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의 장애여성극단 ‘춤추는 허리’ 6번째 정기공연 열어

“장애여성의 고충, 연극 통해 몸과 언어로 표현”

장애여성의 문화예술운동을 벌여온 여성장애인 극단 춤추는 허리가 지난 11월 24일부터 27일까지 서울 홍대역 부근에 위치한 가톨릭 청년회관 CY홀에서 제 6회 정기공연 ‘거북이 라디오’를 선보였다.

‘거북이 라디오’는 많은 사람들이 친숙하게 접하는 라디오 사연을 소재로 해서 장애여성을 위한 라디오에 사연을 보낸 장애여성들 이야기를 바탕으로 꾸며졌는데 장애여성의 독립을 주제로 4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었다.

시그널 음악이 흐리고 라디오 DJ가 오프닝을 하며 연극은 시작된다. 장애 여성을 위한 라디오, ‘거북이 라디오’에 사연을 보낸 4명의 이야기가 하나씩 공개되며, 개인의 사연이 여성 장애인의 존재, 인권에 대한 전체적인 사회 문제를 대변해준다.

#오랜만에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 희진, 백화점에도 가고 싶고 하고 싶은 일들은 많은데 장애인 콜택시나 뜨문뜨문 오는 저상버스를 기다리고, 고장난 전동휠체어 때문에 고장수리 서비스를 기다리고……. 옷 한 벌 사기 위해 백화점에 가는 길은 험난하기만 하다.

#활동보조인 서비스를 받고 있는 유진은 고민이 많다. 일상을 보조받는 활동보조인과의 관계에서 애매하고 복잡한 문제들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야할지 난감하다.

#중증장애인 시원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도 낳았지만, ‘장애여성이 과연 가사와 육아까지 가능할까?’하는 생각으로 자신을 평가하는 사람들의 시선이 불편하다.

‘거북이 라디오’에 출연한 8명의 배우들은 사연을 읽어주는 DJ를 비롯해 사연의 주인공이 되기도 하고, 시계 같은 소품이 되기도 한다. 본인들이 경험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대본을 만들고 매일 5시간씩 연습실에서 연습을 하며 8월부터 꾸준히 공연을 준비했다.

춤추는 극단에서 7년 동안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중증장애인 서지원씨는 실제로 한 아이의 엄마다. “이번 공연은 내 경험을 토대로 해서 내용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더 특별한 것 같다. 나 같은 중증장애 여성이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고 키우기 위해서는 커다란 용기를 필요로 하게 만드는 것이 아직 우리 사회인 것 같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계속 연극을 하고 싶다는 서씨는 “장애인도 집에만 있지 않고 무언가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줘서 좋다. 우리 연극을 보고 ‘아, 저럴 수도 있겠구나’ 하고 공감하고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 시간 동안 이어진 공연이 끝나자, 감독과 배우, 스텝들은 서로를 안으며 “수고했어, 잘했어”라고 말하며 훈훈한 모습을 보여 주었다.
연출을 맡은 최여림 감독은 “함께 공연을 만들고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이분들의 장애는 몸의 한계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배우들 자신의 이야기로 꾸며졌기 때문에 과거의 나는 어땠고, 현재의 나는 어떻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그래서 마지막 장면에서는 미래의 나에게 편지를 써서 그 편지를 부치러 가는 길, 그것을 몸짓, 춤으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공연을 본 관람객도 “재미있었다. 장애인들의 애로사항들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보니까 많은 것들이 개선되어야겠구나”하는 점을 느끼기도 했고 또 다른 관람객은 “장애인의 현실을 이렇게 보여주니까, 장애인 당사자 입장에서 볼 때 속이 시원했다”고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극단 ‘춤추는 허리’는 이번 정기공연 마지막 날인 지난 11월 27일 8년 만에 창단식을 가졌다. 앞으로도 몸짓으로 언어로 표현하는 연극을 통해 장애여성의 독자적인 소리를 전달하고, 연극 워크숍과 장애여성 연극아카데미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지혜 기자

<미니 인터뷰> ‘춤추는 허리’ 기획 담당자 이진희

“장애여성의 고충, 연극 통해 몸과 언어로 표현”

정리=이지혜 기자

배우들과 함께 생각하고 고민하며 극을 만들어서 이야기를 전하는 사람, 장애여성공감 ‘춤추는 허리’의 기획 담당자 이진희씨를 공연 후에 만나보았다.

- 극단 ‘춤추는 허리’는 어떤 공연팀인가.
=춤추는 허리는 장애여성공감 안에 있는 장애여성극단이다. 장애여성의 경험을 무대에서 장애여성의 언어와 몸짓으로 표현한다는 취지를 가지고 2003년도에 결성되었다. 결성한 지는 8년이 되었는데, 올해 정기공연 후 정식으로 창단을 하게 되었다. 그동안 정기공연을 6번 했고, 거리공연이나 연극아카데미나 생활시설을 찾아가서 생활시설의 장애여성들과 같이 연극 워크숍을 진행하는 등의 활동을 해왔다.

-이번 정기공연 후에 ‘춤추는 허리’ 창단식을 가졌다. 2003년 결성된 후 8년 만에 창단식 열게 되었다.
=처음 2003년에 춤추는 허리를 결성하고 제 1회 정기공연을 시작할 때에는 극단의 형태라기보다는 연극을 하는 소모임, 연극팀의 형태로 출발을 했었다.

형식적으로 창단을 하는 것에 의미를 둔 것이 아니라 장애여성 당사자들이 자신의 힘을 가지고 직접 연극을 만드는 것, 그러니까 그냥 무대에 오르는 것이 아니라 조직적인 틀을 갖추고 연극에 대한 내용을 만들고 그리고 연출을 해보고 이런 과정 안에서 장애여성 당사자들이 힘을 만들고, 직접 만들어낼 수 있는 힘을 키워나가는 것에 더 집중을 했다. 간판만 걸고 외부 스텝들이 와서 진행하고 이런 형태를 피하고 싶었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 독립적인 장애여성 예술가가 되는 것을 지향하였고, 극단이라는 간판을 다는 것보다 그런 내용적인 부분을 강화하는 것에 주력했었다.

-처음부터 극단을 만들겠다는 생각보다는 자연스럽게 극단이 생겨났다는 것인데.
=렇다. 물론 연극에 대해 관심이 있고 배우로서의 끼가 있는 사람들이 모인 것이고, 연극이 좋아서 모인 것은 맞다.  연극이라는 형태로 표현하는 것을 고민했던 것은 자기의 생각을 글로 쓰는 방법들, 우리가 잡지를 내고 또 다큐멘터리로도 만들 수 있지만 사실 영상이라는 것은 돈이 있어야 되고 기술이 있어야 되지 않나. 마찬가지로 모두가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거나 글을 쓸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우리 이야기를 표현하는 방식에 있어서 어떤 한계를 느꼈고 연극이라는 것은 몸을 통해서 즉각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해서 연극을 채택하게 된 것도 있다.

-다른 극단과 차별화된 ‘춤추는 허리’만의 특별한 점이 있다면.
=장애인 극단이 최근에는 많아진 것 같기는 하지만 장애여성으로만 구성된 극단은 우리밖에 없다. 우리는 대본을 만드는 작업부터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기존에 있는 부분이나 아니면 누가 와서 우리의 소재나 주제를 써주는 것이 아니고 우리들이 계속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끊임없이 워크숍을 하고 장면을 만들고 이런 과정을 통해 대본이 나온다. 배우들이 직접 이야기한 소재가 장면이 된다거나, 그 장면 안에서 배우들이 경험했던 것들이 대사가 되는 것이다. 그런 것들이 다른 극단과 차별화된다고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우리들 스스로가 창작한 대본들이 많아지게 되는데 그런 것들이 배우들을 통해 나오게 되는 것이다.

-‘춤추는 허리’의 배우는 어떻게 구성되었나. 배우가 되기 위한 조건이 있는지.
=초기에는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주축이 되어서 결성하게 된 것이고, 그 이후에도 배우들을 꾸준히 모집하고 있다. 포스터도 돌리고, 입소문이 나면 주변의 친구들도 소개하고 그러면서 배우가 구성되었다. 배우에 대한 특별한 제약은 없다. 지금은 지체장애인 중심으로 하고 있는데, 장애 정도에 상관없이 누구나 다 참여할 수 있다.

우리는 어떤 장애를 가졌더라도 장애여성이라면 모두들 함께 할 수 있는 극단을 지향하고 있다. 물론 시각이나 청각 장애인은 아직 없었기 때문에 만약 시청각 장애 여성이 입단을 한다면 뭔가 다른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지금은 지체 장애여성 중심이기 때문에 우리 스스로 그들과 같이 하기 위한 어떤 문화나 준비가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제약이 되지는 않는다. 기본적으로 어떤 장애를 가진 여성이라도 우리는 같이 하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

-이번이 6번째 정기공연인데, <거북이 라디오>는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우리가 2005년에는 장애여성의 독립을 주제로 물리적으로 가로막는 것들을 중심으로 이야기 했었는데, 이번 공연 같은 경우는 조금 더 나아가서 현재 물리적인 독립뿐만 아니라 장애 여성의 감수성으로 이야기하는 심리적인 갈등이라든지, 독립만이 아니라 독립적인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 사회적으로 무엇이 필요한지, 또 자신은 무엇을 준비해야 되고, 그것을 준비하면서 장애여성이 어떤 내면적 갈등이 있는지 그런 것들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하고 싶은 것이 정말 많다. 일단 연극을 통해서 장애여성의 문제를 같이 나눌 수 있는 것, 그리고 연극이라는 기법을 교육적으로 활용을 해서 성교육이나 장애인 인권교육을 하는 방식들을 좀 체계화시키고자 한다. 그리고 워크숍이나 연극놀이 등을 통해서 장애여성뿐만 아니라 사회소수자나 다른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들을 연극으로 만나는 것, 그런 작업들도 고민하고 있다. 올해는 우리가 서울형 예비 사회적 기업으로 지원을 받으면서 8년 만에 정식으로 창단도 하게 되고, 이제 극단의 형태를 잘 갖추면서 그 안에서 공연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활동을 할 계획이다.

정리=이지혜 기자

저작권자 © 경기복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