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과 공무원들 집으로 찾아가보니 숨진 채 발견
윤병국 부천시의원, 의정일기 통해 공무원들 칭찬

 

지난 주, 윤병국 부천시의원(사진)은 의정일기를 통해 홀로 세상을 떠난 장애인과 그 장애인의 마지막길을 지켜준 부천시 공무원들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윤 의원은 의정일기에서 자신의 지역구에서 생활하던 민수 씨와 통화하던 이야기로 민수 씨의 사연을 전했다.
"평소 마주칠 때는 젊어보이는 얼굴이었는데 의외로 40대 중반이 넘었다"는 첫 인상부터 "평소 여러가지 병을 안고 살았는데 그 병들 때문에 혼자 집에서 죽음을 맞이했다"는 마지막 모습까지 소개하며 최근에 있었던 일화를 소개했다.


"민수씨의 죽음이 새삼스러운 것은 죽기 전 열흘전에 저와 통화를 했던 인연 때문입니다. 그가 사는 아파트 벽의 틈새가 벌어져 찬바람이 들어오는데도 수리를 해주지 않는다는 사연이었습니다. 영구임대아파트는 주택관리공단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시에서 뭐라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닙니다. 관리사무소에 알아봤냐니까 당연히 이야기했다고 했습니다. 사회복지과를 통해서 관리사무소에 독촉을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확인해보니 사회복지과에도 벌써 다녀간 다음이었습니다."


이어 윤 의원은 "이 씨가 이런 저런 민원으로 아파트 관리사무소, 동주민센터, 시청과 시의회 등을 다니면서 이 계통의 유명인사"라며 "날씨가 찌푸리거나 비가 오기라도 하면 단순 방문에 그치지 않고 욕설은 기본이며 자해를 하는 경우도 있고 흉기를 들고 나타난 적도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민수 씨는 부천시청 홈페이지에 약 200여개에 이르는 민원을 제기했고 이 가운데는 고달픈 현실 속에 절망할 수 밖에 없었던 그의 심경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그러나 민수 씨가 올린 민원들을 살펴보면 사회복지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글들도 많고 특히 지병을 오래 앓아왔던 만큼 의료급여 및 선택병원 지정 등 실제로 겪어보며 느낀 모순된 사항들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는 글들도있다.


얼마전에 올린 민원글에는 고층 아파트 비상계단 출구 표시등이 들어오지 않은지 오래되었다며 노약자와 장애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영구임대아파트의 소방시설이 미흡하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표현 방식이 거칠고 서투를지 몰라도 사회에서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소외계층의 삶에 대한 관심과 정책적인 대책을 요구하는 민수 씨의 민원은 부천시 차원에서는 해결해 줄 수 없는 것들도 많아 속 시원히 해결되는 일들은 그리 많지 않았던 듯 하다.


이처럼 시청 홈페이지를 통해 민원을 제기하고, 거의 매일 직접 관련 기관을 방문하다보니 민수 씨를 모르는 공무원이 없을 정도이고 장애인복지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은 이 씨를 만나는 것이 하루의 일과와도 같았다.
그러나 민수 씨의 딱한 사정을 알고 시청 공무원들은 바쁜 일과 속에서도 응대하며 안부를 묻기 마련이고 시간이 될 때는 함께 식사도 하면서 민원인으로서가 아닌 동생처럼 대하며 보듬는 노력을 다해왔다.


이처럼 오래된 유대가 있었기 때문인지 민수 씨는 가족도 없이 홀로 생활하면서 죽음도 홀로 맞이했지만 그의 마지막이 그리 외롭지 않았던 것은 민수 씨의 소식을 궁금해 했던 사회복지과 공무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회복지과 공무원들은 매일같이 연락하고 찾아오던 민수 씨가 소식이 없자 경찰과 함께 민수 씨의 집을 방문했고 문을 따고 들어가보니 민수 씨가 숨진채 발견되었던 것이다.


무관심 속에 지나쳤더라면 숨진지 한 참 뒤에 발견될 수도 있었지만 미운정 고운정이 들었던 사회복지과 직원들의 관심으로 민수 씨의 마지막은 쓸쓸하지 않게 되었다.
윤 의원은 "사회복지과는 공무원들이 근무하기 싫어하는 소위 '기피부서'"라며 "합리적인 대화가 되지 않는 민원인들이 수시로 들이닥쳐서 윽박지르거나 완력을 행사하는 것을 견뎌야 한다. 낮에는 민원인에 시달리는라 고생하고 일은 늦게까지 남아서 처리하는 경우가 허다한 격무부서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윤 의원은 "솔직히 이런 상황에서 민수씨 같은 분이 며칠 간 찾아오지 않으면 홀가분할텐데 이상하다며 직접 찾아나섰다"며 사회복지과 공무원들의 마음씨를 칭찬했다.
마지막으로 윤 의원은 "우리 주변에는 아직도 많은 민수씨가 있다. 공무원들은 매뉴얼대로 기계처럼 움직이는 사람들이라고 비난받는 일도 많지만 마음에서 우러나는 사랑으로 그들을 대하는 따뜻한 공무원들이 있다"며 "이번에도 이 분들 덕분에 삭막한 부천이라는 오명을 쓰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사회복지 공무원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전했다.

오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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