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람서 무덤까지 국가지원, 월 850불 연금
그룹홈 열쇠, 사회복지사 관리는 '위법'

 

▲ 캘리포니아주 발달장애인 지원센터인 컨지역센터(Kern Regional Center)의 대표 클락(Clark)박사(왼쪽)와 베이케스필드 지적장애인연합회(BARC)의 짐 볼드윈(Jim Baldiwin)씨. ⓒ에이블뉴스


 지난 1월 3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발달장애인 권위자로 알려진 클락(Michal Charles Clark)박사와 짐 볼드윈(Jim Baldwin)씨가 내한했다. 클락 박사는 캘리포니아주 발달장애인지원센터인 컨 지역센터(Kern Regional Center)의 대표이며, 짐 볼드윈씨는 베이커스필드 지적장애인연합회(BARC, Bakersfield Association for Retarded Citisen)에서 일하고 있다.

 이들은 전국장애인부모연대가 지난 2일부터 개최한 ‘발달장애인 지역사회 지원체계 구축을 위한 한·미 국제포럼’에 참여해 서울, 대전, 광주, 창원 등 4개 지역에서 장애인부모들과 만나 캘리포니아주의 발달장애인 지원 정책 및 체계에 대해 알리고 있다.

 에이블뉴스는 지난 3일 오후 4시 30분 코리아나호텔 2층 양식당에서 이들을 만나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발달장애인 지원 정책에 대해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백종환 에이블뉴스 대표가 대담을 진행했고, 클락 박사와 짐 볼드윈씨, 발달장애인 당사자 쿠니(Cooney)씨 등이 함께했다.

 대담 1부에서는 발달장애인의 자립생활, 주거지원정책, 직업과 소득 등이 다뤄지며, 2부에서는 발달장애인의 결혼, 캘리포니아주의 발달장애인 지원법 랜터만 법률(Lanterman Act) 등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백종환 :
한국에서는 근 10년간 자립생활 운동이 매우 활발히 펼쳐지고 있다. 오늘 두 분을 통해 미국 발달장애인의 자립생활에 대한 궁금증이 해소되길 기대하면서 대담의 주제를 발달장애인의 자립생활에 관련된 질문으로 한정했다. 질문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눴고, 첫 번째로 '자립생활과 주거', 두 번째로 '소득과 직업, 결혼', 세 번째로 '지원체계와 법률'에 대해 다루려고 한다.

 먼저 가장 궁금한 것은 미국에서는 발달장애인이 자립해서 지역사회에서 비장애인들과 함께 사는 것이 가능한 지이다. 아직 한국에서는 발달장애인이 자립해서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많기 때문이다.

 클락(Clark) : 자신 있게 ‘그렇다’고 말할 수 있다. 지난 10년 동안 많은 발달장애인들이 혼자 자립해서 살겠다는 의지를 보였으며, 다른 사람의 관리를 받는 주거형태는 원하지 않았다. 발달장애인이 성공적인 자립생활을 하려면 지원체계가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 우리가 지원하고 있는 발달장애인 중 자립생활을 하는 사람이 시설에서 관리자의 보호아래 사는 사람들보다 더 많다.

 백종환 : 스스로 독립해 살아갈 수 있는 주거시설이 더 많다는 것인가?

 클락(Clark) : 물론이다. 하지만 그런 자립생활에 대한 지원체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백종환 : 한국에서도 주거정책에 대한 관심이 아주 높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장애인들이 자신의 집을 갖는 것이 쉽지 않은데, 장애인들의 소득이 낮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에는 이러한 주거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클락(Clark) : 미국의 주거문제도 한국과 비슷하다. 주택이 비싸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기본적으로 주거비용이 본인의 전체 수입 중 30%를 넘으면 안 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그래서 저소득층의 경우 주거비용이 수입의 30%을 넘을 때는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

 우리가 발달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지원할 때는 반드시 개개인이 자신의 주거에 대한 결정권을 갖고 있어야 한다. 자신이 집을 소유하고 있거나, 1년 등의 단위로 집을 빌리거나, 월세 등이어야 한다. 그런데 주거비용이 워낙 비싸서 우리도 어려움을 많이 겪는다.

 우리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영리단체를 찾아서 주거를 비교적 저렴하게 제공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개발하고 있다. 정부 기관과 협력해 주거개발 프로젝트를 시행하기도 한다. 최근 우리는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13개의 콘도를 구매해서 발달장애인들이 살 수 있도록 제공하기도 했다.
발달장애인은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국가에서 지원을 받도록 돼 있는데, 이 지원정책 중 하나로 월 850불의 연금을 받는다. 여기서 주거비용도 충당해야 한다.

 그런데 베이커스필드(Bakersfield)에서는 방 하나가 있는 아파트에서 살려면 최소 월 600불이 든다. 로스엔젤레스(Los Angeles)에서는 훨씬 더 비싸다. 결국 연금만으로는 살 수가 없다. 하지만 우리의 원칙에 따르면, 주거비용은 월 수입의 30%, 즉 약 275불을 넘지 말아야 한다. 그러므로 이 비용차이를 정부에서 보조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큰 비용차이에도 불구하고, 발달장애인들은 부모와 떨어져서 살 수 있는 자립생활을 추구하고 있다.
 
 백종환: 한국에서는 현재 그룹홈이 확산되고 있는데, 한 집에 두 세 명이 기거하기도 하고 특히 열쇠를 사회복지사가 갖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클락(Clark) : 우리의 경험상 그룹홈에서는 발달장애인이 각자 방을 하나씩 쓰는 것이 좋다. 법적으로 그룹홈에 거주하는 발달장애인에게 개인당 방 1개씩을 주도록 강제할 수는 없지만,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이 각자 자신의 방을 갖기를 원하기 때문에 그룹홈도 그렇게 만들어져왔다.

 주정부에서는 그룹홈 운영에 대한 자격제도를 시행하고 있고, 운영과정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그리고 개개인의 사생활 보장에 대한 여러 가지 규정을 마련해 놓았다.
그런데 이런 그룹홈이 있어도 많은 발달장애인들이 자립을 하고 싶어한다. 제약받지 않고 스스로의 선택에 따라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고 먹고 싶은 것을 먹는 등 자유롭게 살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룹홈은 발달장애인들이 처음 부모와 떨어졌을 때 적응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점에서 유용하다고 생각한다.

 백종환 : 우리나라에서처럼 사회복지사가 그룹홈의 열쇠를 갖고 있는 것에는 인권침해적인 요소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클락(Clark) : 캘리포니아주에서는 법적으로 사회복지사가 열쇠를 갖고 사생활을 침해하는 것이 위법이다. 열쇠를 사회복지사가 갖고 있을 수 있는 경우는 발달장애인이 위법행위로 인해 특별한 관리를 받고 있는 경우뿐이다.

 백종환 : 한국에서는 중증장애인에게 활동보조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미국에서는 발달장애인이 어떻게 활동보조서비스를 어떻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지 궁금하다. 발달장애인이 활동보조서비스를 제대로 이용하도록 하는 지원체계가 갖춰져 있나?

 클락(Clark) :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거의 모든 발달장애인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스스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기까지 시간이 좀 걸릴 뿐이다. 그동안 의사표현을 할 기회가 적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러 가지 교육을 통해 그들이 분명한 의사 표시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꼭 해야 하는 일이다. 이런 수준에 도달하려면 한 발달장애인 개인에게 많은 교육과 여러 사람의 노력이 소요되기는 하지만, 이렇게 해야만 그가 평생 자신이 원하는 바를 표현하면서 안정된 삶을 살아갈 수가 있다.
 
 백종환 : 한국에서 발달장애인들이 직업을 구하기란 매우 어렵다. 대부분 대학을 진학하지 못하고 직업훈련을 받는데, 직업훈련만 받고 실제 취직은 못 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의 경우에는 졸업 후 취업을 하는 발달장애인이 많은가?

 클락(Clark) : 미국에서도 직장을 구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특히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혼자서 직장을 구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고, 지원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그래서 발달장애인을 위한 직업개발자가 있는데, 짐 볼드윈(Jim Baldwin)이 그런 일을 한다. 특히 짐 볼드윈은 지난 3년 동안 발달장애인 직업개발을 수행하는 협회를 만들어 일해왔는데, 베이커스필드(Bakersfield)의 시장의 도움으로 3년 동안 150명의 발달장애인을 지역사회에 취직시킬 수 있었다.

 짐 볼드윈(Jim Baldwin) : 발달장애인 직업 지원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하고 있다. 그 중 첫 번째는 그룹으로 직업개발을 지원하는 것인데, 보통 한 명의 직업개발 지도자가 세 명의 발달장애인을 맡아 다양한 직업 훈련을 시행한다. 그리고 조경, 청소, 세차 등 지역사회에 어떤 일자리가 있는지 알아보고 연계해준다. 두 번째 형태는 발달장애인지원센터 자체에서 발달장애인을 고용하는 것이다.

 내가 속한 베이커스필드 지적장애인연합회(BARC, Bakersfield Association for Retarded Citisen)는 발달장애인 서비스 제공기관으로, 클락이 일하는 컨 지역센터(Kern Regional Center)에서 주정부로부터 기금을 받아 우리와 계약을 맺으면, 우리는 발달장애인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

 우리는 현재 550명 정도의 발달장애인 고객을 지원하고 있는데, 이 중 120명은 지원 단계에 있고 나머지 약 400명은 취업된 상태다. 400명중 40명은 지역사회에 고용돼 있다. 취업한 발달장애인들의 반 정도는 개별적으로 일을 하고, 반 정도는 그룹형태로 일한다.

 백종환: 그들의 임금은 지체·시각장애인 등 다른 유형의 장애인들의 임금과 어느 정도 차이가 있나?

 클락(Clark) : 먼저 기본적으로, 발달장애인들이 2불의 임금을 받으면 그 중 1불이 그들의 연금에서 삭감된다. 대부분의 발달장애인들은 주정부가 규정한 최저임금(시간당 8불)을 받고 있다. 그러나 비장애인들도 같은 일을 하면 동일한 임금을 받는다.

 짐 볼드윈(Jim Baldwin) : 우리 기관 내에는 많은 사업장이 있고, 약 300명의 발달장애인이 일하고 있다. 노동부는 일반적으로 고용주가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지불할 수 없도록 하고 있는데, 우리는 노동부와 특별 계약을 맺어 발달장애인에게 최저임금보다 더 낮은 임금도 지불하고 있다.

 발달장애인이 일을 할 때 비장애인의 평균적인 업무량을 기준으로 자신이 일한 만큼만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허가를 받은 것이다. 우리는 이 임금제를 공정하게 운영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발달장애인의 업무 시간을 분석하고 있다. 기술발달 등으로 발달장애인의 업무효율이 높아지면, 그만큼 임금도 더 올려준다.
우리의 목표는 이들이 다양한 직업기술을 습득해서 비장애인과 같은 수준의 직업효율성을 갖게 되고, 지역사회에서 각자 자신의 일을 갖게 되는 것이다.

 백종환 : 한국은 최근 근로지원인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 미국에도 장애인 직업개발 지도자가 아닌 근로지원인이 있나?

 클락(Clark) : 직업개발 지도자는 장애인의 일을 대신 할 수는 없게 돼 있다. 발달장애인의 취업을 돕거나 직업훈련을 할 뿐이다. 어떤 경우에는 1명의 지도자가 15명의 발달장애인을 전담하고, 어떤 경우에는 1대 1의 지원이 이뤄지기도 한다. 처음에는 개별적으로 직업개발을 하지만, 어느 정도 습득이 되면 지도자 1명이 담당하는 발달장애인의 수를 2명, 3명 등으로 점차 늘린다.

 우리의 고객 중에는 아이스크림 공장에서 21년간 한 번도 지각하지 않고 일하고 있는 발달장애인도 있고, 전기회사에서 시험적으로 일을 시작했다가 회사의 큰 신임을 얻게 된 사람도 있다. 하지만 아직 더 많은 직업이 필요하기 때문에, 더 많은 직업개발활동을 해야 한다. 할 일이 너무 많다.

정리=에이블뉴스 박인아 정가영 기자/ 경기복지신문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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