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나아갈 것"

시각장애인전용복지관 건립 차질 없도록 추진하고

시각장애인에게 실질적 도움 되는 서비스 제공할 것

박해술 신임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경기도지부장을 만나 취임소감과 앞으로의 활동계획에 대해 들어보았다.

정리=오혜진 기자

-취임 소감을 부탁드린다.

=지부장 선거에 출마할 때 여러 가지 하고 싶은 일이 많았는데 막상 되고 보니 생각만큼 쉽지 않은 것 같다. 일을 하는데 있어 벽이 존재하는 것 같기도 하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지부장 선거에서 내세운 공약에 대해 소개해 달라.

=현실적인 부분에 대해서 공약을 많이 냈다. 우선 시각장애인전용복지관이 경기도에는 없다. 경기도보다 작은 시도에도 하나씩은 있다. 다행히 전임 최재근 지부장님께서 남부와 북부에 하나씩 시각장애인전용복지관을 건립할 계획을 마련해 놓으셨다. 그러나 아직 현실적으로 진행된 부분이 없는 만큼 하나씩 추진해 가면서 복지관을 성공적으로 건립하는데 힘쓸 것이다. 현재 복지관이 건립될 부지 마련은 해당 시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남는 부지가 없다며 난색을 표해 풀어가야 할 부분이 많다. 이러한 문제들을 잘 해결해서 성공적으로 복지관을 건립하고 싶다.

또한 각 시군 지회의 사정이 저마다 달라서 열악한 곳은 정말 힘들고 내부사정이 복잡한 곳들도 있다. 지금까지는 도지부에서 시군 지회를 감독하고 지휘하는 역할을 했는데 앞으로는 이러한 문제들을 조정하는 역할에 머무르면서 자율적으로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

무엇보다 대의원님들의 지지를 많이 받은 부분은 발로 뛰어 행동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한 점이다.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다니면서 일하겠다고 약속드린 만큼 꼭 실천에 옮길 것이다.

-복지관 건립과 관련해 아이디어가 있다면.

=일본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대형복지관 보다는 지역에서 거주하는 장애인들이 쉽게 찾아올 수 있도록 규모는 작아도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고 하더라. 우리도 건물만 크게 짓는 것 보다는 직접 시각장애인들이 늘 가까이서 이용할 수 있는 체계가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예를 들어 성남지회에서 컴퓨터 교육을 하면 근처 지회에서는 보행교육을 하는 등 역할을 나누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시군의 재정자립도에 따라 지회들의 편차가 심하다

=가평군지회는 컨테이너에서 업무를 처리하고 부천시지회는 점자도서관인 해밀도서관에 사무실이 마련되어 있어 그 곳에서 일을 한다. 시군 지회마다 격차가 너무 크다. 시군의 재정상황이 어려운 곳은 도에서라도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본다. 심부름차량도 가평이나 연천은 지역은 넓은데 시각장애인 인구가 적다보니 차량이 한 대 뿐이다. 그렇다보니 이용이 힘들다. 재정이 허락한다면 차량도 한 대씩 증차시켜서 대중교통 이용이 상대적으로 힘든 시각장애인들의 생활이 나아지도록 하고 싶다.

-전임 최재근 지부장님께서 많은 일들을 하셨다. 부담을 느끼지 않는가.

=더 발전적인 시각장애인연합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다. 새로운 것을 하려고 하기보다는 과거에 했던 것들을 보다 더 잘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고 도지부와 시군지회에서 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서 보완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 예로 활동보조인 등을 대상으로 하는 보행교육이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각 장애유형별로 활동보조 서비스의 내용이 다르기 때문에 이에 맞추어 교육을 해야 함에도 그렇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 번은 직접 활동보조 서비스를 받아보았는데 보행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고 안내를 하기에 활동보조인에게 물어봤더니 보행교육을 받기는 받았는데 제대로 받지는 못했다고 하더라. 사실 팔만 제대로 잡아주어도 계단을 오르거나 내리는데 어려움이 없다. 그래서 이러한 부분도 우리 지부에서 시각장애인을 보조하는 데 필요한 교육을 직접 시켜서 실질적으로 시각장애인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

-취임사에서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발언을 인용하는 등 장애인들의 의식 변화에 대해 강조했는데.

=장애인 스스로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의식 변화가 쉽게 이루어 질 수 없기에 먼저 나 자신부터 해나가려고 한다. 회원 한 명, 한 명을 깨우치다보면 점점 퍼져나갈 것이다. 시각장애인들은 눈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경험하지 않으면 믿지 못한다. 이러한 부분들을 고려해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나갈 것이다.

-협회 활동은 어떻게 하시게 되었나.

=올해 나이가 51세인데 34세에 베체트병으로 실명했다. 실명한 이듬해인 35세에 대전맹학교에 들어가 안마를 배웠다. 이후 자연스럽게 시각장애인연합회에 가입해 회원으로 활동하다가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경기도지부 재활담당이사, 수원시지회 수석부회장을 4년간 맡았고 이번 선거에 출마해 지부장에 선출되었다. 그동안 주변 시각장애인들을 보면서 어려운 가정을 많이 접한 터라 도울 수 있는 부분들이 없을까 고민하던 중 사회복지를 공부해 올 6월이면 사회복지사 자격증도 취득한다.

-한창 나이에 실명을 해서 더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다.

=베체트병은 눈에 올 수도 있고 관절에 올 수도 있는데 병에 걸린 후 1년 만에 완전히 시력을 잃었다. 다른 사람들의 경우 눈에 증상이 와도 20~30년이 걸려서 진행되는데 제 경우는 진행이 너무 빨랐다. 당시 결혼을 해서 아이도 둘이나 있었는데 당장 살아갈 길이 막막했다. 실명하기 전에는 손기술이 있어서 꽤 규모가 있는 자동차정비업소를 운영했었다.

실명을 하면 정말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게 된다. 커피 한 잔 타서 마시려고 해도 어렵다. 끝없는 절망을 느끼지만 아이들을 생각하면서 어려움을 이겨냈다. 당시 4살, 2살이던 아이들이 지금은 커서 21살, 19살이 되었다. 점자도 힘들게 배웠는데 아직도 읽는 속도가 느린 편이라 훈련을 계속해야 한다.

-건강관리 비법이 있다면.

=운동을 하기가 쉽지 않다. 수원시장애인종합복지관에 수영장이 있어서 수영을 하려고 했더니 보조인이 없으면 힘들다고 하더라. 그래서 먹는 것으로 조절을 많이 한다. 더 먹을 수 있어도 자제한다.

-마지막으로 경기도내 장애인 여러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린다.

=우리는 할 수 있다! 하면 된다! 이러한 각오로 접근하면 원하는 일들을 함께 이루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자신감을 가지고 당당하게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말씀처럼 해 나가겠다.

정리=오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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