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체장애인을 위한 현실적인 정책과 지원 필요”

- 리프트차량 증차가 가장 시급한 문제
- 3만여 성남 지체장애인들의 발이 되어주고파

 


“남들이 보면 비장애인처럼 보이지만 저도 18년 전 건설현장에서 사고를 당해 오른쪽 팔을 다쳤어요. 당시에는 신경까지 마비되면서 정말 심각한 상황이었죠”

 

허윤선 경기도지체장애인협회 성남시지회장은 지체장애 5급, 당시만 해도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매우 부정적이었기 때문에 장애 판정을 받을 때 무조건 낮은 등급을 받았다고 말했다. ‘나는 멀쩡한데, 왜 장애인을 만드냐?’라는 의문이 자연스러웠던 시대에 장애인이라는 낙인이 찍혀 건설회장 과장직을 그만두고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되어버렸다.

아픈 부인과 함께 낯선 땅 용인에서 살던 하루하루, 우연히 운동을 하러 찾은 복지관에서 자신보다 더 힘들게 살고 있는 장애인들을 만났고 그 길로 봉사하는 삶을 시작하게 되었다는 허윤선 회장.
지금은 장애인으로 살아가는 게 전혀 부끄럽지 않고 오히려 힘들게 살아가는 지체장애인들의 발이 되어주고 싶다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성남시지회장이 되기까지
- 용인시 지체장애인협회에서 작게나마 봉사를 해오던 중 아픈 부인과 함께 살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했다. 그래서 지회장께 특별히 부탁해 월급을 받을 수 있는 리프트차량 운전을 시작했다. 그러던 중 3개월 만에 부회장직을 권유받았고 세 번째 권유 만에 부회장과 리프트차량 콜부장을 겸직한다는 조건 하에 승낙해 월급도 받고 명예직까지 얻게 되었다. 당시 용인에서 오랫동안 활동해오던 분들에게는 낯선 이방인이 3개월만에 부회장에 오르는 게 못마땅했던 것 같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뺀다고. 하지만 그렇게 불평불만을 하던 분들에게 오히려 나를 보며 자극을 받고 활동하라고 큰 소리를 치며 협회를 위해 정말 열심히 뛰어다녔다. 그래서 5개월만에 회장 업무대행까지 할 수 있었고 그렇게 2년 동안 활동한 것이 성남에 와서 도움이 많이 된 것 같다. 원래 살던 곳이 성남이었기 때문에 작년 1월 30일부터 성남지회장으로 임명 받아 활동하고 있다.

Q. 지체장애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 장애인 200명당 리프트차량 1대씩 제공해야한다는 지침이 분명 있다. 하지만 지체장애인이 3만 명 넘는 이곳 성남에서 협회에 배당된 차량은 단 한대뿐이다. 일주일 전에, 한 달 전에 예약해도 이용할 수가 없다. 용인에서 일할 때도 처음에는 콜 차량 이동반경을 용인시 내로만 제한해 시에 항의를 많이 했었다. 5개월을 싸운 끝에 서울까지 이동할 수 있도록 바꿔놓고 왔는데, 성남도 마찬가지였다. 성남에서도 5개월 동안 항의를 한 끝에 지금은 서울까지 차량 이동이 가능하다. 전동휠체어를 타는 분들은 택시를 타고 버스를 타고 이동할 수 없다. 장애인을 위해서 콜 차량을 만들었으면 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지 누구를 위한 콜 차량이냐. 장애인을 위해서면 서울에 있는 병원도 가야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차량은 턱없이 부족하다. 예약이 힘드니 차라리 없애라는 의견이 오히려 지배적이다. 그래서 시에 여러 차례 건의를 넣지만 예산문제로 쉽지 않다는 대답만 받아왔는데, 내년에는 차량을 증차해주겠다는 대답을 들었다. 그러나 한, 두 대로는 안 된다. 이것은 반드시 해결해야할 가장 시급한 문제다. 지체장애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다리가 되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Q. 협회에서 주로 하는 일은
- 요즘은 편의시설 센터를 적극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올해까지 경기도 내 31개 모든 시, 군에 이 편의시설 센터를 설치했는데, 편의시설은 건축물을 지을 때 장애인화장실이나 경사로 등을 포함하는 것을 말한다. 요즘에는 준공 전 마지막 단계에 이 편의시설을 잘 갖춰놓았는지 확인하고 꼭 센터장의 도장이 들어가야 공사를 시작할 수 있다. 현재 사무실에서 건축을 전공한 팀장 두 명과 같이 일하고 있는데, 굉장히 좁은 곳에서 덥게 일하고 있다. 시에 사무실을 좀 늘려달라고 여러 번 요구했지만 아직도 대답을 못 듣고 있다.
 
Q.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 장애인 보장구 수리센터가 성남의 한 복지관에서 천만 원 넘게 예산을 지원 받아 운영하고 있는데, 문제가 많다. 보장구 수리센터를 이용하는 분들은 거의 대부분 지체장애인들이다. 그래서 복지관장을 만나 이야기했더니 휠체어나 스쿠터가 고장 나서 수리를 하려면 한 달이 넘게 걸린다고 한다. 다른 시에서는 보장구 수리센터를 지체장애인협회에서 운영해 고장 났다는 신고를 받으면 즉시 심부름 차가 바로 나간다. 하지만 성남시는 직접 가져가서 수리를 해야 하고 시간도 오래 걸리고 있다. 분명 운영에 문제가 많은 것이고 시 예산만 낭비하는 꼴이다. 그래서 지체장애인협회로 운영을 넘기라고 하니까 못 넘긴다는 대답을 들었다. 앞으로는 도에서 지체장애인협회에 적극적으로 보장구 수리센터를 운영하도록 만들고 있다. 내년부터는 이런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우리 협회차원에서 적극 노력하겠다.

Q. 협회회원들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 성남시 지체장애인만 3만 명이 넘는데, 회장으로 오기 전에 2천3백명이 정회원으로 등록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제대로 확인해보니 500여명뿐이었다. 그 회원을 1년 넘게 회장으로 일하면서 천3백명까지 올려놓았다. 아직까지 홍보가 부진한데, 한 달에 천 원씩 회비를 내면 정회원으로 활동할 수 있다. 정회원은 체육대회 등 각종 행사에 우선적으로 초대를 받고 혜택을 주게 된다. 요즘에는 누구는 데려가고 누구는 데려가지 않는다는 불평불만도 듣고 있는데, 정회원 놔두고 비회원을 데려갈 수는 없지 않느냐. 정식으로 회원으로 등록해주길 바란다. 지금은 모든 것들이 다 투명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회비를 허투루 쓰지도 못한다. 모든 회비는 경기도협회로 들어가고 그 중 일부 지원을 받아 사용한다. 행사 후에는 항상 지출내역을 보고서로 작성하여 공고하기도 한다. 다가오는 6월 22일 금요일에는 성남종합운동장 실내체육관에서 제3회 지체장애인 한마음 체육대회를 개최한다. 지체장애인들은 참여를 하고 싶어도 날씨가 궂으면 많이 못 오시는데, 아무튼 관심을 갖고 많은 분들과 함께하는 축제가 되길 바란다.

Q. 한마음 체육대회 소개
- 올해로 3회째 진행되는 체육대회 행사이며, 6월 22일 금요일 오전 10시부터 저녁6시까지 성남종합운동장 실내체육관에서 진행된다. 준비된 종목은 훌라후프, 윷놀이, 보드게임, 화살촉꽂기, 팔씨름 등이고 선수(응원단)과 진행요원(자원봉사자) 약 400여명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체육대회 행사는 장애인들에게 취약할 수밖에 없는 각종 스포츠와 다양한 문화 활동을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장애인에게 체육활동은 가장 자연스러운 치료형태이며, 전통적 신체치료를 완결시켜주는 효율적 수단이기도 하다. 이번 체육대회는 체육활동과 문화 활동을 동시에 병행해 그동안 집에서만 갇혀 지냈던 장애인들에게 자신의 이웃들과 더불어 생활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고 각종 스포츠 종목에 참여함으로써 성취의욕도 불태울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건강한 신체활동을 통해 많이 웃으면서 정서적으로도 도움을 받고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주변 이웃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다. 집에만 있는 많은 지체장애인들이 밖으로 나오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호탕한 웃음으로 장애를 인정하고 자신보다 불편한 삶을 살아가는 이웃들을 위해 봉사하는 허윤선 회장. 남은 임기동안 순대국 한 그릇 나눠먹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소탈하고 친구 같은 회장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비록 몸은 불편하지만 마음에는 장벽이 없는 지체장애인들의 발이 되어 3만여 성남시 지체장애인들의 희망이 되어 주길 기대해 본다.

박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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