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만 명의 신장장애인의 수장

 

 

 

“신장장애인으로 살아온 지 22년. 자살기도도 3번이나 했고 이틀에 한번 받는 투석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이다”


하지만 이런 삶을 온전히 받아들이며 오늘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마음으로 신장장애인들을 위해 기쁘게 봉사하는 일꾼이 있다.
한국신장장애인협회 성남시지부장으로 일한 지 벌써 4년이 되었다는 유석현(53,신장장애 2급) 지부장. 지난해 11월에는 경기도신장장애인을 대표하는 경기협회 회장으로 취임하기도 했다.
취임 6개월이 됐지만 이제 사무실이 마련되어 아직은 제대로 된 활동을 할 수 없는 힘든 실정이지만 그동안 시끄러웠던 내부 사정을 이겨내고 달라진 신장장애인협회의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유석현 회장의 의지는 대단했다. 그에게 들은 신장장애인의 어려움과 앞으로 경기협회 차원의 계획들을 정리해봤다.

신장장애인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데, 간단한 설명 좀 부탁드린다.
=신장장애인들은 희귀난치성 질환으로 분류된다. 한마디로 시한부인생을 살고 있다고 보면 된다. 미국의 오래된 통계지만 신장환자들의 평균수명은 7~8년 정도로 알려져 있다.
만성신부전증은 콩팥 두개가 전혀 제 기능을 못하는 병이다. 소변을 보지 못하기 때문에 이틀에 한 번은 병원에 가서 4시간씩 피를 빼서 불순물을 걸려 다시 넣는 투석을 받아야한다. 실제로 준비하고 지혈하는 시간까지 포함하면 꼬박 5시간을 병원에서 지낸다.
다른 장애인들도 나름의 불편이 다 있겠지만 우리 신장장애인들은 이틀에 한번 3~4kg을 몸에서 빼내는 정말 끔찍한 삶을 살고 있다. 10명이 투석을 받으면 3~4명은 바로 못 일어날 정도다. 힘들어서 혈압도 떨어지고 밥맛도 없고 가정은 거의 파탄이 되어서 대부분 혼자사는 분들이 많다. 그리고 일주일에 3번은 빠져야하니 직장생활도 전혀 할 수 없다.
그리고 특히 이런 신장장애는 당뇨, 고혈압에서 많이 온다. 그래서 혈압이 다 높아서 취침 중에 사망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신장장애의 특성상 회원들도 오래 활동하지 못하는데, 사진을 보면 2008년도 행사 때 부터 지금까지 해마다 회원들의 얼굴이 다 달라져있다. 반 이상은 다 돌아가시고 새로운 회원들이 들어온 것이다. 우리에게 내일이 없다. 오늘 만나서 웃고 떠들어도 회원들은 하루 즐거움에 만족을 느끼는 것뿐이지 5년 후, 10년 후를 계획할 수는 없다.

아직도 홍보가 덜 된 느낌이다.
=신장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아직 사람들에게 많이 부족하다. 겉모습은 멀쩡하고 대외 활동도 많이 하니까 별 지장이 없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사실은 투석을 받고 길거리에서 쓰러지는 사람이 정말 많다. 그런데 이럴 때 만약 신장장애인의 특성을 알고 있다면 팔뚝만 봐도 신장장애인인 줄 알고 대처를 해줄텐데, 취객이 길거리에 쓰러져 있는 줄 오해하고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길거리에서 변을 당하는 신장장애인들도 많다.
요즘은 언론을 통해 그래도 많이 알려지기는 했지만 아직도 우리나라에는 6만 명의 신장장애인이 있고 경기도는 만 명, 성남시가 천백명이다.

의료 혜택은 어떤 수준인가
=투석병원이 성남시에는 현재 13개. 꽉 찼다. 저는 올해 22년째 신장장애인으로 살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20년 넘은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22년 전에 아버지의 신장 하나를 이식 받았는데, 당시 수술비만 5000만원이 들었다. 정말 어마어머한 돈이다. 혹여나 거부반응이 일어나면 주사도 맞아야하는데, 당시는 보험이 적용이 안되어 주사도 100만원, 약은 하루에 5번씩 먹었다.
그래도 지금은 정말 많이 나아졌다. 옛날과 달라서 병원비도 10%만 자부담이고 나머지는 다 보험혜택을 주고 있다. 보통 신장장애인 한 명당 들어가는 의료비는 한 달에 200만원정도로 보고 있는데, 지금은 대부분 무료로 해주니 사실 치료받는 데 비용적으로 큰 부담은 되지 않는다.

신장협회에서 하는 일은?
=주로 하는 일은 신장병 예방 캠페인을 진행한다. 신장장애인들은 국가적으로도 상당히 많은 의료비가 지원되기 때문에 소변검사, 혈관검사를 1년에 한 번 정도 각 지역별로 돌아가면서 신장병을 미리 예방할 수 있게끔 실시하고 있다. 성남도 성남시청에서 한번 하려고 계획하고 있다.
또한 회원들이 투석을 받고 집에 가면 대부분 혼자 지내니까 우울증이 많이 온다. 사실 자살기도를 안 해본 사람들이 없다. 그래서 회원들끼리 서로 모여서 연락처도 주고받으면 투석 받는 날 제외하고는 함께 나들이도 할 수 있고 서로 의지할 수 있어서 우울증 예방이 된다. 협회에서는 자꾸 집에 계신 신장장애인들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하려고 하는데, 그래서 전화도 자주해서 안부나 근황을 묻는다.
그리고 의정부의 한 외과의 지원을 받아 무료로 혈관검사를 받을 수 있는데, 그래서 혈관검사가 필요한 회원들이 몇 명씩 모아지면 이 병원으로 차량이동을 해주는 일도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회원들 중에 경제적으로 특히 어려운 생활보호대상자는 한 달에 10만원정도 후원을 받아서 지원해주기도 한다. 그런데 이마저도 후원이 끊기면 지급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협회 회장으로서 하고 싶은 일
=4년을 성남시 울타리 안에서만 일하다가 경기도 31개 시, 군의 신장장애인을 대표하는 대변인이 되어야하는데, 아직은 부족한 게 많다. 그동안 사정상 구체적으로 계획을 생각해보지는 못했지만 가장 어려운 일을 실현해보고 싶은 욕심은 있다.
그 중에 하나가 차량지원이다. 현재 성남시에는 투석을 받으러 이동하기 정말 힘든 처지에 있는 분들에게만 지원되는 차량이 두 대정도 있는데, 남양주시에도 한 대가 있지만 그 외 다른 지역은 한 대도 없다. 사실 신장장애인들이 버스를 타고 택시를 타고 투석을 받으러 다닌다는 건 정말 힘든 일이라 그것을 제일 먼저 해결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신장장애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
=지금 우리가 투석하는 현실을 다 받아들이고 모든 일을 긍정적으로 생각해주었으면 좋겠다. 참으로 지루한 마라톤이지만 우울증이 제일 위험하니까 거기에 신경을 써서 서로 회원들끼리 친목도 다지고 구경도 다니고 그러면서 남은 여생을 재미있고 건강하게 지냈으면 한다.
더불어서 여러분을 위해 우리협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최대한으로 협조할 생각이다. 예를 들어서 꼭 취직을 하고 싶은데 일자리를 찾고 싶다면 연락을 달라. 청소같은 건 할 수 있다. 단, 건강하신 분들에 한해서 사무실로 연락주시면 연계해드리겠다.
항상 행사 때마다 하는 말이 있다. ‘우리에게는 다른 거 다 필요 없고 투석하는 그 고통스런 현실을 그냥 받아들이고 항상 건강하십시오’ 라고 항상 빼놓지 않고 말한다.
부디 더 이상 나빠지지 말고 사는 날까지 무조건 재미있게 살았으면 좋겠다.

그동안의 협회 후원금 등이 부정적으로 사용되는 모습을 많이 지켜보면서 자신만의 약속을 했다는 유석현 회장. 협회에서 진행하는 재정과 관련된 부분은 절대로 관여를 하지 않고 투명하게 운영하는 것이 유 회장의 기본원칙이라고 한다.
앞으로 건강한 모습으로 경기도 만 명의 신장장애인의 어려움을 대표하는, 그리고 앞장서서 해결해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길 기대해본다.

 

 

박윤경 기자

저작권자 © 경기복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