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아우어 박사 방황하는 청소년기의 과제 등 2시간 열강

미니 인터뷰 §

김정기 시의원, 우리 교육이 나갈길 모색하는 국제특강 개최


입시위주의 공교육으로 인한 부작용은 날로 커지고, 학교폭력의 수위는 점점 높아만 가는 현실에서 우리 교육이 가야할 방향은 어디일까?
부천시의회 교육연구포럼(대표 김정기 의원)은 지난 13일 오후 한국루돌프슈타이너인지학연구센터와 함께 ‘교육혁신의 새로운 길을 찿아서’라는 제목으로 우리 교육의 방향을 모색하는 특강을 개최했다.
지난 30년간 발도르프 교육의 선구자로 활동해 온 볼프강 아우어(Dr. W. Auer)박사가 진행한 이번 특강은 영유아 보육에서부터 어린이의 초등교육과 청소년기의 고등교육에 이르기까지 우리 교육이 나아갈 길을 제시해 높은 호응을 얻었다.
부천시의회 한선재 의장을 비롯해 김정기 시의원, 이정희 (사)한국루롤프슈타이너인지학연구센터 대표, 어린이집 원장 및 교사, 학부모 등 200여명이 참석한 이번 특강은 시종일관 높은 관심과 열기 속에서 진행됐다.

자녀 양육의 3가지 조건
아우어 박사는 이날 부천시의회에서 행한 특강에서 우리가 자녀들을 훌륭히 양육하기 위해 필요한 것 3가지를 제시했다.
첫째는 적절한 역할 모델(Role model)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우어 박사는 “하나의 개별 인격체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본보기 즉 다른 인격을 만나야 가능하다”며 “이러한 본보기는 진정 살아 움직이는 것이어야 하며 미디어를 통한 소통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교육에는 적절한 시점이 필요하다는 아우어 박사의 지적 또한 우리 교육 현실에서 크게 되새겨 볼만 하다.
요즘 사람들은 교육 시점에 대해 크게 신경쓰지 않으며 오히려 하루라도 빨리 가르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학부모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아우어 박사에 의하면 일정한 내용을 교육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시점과 공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물론 6세 이전이라 해도 특정한 방법을 통해 읽고 쓰기를 배울 수는 있으나 이렇게 글을 배운 아이들을 5,6학년이 된 뒤에 조사해보면 결과적으로 조기교육이 실패했다는 것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인간의 교육은 관계맺음을 통해 천천히 이뤄지기 때문에 직선이 아닌 돌아서 가는 것이며 계단을 오르듯 단계를 밟으며 진행된다는 내용도 큰 호응을 얻었다.
아이에게 있어서 긴요하고 꼭 필요한 것은 관계맺음이며 어린 시기의 관계 맺음이 성년 시기의 생활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 증명된다는 것이다.
영유아 시기에 사람과의 관계가 강하고 안정감 있게 이루어지면 훗날 용기 있고 단단한 사람으로 성장하며 동시에 다른 사람과의 관계도 잘 이뤄져 베푸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우어 박사는 “사람의 성장, 교육은 천천히 단계를 밟아야 한다”며 “영유아기의 관계맺음이어떻게 이뤄졌느냐에 따라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밝혔다.

영유아 학습의 3가지 조건
아우어 박사는 아이들을 위한 학습의 조건도 제시했다.
만 6~7세 시기는 아이들이 스스로 행위하고 해보는 것을 통해서만 배울 수 있다. 이 자발적인 체험은 몸 전체를 움직여서 해보는 것이 중요하며 전신을 사용해야 한다.
아우어 박사는 ‘이 시기 아이들에게는 설명, 훈계, 지도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며 ”단지 주변에 자극을 줄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항상 ‘감각’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는 지적도 빠지지 않았다. 더 자주 활용해야 발달할 수 있는 오감감처럼 아이가 기본적으로 지니고 있는 감각의 능력은 계속 활용을 해야 발달하게 된다.
아우어 박사는 “모든 감각은 사용해야만 발달하고, 학습을 위한 기본은 이러한 감각의 발달을 기반으로 한다”며 “자의식이라는 것은 우리의 몸을 느껴야 비로소 생길 수 있으며 이것이 마련되지 않으면, 타인도 느낄 수 없다”고 말했다.
유아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학습의 형태는 놀이라는 가르침도 나왔다. 유아기의 판타지에 의한 놀이는 학습기의 창의력에 도움을 주며 상상력을 확장시켜 다른 능력까지도 끌어올린다고 한다.

청소년기에 유의할 3가지

방황하는 청소년기에 유의해야 할 3가지 과제도 제시됐다.
우선 청소년기에 가지고 있는 세상에 대한 관심을 개발하고 발달시키도록 유도해야 한다. 또한 아이의 입장에서 세상의 좋고 나쁜 일들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아우어 박사에 따르면 아이들은 전쟁이 일어나면 왜 일어났는지 세상일의 원인과 의미를 알고싶어 한다. 만약 이 시기의 아이가 개별적인 삶과 사건과 행동에 의미가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면, 자살까지 생각할 수 있다고 한다.
자신이 세상에 쓸모있는 사람이라는 자각도 중요하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직접적인 경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컴퓨터를 통한 경험이 아니라 사회봉사와 같이 실제적인 활동을 통한 직접적인 체험이다. 이 체험이 결여되면, 자신의 가치를 느끼지 못하고, 폭력을 행사하거나 자신을 학대하는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고 아우어 박사는 말한다.
아우어 박사는 “교육은 직접적인 만남이자 관계맺음이다”며 “육아, 학교 현장 어디든 교육자와 아이 모두 즐거운 것이어야 한다”고 특강을 맺었다.

송하성 기자

 

 § 미니 인터뷰 §

김정기 부천시의회 의원(교육연구포럼 대표)

김정기 부천시의회 의원(교육연구포럼 대표)

 

김정기 부천시의회 의원(교육연구포럼 대표)

 

=이번 특강을 개최한 이유는?
-교육은 자신이 가지고 태어난 능력과 기질을 잘 살리고 가꿔 자아실현을 해나가는데 필요한 길잡이와 같다. 그러나 적자생존의 가치가 강조되고 기존 질서를 일방적으로 주입시키는 입시 위주의 공교육과 학교폭력의 심각성이 버틸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 다다라 ‘진정한 교육에 대한 고민’과 ‘교육혁신의 길’에 대한 방안 모색이 매우 급박해졌다. 이번 특강이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봤다.

=발도르프 교육이 중요한 이유는?
-발도르프 교육은 1994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네스코 세계교육장관회의에서 ‘21세기 교육개혁의 모델’로 선정됐다. 아동과의 진정한 내적 만남을 이루고자 노력하며 인지학과 발달심리학의 의미를 늘 새롭게 마음에 새기는 발도르프 교육은 전세계적으로 그 가치를 새롭게 평가받고 있다. 아동의 창의성과 사회능력을 계발하는 다양한 교육현장에서 발도르프 교육의 가치는 더 높아지고 있다.

=우리 교육의 문제점은?
-디지털 시대의 개막으로 아이들과 청소년들이 누려야 할 유년기와 청소년기의 다양한 권리들이 과도한 학업과 인터넷 매체를 비롯한 각종 디지털 매체에 잠식당하고 있다. 당연한 결과로서 학교폭력의 수위는 점점 높아지고, 기존 교육의 틀로부터 소외받는 청소년들이 날로 늘어가고 있다. 이 아이들을 돕는 것이 우리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이지만, 많은 어른들이 어떻게 아이들에게 다가가야 할지 알지 못한다.

=이를 해결할 방안은 무엇인가?
-어려운 질문이다. 요즘 너무 더워 열 살짜리 딸과 물놀이를 자주 다닌다. 지금 이 순간에 그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것, 그리고 내가 당장 우리 아이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자주 생각한다. 아이가 아빠를 필요할 때는 보호자로서 돕고 지원하는 것, 아이가 더 크면 친구로서 가까이 있으며 자주 대화하는 것, 무엇보다 끝없는 사랑과 인내로 어려운 시기를 함께 헤쳐나가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런 노력에 더해 아우어 박사의 특강을 잘 경청하면 답이 나오지 않을까?

송하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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