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도 5시간 기다려, 관람포기 ‘속출’

조직 위의 ‘눈 가리고 아웅’

국내외의 큰 관심 속에서 진행되고 있는 2012여수세계박람회가 장애인에 대한 관심과 배려 부족으로 장애인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입장권 50% 할인, 장애인 전용 주차장 설치 등 사회적 약자의 관람 편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엑스포 조직위의 발표와 달리 장애인들은 인기관의 관람을 조기에 포기하거나 계획보다 일찍 박람회장을 떠나는 등 불만이 쌓이고 있다.
관람객수 200만명을 훌쩍 넘긴 여수엑스포가 장애인을 어떻게 홀대하고 있는지 살펴봤다.
 


장애인도 5시간 기다려라

여수박람회 조직위는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의 관람 편의를 위해 복지카드(1~4급) 소지 장애인 입장권 할인, 1~3급 장애인의 경우 동반 보호자 1인도 동일한 할인혜택 부여 등 여러가지 배려를 하고 있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특히 각 전시관에서는 장애인에 대해 동반자 1인과 함께 우선 입장을 하도록 하겠다고 밝혔으나 현실은 조직위의 발표와 달랐다.
인기관인 아쿠아리움의 경우 주말에는 입장 개시 1시간 만에 대기 행렬이 2~3㎞ 가량 늘어서면서 5시간 이후에나 입장이 가능한 상황이 된다. 아쿠아리움은 1일 2만명, 시간당 2000명이 최대 수용인원임에도 주말에는 6만~7만명이 몰려들면서 관람객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는 것.
건강한 신체를 가진 비장애인들도 가만히 서서 5시간을 기다리는 것은 무척 힘겨운 일인데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이런 기다림을 감당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줄서기를 통제하는 자원봉사자 누구도 장애인에게 우선입장 대상임을 알리지 않았다. 이 때문에 엑스포 공식홈페이지에는 장애인을 비장애인과 똑같이 기다리게 한다는 비난의 글이 쏟아졌다.
한 2급 지체장애인은 “정문 들어가는 건 장애인 우선 입장이 있어 다행인데 인기전시관은 너무 줄이 길어 2시간 이상 기다리느라 다리가 터지는 줄 알았다”며 “세계인들이 주목하는 행사에 장애인을 위한 배려가 없는 건 무척 슬픈 일”이라고 지적다.

 

조직 위의 ‘눈 가리고 아웅’

오랜 기다림 끝에 입장을 한다해도 불편이 계속되기는 마찬가지다. 1시간을 넘게 기다린 끝에 들어간 한국관은 장애인을 비장애인과 완전히 분리시켜 관람토록해 차별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관은 장애인이 일행과 떨어져서 보호자 1인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입장한 뒤에도 철저히 일행과 분리된 상태에서 관람하도록 통제를 가했다. 휠체어를 밀던 한 보호자가 일행에게 가서 말을 걸려하자 안내직원은 전시관 뒤편의 장애인석(?)에서 이탈하지 말 것을 경고했다.
한 장애인 관람객은 “장애인이니까 배려를 받는다는 느낌이 아니라 격리시켜서 차별한다는 느낌을 관람 내내 받았다”며 “다른 전시관도 아닌 한국관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한국사회가 장애인을 대하는 현실을 웅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애인 관람객을 배려한다는 엑스포 조직위 측의 ‘눈 가리고 아웅하기’는 이뿐만이 아니다. KTX나 고속버스를 이용해 여수에 도착한 장애인은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해야 하는데 여수 시내 전체에 장애인 콜택시가 9대에 불과하고 그나마 엑스포 행사장에 배치된 차량은 1대뿐이다.
거기다 엑스포를 통과하는 저상버스가 한 대도 없는 것은 물론 일반 콜택시 역시 타기가 쉽지 않아 자가용을 이용하지 못하는 장애인들은 엑스포를 구경할 방법이 없다.


장애인 단체에서 일하는 한 관계자는 “장애인 40여명을 데리고 여수엑스포에 다녀왔으나 자원봉사자의 지원도 빈약하고 전동휠체어도 대여해 주지 않아 엄청난 고생을 했다”며 “장애인들은 뒷전으로 미뤄두고 비장애인만을 위해 엄청난 예산이 소요되는 국가적 행사를 치른다면 세계인들이 수긍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하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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