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연합회 사무국장으로 오랫동안 풍부한 실무 경험
협회 운영의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하고 복지향상 힘쓸 계획
다양한 프로그램 확충하고 어려운 회원 먼저 챙기고 돌아봐

   지난 1월과 2월 경기도 관내 시각장애인연합회 시군 지회에서는 총회를 열고 새로운 지회장을 선출했다. 오랜 기간 부천시각장애인연합회의 실무를 맡아오던 김영화 사무국장이 이번 부천지회장 선거에 출마해 신임 지회장으로 당선되었다. 신임 김영화 지회장의 당선 소감과 앞으로의 연합회 운영 계획에 대해 들어보았다. <편집자>

 -당선 소감을 말씀해 달라.
 =담담하다. 기쁨보다는 책임감을 많이 느낀다. 사실 선거기간 내내 외로운 싸움을 했는데 회원들이 함께 해주어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던 것 같다.

 외부에서는 제가 회장이 되는 것을 원치 않는 기류들이 있었다. 어려운 고비를 넘기고 안정된 상태가 되기까지 변함없는 지지를 보내준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선거 공약에 대해 소개해 달라.
 =실무를 보면서 아쉬웠던 점들, 고쳐나가야 할 점들을 선거 공약으로 내세웠다. 우선 연합회가 운영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가지도록 할 것이다. 회원들에게 연합회의 예산이나 후원금 내역 등을 알리고 포상관계 등에 공정성을 기해나갈 것이다.

 또한 회원들이 주인이 되는 단체를 만들어 갈 것이다. 연합회가 회원들에게 '끌려다니는 것'은 당연하지만 직원이나 외부의 후원단체 등에 의해 협회 운영이 좌지우지 되서는 안된다.
이와 함께 회원들의 복지향상을 위해 심부름 차량 증차 문제,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 및 실시 등을 내세웠다.
어려운 회원들을 먼저 찾아가 어둡고 소외된 곳 부터 챙길 것이다. 또한 과거에는 거동이 힘든 분들은 협회 행사에 잘 모시기 어려웠는데 그 분들을 먼저 모시고 보살피겠다.

 쉼터에서 급식만 하는 것 보다는 문화예술 프로그램 등을 짜임새 있게 운영해 삶의 질을 높이고 싶다.
현재 운영하는 대민봉사실도 확대해 주민들과 함께 호흡하는 연합회를 만들어 가겠다고 했다.

 -연합회에서 오랫동안 활동하셨는데.
 =시각장애인 분야에서 활동한지 20년 정도 되었다. 시각장애인 단체 중에는 이익단체인 안마사협회와 비영리단체인 시각장애인연합회가 있는데 안마사협회는 도지부에서 활동을 계속해왔고 연합회도 실무를 맡아 일한지 20년 정도 되었다. 현재 안마사협회 이사로는 활동을 안하고 안마시술소 경영만 하고 있다.

 -부천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선천성 백내장으로 어릴 때부터 눈이 안좋았다. 현재 1급 장애인으로 빛을 감지하고 희미하게 나마 볼 수 있는 시력으로 큰 길을 걸어갈 수 있는 정도이다.
하지만 시각장애인 분야에는 늦게 들어온 편이다. 어릴 때는 지금보다는 더 잘 볼 수 있었고 시골에서 농사일을 하는 부모님과 함께 생활하다보니 스스로 장애인이라는 인식을 안하고 살았던 것 같다. 그래서 학교도 일반학교에 다녔다.

 그러다 도시로 올라와 생활하다보니 내가 장애인이라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주변에 계신분들이 공부를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해주셨고 그래서 23살이라는 많은 나이에 맹학교에 다시 들어가게 되었다.
당시 조그만 사업을 하고 있었는데 맹학교인 인천 혜광학교 입학을 위한 면접시험에서 '사업을 하던 사람이 학교생활에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고 우려해 입학을 못할 뻔 했다.

 그러나 당시 혜광학교에 계시던 배영환 선생님께서 보증을 서주셔서 어렵게 학교를 다닐 수 있게 되었다. 맹학교에서 침술과 안마 등을 배우고 인천 옆인 부천으로 오면서 인연이 시작되어 지금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연합회 실무를 오랫동안 하셨는데 그동안 보람된 일이 있다면.
 =20여년의 기간 동안 보람된 일이 많았던 것 같다. 실무를 했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회원들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협회에 처음 왔을 때는 사업이 많지 않았으나 일을 하면서 사업을 많이 따냈을 때의 성취감이 큰 것 같다. 특히 점자도서관인 해밀도서관에 연합회 사무실을 마련한 것 등 쉽지 않은 일들을 하나하나 쟁취해 갈 때 보람을 많이 느낀 것 같다. 나 자신을 위해서 하는 일이었더면 이렇게 열심히 할 수 없었을 것이다. 회원들과 함께 움직이면서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현재 부천시의 시각장애인의 현황에 대해 말씀해 달라.
 =지난 해 10월 기준으로 부천시 관내에 3,516명의 시각장애인이 거주하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이 가운데 빛도 감지하지 못하고 전혀 앞을 볼 수 없는 전맹인이 약 10%정도 된다. 시각장애는 선천적으로 생길 수도 있지만 당뇨 등 성인병의 합병증으로 인해 생기기도 한다. 이처럼 투병 중인 분들이 많다보니 생활이 대부분 어렵다.

 관내만 보더라도 60% 이상이 기초생활수급자이고 차상위계층에 있는 분들이 많다. 지난 해에도 합병증으로 인해 돌아가신 분들이 계신다. 당뇨 등으로 눈도 망가지고 가정도 망가지는 경우를 많이 봤는데 아무리 재산이 있어도 계속 아파서 약값에 치료비가 들어가면 상황이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

 -부천지회는 전국에서도 우수한 지회로 손꼽히고 있는데.
 =그렇다. 시각장애인 쉼터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복지정책과 관련해 홍건표 부천시장님께서 지원을 많이 해주시고 계신다. 시각장애인 쉼터로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다. 쉼터에서 무료급식도 하지만 단순히 밥만 먹는 곳이 아니라 회원들끼리 정보교류도 많이 하고 기초재활교육 등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어 좋다. 무엇보다 여기에 나오면 움직이게 되니까 합병증이 있는 분들은 저절로 운동이 된다.

 이전 사무실은 정말 영세했는데 지금은 방문해 주시는 분들마다 정말 좋다면서 놀란다. 최윤중 회장님 시절에 같이 많이 이루어 냈다며 그간의 성취에 대해 치하를 해주신다.

 -바로 윗층에는 점자도서관이 있어 좋을 것 같다.
 =시각장애인이 점자도서관을 이용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어 안타깝게 생각한다. 현재 점자도서관에는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부서가 없다. 일반 열람실로 사용되는 4-5층만 문전성시를 이룬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점자에 의지해서 글을 읽을 수 있는 분들은 10%도 안되는데 점자도서 만으로는 도움이 안된다.

 중도 실명자들이 많은데 점자를 아는 분들이 많이 안 계신다. 점자도 모르고 한글 인식도 안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맞춤형 프로그램을 개발하지 않는 한 이용이 어렵다. 프로그램 마련이 단 시간 내에 어렵다면 이용이 거의 없는 2~3층의 공간을 시각장애인들이 활용할 수 있는 장소로 내어주면 더욱 좋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포부를 말씀해 달라.
 =시각장애인의 입장을 대변해 정책 등을 꼼꼼히 챙기고 권리를 찾도록 노력할 것이다. 사실 외부에서는 말 잘 듣는 회장을 원한다. 하지만 시각장애인의 편에서 행동하고 싸울 것은 싸워나갈 것이다. 헤쳐나가야 할 관문이 많겠지만 부딪힐 각오는 되어 있다. 회원 여러분들도 서로 돕고 협력하고 찾을 수 있는 권리는 협동해서 찾자고 말씀드리고 싶다.

  내가 찾을 수 있는 권리 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장애가 있으니까 남들의 시선을 의식해서 감추고 노력하지 않는 일들이 많았다. 목소리를 모으다가도 나중에는 각오가 흐려지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용기를 내어 힘을 모았으면 좋겠다.

정리=오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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