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능력있는 기초수급자 거르고, 의료비 본인부담금 올려

기초수급체계 '개별지원' 전환, 차상위는 '소득역전' 개선

정부가 장기적으로 일할 능력이 있는 빈곤층은 기초생활 수급 대상에서 걸러내는 등 국민기초생활 보장제도의 전면 개편을 추진한다. 또한 사실상 빈곤층이지만 기초생활 수급 대상이 아니라 복지 사각 지대에 방치된 차상위 계층을 적극 지원하기 위한 방안도 마련된다.
정부는 1일 관계부처 장관들이 참석한 ‘1차 재정관리협의회’를 개최한데 이어 4일에는 김황식 국무총리 주재로 ‘제2차 사회보장심의위원회’를 열고 기초·차상위 균형 지원, 기초생활보장제도 사각 지대 해소, 기초생활 통합급여체계 개편 등에 대해 논의했다.

 

능력있는 기초수급자 거른다
정부는 우선 근로 능력이 없는 빈공층은 보호를 강화하지만 근로 능력이 있는 수급자의 경우 수급기간 제한, 재수급 요건 강화 등 자기 책임을 강화는 방향으로 기초수급제도를 개편하기로 했다. 
특히 기초생활수급자의 의료급여 본인 부담률이 낮아 의료서비스 이용이 일반인보다 3배 이상 과다한 상황에 주목해 본인 부담금을 늘려서 불필요한 병원 이용을 줄이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정부는 또한 단기적으로 차상위계층(소득인정액이 최저생계비의 120% 미만인 계층)에 대한 주거 고용 등의 복지 지원을 늘리기로 의견을 모았다. 정부 지원이 기초생활 수급자에 집중됨에 따라 기초수급자의 소득이 차상위계층보다 높아지는 ‘소득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0 빈곤 실태 조사’ 결과 기초생활 수급자의 월평균 소득은 정부 지원금을 포함해 87만 5천원으로 차상위계층의 83만 9천원보다 많았다. 기초생활 수급자는 통합급여로 매월 50만 8천원을 지원받지만, 차상위 계층에 대한 지원금은 13만원에 그치기 때문에 나타난 역전 현상이다.

 

기초수급 혜택 차상위 확대한다
정부는 이러한 소득 역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계부처 특별팀을 구성ㆍ운영해 주거?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초수급자와 차상위계층간 균형지원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사회보장심의위원회는 근로능력이 있는 차상위계층의 근로 포기와 빈곤층으로의 전락을 방지하기 위해 일을 통한 재기를 유도하는 빈곤방지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또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떨어지기 전에 일자리 지원, 직업훈련 알선 등 본인의 근로능력을 최대한 활용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기초수급자에게 주는 영구임대주택, 전세 지원 등의 우선권을 차상위 계층에게도 주고 취업자 비중이 적은 차상위 계층 가구의 특성을 고려, 차상위 계층의 자립 촉진을 위해 근로장려세제(근로소득 액수에 따라 근로장려금을 지급하는 제도) 지원 및 고용 촉진 서비스 확대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중장기 대책으로는 기초생활 급여 분리와 조정 등이 검토되고 있다. 지금은 기초수급자로 지정되면 생계, 주거, 의료, 교육 등의 급여가 통합적으로 지원되는데, 이를 따로 떼어 수급자의 욕구별 특성에 맞게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통합 급여’에서 ‘개별 급여’로 체계가 바뀌는 셈이다.

 

복합적인 복지욕구 헤쳐모여?
그러나 이러한 시스템 전환이 기초생활보장지원금을 받고 있는 이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근로 능력 유무에 대한 판정 체계의 공정성 시비와 함께 수급자 제한과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어 자칫하면 복지 사각지대가 오히려 확대되는 역효과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더구나 국내 기초수급자는 60% 가까운 이들의 주거환경이 월세 형태로 불안정하고 90%의 기초수급자가 월소득의 20% 이상을 교육비로 지출하는 상황에서 복지욕구가 복합적인데 개별 복지욕구에 우선순위가 있을 리 없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복지부의 제도 개선이 기초생활 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의 삶의 불균형적 요소를 고치는 데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기초생활 수급자에 대한 통합급여 방식을 개별급여 방식으로 바꾸면서 기초생활 수급자의 생활이 낮아진다면 차라리 안하니만 못한 정책이 된다는 것이다.
차상위계층의 삶이 복지 사각지대에 방치된 현실을 개선하려는 정책 방향은 맞다고 할 수 있으나 기초생활보장제도의 개편은 어디까지나 ‘최저 생활 보장 원칙’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복지전문가들의 일관된 시각이다.

 

이번에는 사각지대 해소된다?
그러려면 예산의 새는 부분을 줄여 효율성을 최대한 높이되 필요하다면 예산 증액도 뒷받침해야 한다. 또 근로 능력이 있으면서 기초생활 수급자로 머물러 있는 이들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자활 근로 사업이나 근로 인센티브제 등을 확대하는 보완책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한편 정부는 생활 수준은 기초수급자와 유사하거나 오히려 낮지만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비수급 빈곤층에 대해 재산 환산 기준 등을 완화해 사각 지대를 해소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고졸·대졸 자녀가 기초 수급 중단을 우려해 취업을 포기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자립 기반이 형성되는 기간 동안 한시적으로 현물 급여(교육·의료)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보건복지부는 내년부터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여부를 판정할 때 적용되는 주거용 재산의 소득환산율을 4.17%에서 1.04%로 낮춘다고 6일 밝혔다. 실제 수입이 거의 없는데도 주택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기초수급자 판정 대상에서 제외된 빈곤층을 구제하기 위한 것이다.소득환산율 하향 조정에 따라 늘어나는 신규 기초수급 대상자는 대부분 노인이나 장애인으로 파악됐다.


이번 기초생활보장제도 개편 논의에 대해 김황식 국무총리는 “인기 영합적인 복지 논쟁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재정 건정성을 유지하면서도 보다 촘촘한 사회 안전망을 구축해 사회 보장의 사각지대를 지속적으로 해소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하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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