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총, ‘장애복지예산은 인권’ 장애인지 예산 도입 촉구

국가재정법 개정해 예산수립 과정부터 장애인 차별 없애야

늘 제자리에 머물고 있는 장애인복지의 체감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장애인지 예산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은 12일 성명서를 내고 “장애인 차별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국가재정법의 개정을 통한 장애인지 예산제도 도입”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 단체는 “정부는 그간 다양한 장애인복지정책을 펼쳐왔으나 예산확보의 어려움으로 인해 장애인 복지의 이념과 목표를 상실한 나머지 정책프로그램이 발전하지 못하는 심각한 문제점을 안게 됐다”며 “장애인지 예산제도는 기존의 시혜적 차원의 접근이 아닌 인권의 차원에서 근본적인 장애인 문제 해결을 가능하게 하는만큼 조속히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장애인지 예산제도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 다른 욕구를 고려하여 예산을 분배함으로써 불평등을 감소시킨 예산 집행을 추구하는 제도를 말한다.
구체적으로는 국가 일반예산 안에 장애인에 대한 차별적인 요소가 있는지 확인하여 가장 기초적인 예산수립 과정에서부터 불평등이 없도록 한다는 것이다.


한국장총은 “정부와 국회는 장애 인지 예산제도가 단순히 장애복지예산의 증액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는 것을 인지하고, 장애인지 예산제도가 국가재정 건정성 악화를 유발한다는 오해와 편견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장애인복지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예산수립 단계부터 일반예산에 대해 장애분리 통계를 구축하고 장애인에 대한 차별적 요소가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를 위해 한국장총은 ▲국가 예산이 장애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장애인지 예산보고서’ 정기 발표 ▲장애인지 정책과 예산 편성에 대한 지침을 중앙과 지방의 전 공공기관이 마련할 것 ▲장애인지 정책과 예산편성 계획 및 성과보고서 작성 ▲장애인 차별 요인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사회적 기반을 구축할 것 등을 요구했다.
장애인지 예산과 비슷한 개념의 ‘성인지 예산’은 98년 공론화를 시작해 2006년 국가재정법에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2010년부터 모든 중앙부처에서 성인지 예산서와 결산서를 제출하고 있다.


이 제도는 예산 수립 및 집행 과정에서 남성과 여성의 요구와 관점을 고르게 통합함으로써 의도하지 않은 성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양성평등에 기여하기 위한 정책이다.
예를 들어 공공화장실을 건립하는데 남성과 여성의 신체적 특성과 차이를 고려해 여성 화장실에 더 넓은 공간과 면적을 주고 건립비용도 더 많이 배정하는 것을 말한다.
여성의 신체적 차이를 무시하고 여성 화장실에 남성 화장실과 동일한 면적과 예산을 사용하다보니 결국 여성이 차별을 겪게 됐고 알게 모르게 발생하는 장애인차별문제도 동일한 관점에서 접근하고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장애인지 예산을 너무 성급하게 도입해선 안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장애인지 예산에 대한 선행 작업과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필요성만 갖고 성급하게 다가가선 안된다는 것이다.
목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김동기 교수는 14일 이룸센터에서 열린 ‘장애인지 예산 제도 도입 논의를 위한 토론회’에서 “지난 4월 서울시가 ‘장애인 희망서울 종합계획’을 통해 내년부터 장애인지예산제도를 시범 도입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으나 이 제도와 관련해 어떠한 연구나 통계도 없다”며 “전 세계적으로 장애인지 예산제도는 성인지처럼 효과가 객관적으로 증명된 것이 없고 국민의 동의와 인식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현재 비장애와 장애의 분류 통계와 연구 자료가 부족해 예산안을 조정할 때 어느 정도의 기준점을 제시할 것인지 찾지 못하고 있다”며 “일반 예산 분석을 시도할 수 있는 데이터 구축과 관련된 연구부터 먼저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한국장총 측은 “사회구조 변화에 따라 다양하고 복잡하게 발생하고 있는 장애인복지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인권적 차원의 장애인지 예산도입은 필수적이다”며 “이를 위해 국가 일반예산에 대한 장애분리 통계 구축 등의 선행작업을 조속히 실행하고, 하루 속히 장애인지 예산을 도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송하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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