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권 교육 못받은 장애인 위한 교육 시스템 필요"

사고로 중도장애인 된 후 사회복지 공부하다 노들야학과 인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로 활동하며 인권 운동

늦은 저녁, 장애인들이 모여 공부하는 학교가 있다.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뒤편 소극장 건물 2층에 위치한 노들장애인야간학교(이하 노들야학)이다.
학교 이름인 ‘노들’은 노란들판의 준말.

초창기의 노들장애인야학을 만든 교사들과 학생들이 모여 지은 이름으로, 노들은 가을의 풍성한 수확을 보는 노란들판을 상상하며 꿈을 그리기 위해서 지어졌다.

지난 1993년 8월 3일 개교한 노들야학은 장애인 운동단체인 전국장애청년연합회에서 지역 장애인들을 만나기 위한 사업으로 시작됐다.

처음에는 각각 대여섯 명의 학생과 교사가 아차산역에 있는 정립회관 탁구장을 빌려서 교실 2개로 수업을 하다가 지난 2008년 운영비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회관에서 쫓겨나면서 지금의 대학로로 자리를 옮겼다.

현재 50여명의 학생과 20명의 교사가 있으며, 초중고 검정고시반과 문해교육반 총 4개 반을 운영하고 영상, 미술, 음악 등 특활수업 및 인문학 등 특별강좌도 있다.

운영시간은 저녁 6시 반부터 밤 10시까지.
월화목금 수업을 하고, 수요일에는 정규수업이 아닌 강좌나 직종 세미나가 진행된다. 수업 요일은 학기마다 교수 일정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기도 한다.

노들야학의 박경석 교장은 1983년 사고로 인해 양다리를 못 쓰게 돼 장애인이 되었지만 대학에 다시 들어가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야학을 시작하면서 그 인연으로 지금은 노들학교의 교장이 되었다. 또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로서 장애인의 인권을 위해 앞장서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장애인 인권을 위한 활동을 전개하는 단체들이 모여서 형성된 연대기구로 박경석 교장은 7~8년 째 활동하고 있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 공부하는 야학.
제도권 교육을 받지 못한 수많은 장애인들의 배움터, 꿈과 희망을 키우는 학교인 노들야학의 박경석 교장(50)을 만나보았다.

-노들야학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나.
=1983년 사고로 중도 장애인이 된 뒤에, 집에만 있다가 무언가 해보고 싶다는 마음에 대학에 다시 들어갔다. 숭실대 사회복지학과를 다니던 중 졸업 때 노들야학을 만나서 지금까지 해오고 있다. 4년간 교사활동을 하다가 1998년부터 노들야학 교장이 되었다. 노들야학은 개인이 만든 공간이 아니고 당시 장애인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구체적인 것들을 교육으로 발전시킨 것이다. 지금도 많지만 장애인 중에 교육받지 못한 분들이 그 당시에는 많이 있었다. 특히 제도교육을 받지 못한 장애인을 위한 검정고시 교육을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노들야학이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어떤 사람들이 배우고 있는가.
=다양하다. 장애인이기 때문에 집에만 있다가 나오는 친구도 있고, 시설에서 살다가 나와서 자립을 준비하는 장애인 중에 교육받지 못한 장애인들이 이곳에 와서 배우고 있다.

-학교 운영은 어떻게 하고 있나.
=지금은 후원자들이 많이 있어서 후원금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나머지는 기획 사업이나 모금 제안을 해서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등으로부터 매년 1억 정도 장애인교육기관 지원비를 받고 있다. 교육지원을 받게 된 것이 5~6년 전부터인데, 이전에는 정식 제도교육이 아니라서 지원받지 못하고 순수하게 민간자원으로만 운영을 했었다. 지원을 받으면서 공간이 많이 달라지긴 했으나 야학은 초중등교육법상 학교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건물임대료나 인건비를 포함한 학교운영비 대부분을 자체적으로 부담해야 하는데 사실 그 정도의 예산으로는 힘든 상황이다.
교사는 자원 활동으로 하는 경우가 많고, 행정직 근무를 위해 상근하는 교사가 있다. 장애인들을 일대일로 가르치기 위해서는 자원 활동을 해주는 분들이 더 많이 보충이 되어야하는데 교사 수급이 원활하지 않다. 그리고 학생들에게는 교육뿐만 아니라 자립생활에 대한 고민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지원, 즉 물질적인 지원뿐만 아니라 사회 환경적인 지원이 더 필요하다고 본다.

-지금도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지.
=할 때도 있지만 일반 교사들이 가르치고 있기 때문에 거의 안 하고 있다. 예전에는 초등 및 중등 문과 부문을 가르쳤었는데, 교사가 별로 없다보니까 과목이 정해져있기보다 전체적으로 다 가르친다. 교사가 많아서 과목별로 가르치면 좋겠지만 그런 상황은 안 되고, 검정고시 과정이기 때문에 전문적 능력을 필요로 하지 않아서 대학을 나오고 어느 정도 능력이 있으면 가르칠 수 있다.

-보통 얼마나 학교에 다니면 졸업을 하는가.
=천차만별이다. 일단 검정고시 시험에 합격하면 초등에서 중등, 중등에서 고등으로 진학을 하게 되고 고등과정을 마치면 졸업을 하게 되는데, 오래 걸리는 사람은 10~20년 동안 학교에 계속 다니는 사람도 있고 빠르게 공부하는 사람은 1~2년 만에 과정을 끝내는 사람도 있다.

-이 일을 하기 잘했다고 생각될 때는 언제인가.
=보람을 느끼는 차원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장애인들이 왜 제도권 교육에서 차별받아 왔는가’의 문제는 결국 노동이나 삶의 전반의 문제에서 차별받아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개인의 탓이 아니라 사회적 환경 문제이기 때문에 사회를 변화시키지 않으면 이 사람들이 개인적으로 적응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므로 그런 것들을 바꾸어가는 과정 내에서 학생들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하는가에 따라서 기쁨이 있는 것 같다.

-지금까지 졸업한 학생들은 얼마나 되나.
=통계를 내보지 않아 잘 모르겠다. 졸업 후 방송통신대학교를 가는 사람들도 있는데, 일반대학에 간 친구들은 많지 않다. 많지는 않지만 학생들 중에 몇몇은 졸업하고 교사로 학교로 돌아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

-특수학교나 대학 등에서 예전보다 장애인을 위한 시설들이 많이 생기기도 했는데.
=학교 내에서의 물리적 접근성, 편의시설 문제를 가지고 그동안 죽자, 살자 싸웠는데 그만큼도 안 나아지면 그건 사람(사회)도 아니다. 아직도 최소한의 기본조차 안 되고 있는 물리적인 환경들이 굉장히 많기 때문에 여전히 일반학교에 가면 화장실 문제나 이동문제 이런 것들이 열악하다. 전체가 100이라고 생각하면 10정도 해놓고, 1이었을 때 10이 되었으니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하는 것보다 100인데 이제 90도 안된 상황에서 어떻게 장애인들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 있는가에 대해서 관점을 두고 본다면 아직도 바뀌어야 할 것 이 많다고 본다.

-그렇다면 장애인 교육에 있어 어떤 부분이 가장 먼저 개선되어야 할까.
=교육이라는 것은 모든 사람들에게 중요한 부분이다. 그리고 이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서 조금 더 능력을 향상시킨다는 것은 결국은 미래의 가치, 또 돈벌이와 연관되는 것이기 때문에 인적 자원의 능력에 대한 문제나 자본의 능력하고 같이 맞닿아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교육은 장애인들에게 특히나 중요한 문제이다. 우리 노들야학에 오는 중증장애인의 경우에는 기초적인 문해(문자를 읽고 쓸 수 있는 일)교육이나 수 개념조차 못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어서 그런 것들이 삶에 얼마나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가를 생각하면 교육이 매우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구멍가게에 가서 뭘 사먹고 싶어도 계산을 할 수 있어야 먹을 수 있는 것이고, 동사무소에 가서 서류를 신청해도 자기 이름을 쓸 줄 알아야 가능한 것인데 그런 것조차도 못하는 사람들에게 문해교육과 검정고시를 가르치고 있는 이 교육은 그들의 삶의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또한 제도권 교육을 받지 못한 장애인들은 장애인 인구 중에서 거의 50% 가까이 된다. 장애인 중 45.2%가 초등학교 졸업 이하의 학력으로 살아가고 있는데, 이런 야만적인 통계를 봐도 기초교육은 꼭 필요한 것이고 그래서 제도권 교육을 받지 못한 장애인들을 위한 교육시스템들이 마련되어져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교육은 평생과정에 속하는 문제라서 조금 더 삶과 관계된 교육들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노동과도 연결되어지는 자립을 위한 교육들, 그것을 채워가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라고 본다.

-사회적 기업도 하고 있다고.
=노란들판이라는 현수막 공장이다. 이 사회적 기업은 노들야학 부설로, 교육하고 갈 곳이 없는 중증장애인들을 위해서 만든 곳이다. 노동시장에 참여하고 소득의 문제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현수막을 찍어내는 사회적 기업을 하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과 바람이 있다면.
=다양한 교육과정을 만들어내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고, 그것이 단순하게 교육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면서 가장 필요한 것이 소득의 문제이기 때문에 소득과 연계되어질 수 있는 부분들을 조금 더 고민해서 만들어가는 교육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또 개인의 소득의 보장 문제뿐만 아니라 사회적 환경에 대한 변화도 필요하기 때문에 장애인 인권지수가 높아질 수 있는 여러 가지 실천 활동도 필요할 것이라고 본다.
나는 노란들판을 만드는 것이 꿈이다.
결실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 하는 사회적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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