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장애인 합동결혼식, 최근엔 장애학생 교육욕구 실태조사
“도움 주는 복지회, 장애인 단체들 역량 집중할 기회 만들겠다”

(사)경기도신체장애인복지회(이하, 신체복지회)는 1982년 설립 이래 30년간 경기도 신체장애인들의 복지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단체 설립과 동시에 시작된 ‘장애인 합동결혼식’은 가난한 장애인 부부의 허니문 드림을 현실로 만들어 왔고 장애학생과 후원인을 연결해 멘토, 멘티로 1대1 자매결연을 맺는 ‘사랑의 끈 연결운동’은 장애학생의 취업과 사회활동에 지속적인 도움을 줘 자립기반의 토대를 만들고 있다.


또한 신체복지회는 경기도내 장애학생의 교육욕구 실태조사를 통해 장애학생들이 교육받을 권리를 실현할 수 있도록 정책보고서 작성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호사다마(好事多魔, 좋은 일에는 탈이 많다)라는 말처럼 신체복지회는 지금도 경기도장애인복지회(이하 장애인복지회) 일로 내홍을 겪고 있다.
“어떤 일이든 대화를 통해 해결하지 못할 것이 없다”고 말하는 김영석 회장을 만나 경기도신체장애인복지회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장애인 활동에 뛰어들게 된 계기는?
=오래 전 만난 어떤 여성장애인은 목과 손만 조금씩 움직일 수 있을 뿐 몸은 전혀 움직이지 못하는 중증 장애인이다. 이 여성장애인의 꿈이 뭔지 아나? 바로 태양을 마음껏 보는 일이다. 남의 도움 없이는 외출은 물론 대소변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이 여성의 꿈은 누구보다 소박하다. 그런데 이 여성에게도 직업이 있다. 바로 사람들에게 모닝콜을 해주는 일이다. 하지만 최근엔 핸드폰 등이 많이 발달하면서 그 일 하기도 힘들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런 중증장애인들이 사회의 보호를 제대로 받고 있느냐 하면 그렇지 않다. 지방에 가면 현실은 더 비참해 진다. 나도 왼팔을 못 쓰는 장애인이지만 더 어렵고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무엇이라고 하고 싶었다.

-장애인복지회 일이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다.
=경기도장애인복지회는 원래 시한부 조직이다. 한국신체장애인복지회가 사라질 것에 대비해 만들어진 조직이고 법원 판결에 따라 한국신체장애인복지회의 하부조직이라는 사실이 명확해 졌으므로 장애인복지회는 해산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걸 갖고 사업을 해서 이익을 얻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신체장애인복지회는 1981년 설립될 당시 만 20년간 존속하는 조건으로 법인허가를 받았고 존속기간 만료일이 다가오자 당시 경기도 지부장이었던 이 씨가 신체장애인복지회의 승인 하에 장애인복지회를 설립했다. 이마저도 신체장애인복지회가 존속하면 장애인복지회의 법인설립은 효력이 없다는 경기도의 허가조건이 붙었다.)

-현재 상황은 어떤가?
=최근 장애인복지회가 총회를 열어 회장을 다시 선출했다. 장애인복지회는 한국신체장애인복지회의 하부 조직이므로 이는 법적으로 인정될 수 없는 일이다. 총회를 하려면 중앙회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 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해 경제적, 시간적 손실이 엄청나다. 경기도에만 62개 지부가 있는데 경기도장애인복지회 문제로 회원들 간에 갈등이 나타났다. 특정인이 욕심을 버리지 않고 일부 장애인을 선동하고 있다. 두 단체간 갈등에 도 지원사업, 장애인복지회 자체사업, 경기도 31개 조직 인사문제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얽혀 있다.

-어떻게 해결할 생각인가?
=장애인복지회 이용택 회장을 만나기 위해 지난 6월부터 수 차례 대화제의를 했다. 처음엔 좋다고 하더니 아무 연락이 없다. 그런데 그 밑에 지부장들은 대화제의 자체를 모르고 있더라. 다같이 의논해서 결정할 일 아닌가. 특정인이 임의로 조직을 조정한다고 판단할 수 밖에 없다. 어떻게든 만나서 허심탄회하게 서로의 의견을 듣고 공론화 과정을 거쳐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 아직도 법적 분쟁이 계속되고 있는데 못마땅하다. 남과북도 만나는데 같은 경기도 내에서 왜 못 만나나. 안타깝다. 물리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자고 했으면 진작했다. 그러나 장애인 단체 간에 그런 일이 발생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중앙회 사무총장 시절부터 물리적 충돌은 최대한 억제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 사실을 이 회장이 알아줘야 한다.

-복지회 현안문제는?
=장애인 합동결혼식은 올해 29회를 맞는 신체복지회 전통사업이다. 경제적 어려움, 생활고 등의 이유로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분들을 위한 행사다. 이 사업은 정장부터 드레스, 신혼여행 비용까지 가난한 장애인들의 결혼의 꿈을 이루기 위해 모든 지원을 다하기 때문에 예산이 많이 든다. 그런데 전임자의 실수로 2010년도 합동결혼식 예산을 반납한 뒤 경기도 예산지원이 중단됐다. 각 지부장들이 난리가 났다. 장애인 합동결혼식은 경기도가 예산 지원을 재개해서 꼭 다시 살려야 한다. 하지만 도가 올해 장애인 관련 예산을 동결할 계획이어서 합동결혼식 예산이 또 빠질 것이란 얘기가 있다. 경기도가 이 사업을 외면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흰머리가 희끗희끗한 노년의 장애인 부부가 예식장에서 흘리는 눈물을 알고 있다면 예산을 살려야 한다. 내년도 장애인 합동결혼식 예산이 또 누락되면 가만있어서는 안된다는 얘기가 많다.

-사랑의 끈 연결운동은 어떤가.
=이 사업은 장애학생과 후원인이 1대1 자매결연을 맺고 경제적 지원과 함께 멘토·멘티로서 사회 전반에 대한 조언과 취업, 사회활동 등에 관해 지속적인 도움을 주는 사업이다. 올해는 지난 9월 안양에서 특수학교 및 초·중·고 특수학급 장애학생 28명과 각각의 후원인을 비롯, 시민 1천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멘토·멘티 조인식과 장학금 전달식 등을 가졌다. 우리나라에만 8만2천665명의 장애아동 및 청소년이 있다.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 지속적이고 특화된 복지교육 사업으로 전개하겠다.

-장애학생 교육실태조사는 뭔가?
=장애학생 중에 초중고 대학교를 모두 다닌 학생이 있다면 장애 정도가 비교적 가볍거나 엄청난 열정을 가진 학생이 아닐까 한다. 시설에 있는 아이들은 교육이 아닌 수용시설 개념에서 장애 정도가 가벼워도 고등교육을 받기가 어렵다. 장애인들에게도 당연히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 장애유형이 특이하고 장애정도가 심하다고 교육사각지대에 방치되는 아이들이 있어서는 안된다. 이들을 위한 맞춤형 교육이 조속히 실시돼야 한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에는 장애학생을 위한 교육정책 자료조차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장애학생 교육욕구 실태조사를 경기도 전역에서 실시 중이다. 대학교수 연구팀과 함께 정책보고서를 작성해 대안은 무엇이 있는지 열심히 고민하고 있다.

-앞으로 복지회 계획은?
=경기도의 12개 장애인 단체가 함께 만나 의논하고 역량을 집중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다. 장애인 정책이 일방적으로 설정될 때 단합된 힘과 심지어 집단행동이 필요할 때가 있지 않나. 마음을 터놓고 대화를 하면 해결 못할 일이 없다. 우리 장애인 단체들이 먼저 하나가 돼야 한다.
복지회 차원에서는 장애인 뿐만 아니라 노인, 장애학생, 다문화학생까지 자립할 수 있는 사업영역을 개발하고 특정분야에서 자신의 역량과 재능, 소질을 발휘해 함께 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겠다. 또한 장애인에게 필요한, 절실한 자활사업과 비장애인이 장애인의 고충과 입장을 이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 및 운용하겠다. 장애인 스스로 경제적 활동을 통해 자립할 수 있는 복지사업을 전개함으로써 중앙회의 슬로건인 ‘도움 받는 복지회에서 도움 주는 복지회’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또한 사랑의 끈 연결운동과 장애인 합동결혼식도 보다 열심히 추진해 희망적인 진로설계와 알찬 행복을 만들어가는 복지회를 만들겠다.

-경기복지신문 독자에게 한 마디 해달라.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돼야 한다. 우리가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부끄러워 할 필요도 없고 우리 스스로 남들과 구분 지을 필요도 없다. 장애인이기 때문에 ‘이런 행동은 괜찮겠지’하며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행동을 해선 안된다. 언동에 더 신중해야 한다. 이 사회가 우리의 권리를 제대로 보장해주지 않을 때도 있지만 사회에 이바지 할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하지 않을까. 국가 역시 많은 장애인 단체들이 국가가 해야 할 일을 대신하고 있으므로 수익사업이나 예산지원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본다. 많은 단체들이 여전히 힘들고 어려운 여건에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송하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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