했다. 박경석 대표는 보건복지부를 따로 방문해 항의하고 사과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하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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