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권 확보 위한 조례 제정에 적극적 참여
표준형사업장 설치·사회적일자리 창출 힘써
센터 설립 취지 잊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해

-장애인 일자리 창출 사업도 펼치고 있는데 소개해 달라.
소울자립생활센터의 한동식 소장을 인터뷰하기 위해 광주를 찾은 날은 바람이 많이 부는 추운 날이었다. 그러나 맑은 공기 때문일까. 도시와는 다른 시원한 느낌의 찬바람이 기분을 상쾌하게 했다. 그리고 신선한 공기처럼 늘 새로운 일을 찾아서 바쁘게 활동하고 있는 한 소장을 만나 지난 1년간의 센터 운영 소감과 교통약자 이동편의증진조례 제정 및  장애인 일자리 창출 등에 관한 활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편집자>

-한소울자립센터가 문을 연지 1년이 되었다. 그간의 운영 소감을 말해 달라.
=센터 개소를 결심하고 실행에 옮기려고 하니 몇 가지 문제에 직면할 수밖에 없었다. 자립센터가 장애인들에게 자립생활 이념을 전달하고 이 이념을 토대로 장애인들이 지역사회 속에서 자립생활을 해 나갈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주는 것이 센터의 역할인데 개소 과정에서 여러 가지 행정적, 재정적인 지원이 없이 시작했다.

이는 비단 우리 센터만의 문제가 아니라 자립센터를 시작하는 모든 이들이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인프라나 시스템이 없는 상황에서 개개인의 능력과 열의와 노력에 의해 센터를 만들어 가야는 것이다. 사무실 마련, 직원채용, 회원 확보, 자립생활 이념 홍보 등에 관한 일들에 대해 고민하고 걱정하다보니 처음에는 다른 사람의 사무실을 얻어서 썼다. 그러나 외진 지역이라 장애인들이 쉽게 접근 할 수 있는 곳에센터가 위치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을 했다.

이동권만 확보되면 언제든지 올 수 있는데 그게 안 되니까 접근성이 좋은 시내로 옮기자고 결정하고 이러한 뜻을 주변에 알렸는데 이를 알고 사무실 임대비용을 흔쾌히내주신 분들도 있다. 덕분에 많은 장애인분들이 센터에 대해서 알고 계신다. 올해는 중증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 제공기관으로 선정되었고, 경기도에서 비영리민간단체 승인을 받는 등 여러 가지 결실들이 나오고 있는 것 같아서 기쁘다.

-자립생활센터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세 살 때 소아마비로 장애를 가지게 되었다. 그 동안 장애인으로 살면서 회의가 많이 들었다. 일반 초·중·고등학교를 다녔는데 장점과 단점이 있더라. 장점은 비장애인 친구들과 어울리다 보니 금방 친해져 주변에 비장애인 친구들이 더 많다는 것이다. 내가 장애는 가지고 있지만 비장애인의 관점으로 장애인을 바라볼 수 있는 객관적인 눈을 가지고 시야를 넓힐 수 있었다.


단점으로는 장애인에게 지원되는 편의시설이 교육기관에는 확보가 되어 있지 않았다. 장애인으로 사회에서 살아나가기가 굉장히 힘들다는 것을 느꼈다. 나를 도와줄 수 있는 기관이나 단체는 무엇이 있을까하고 막상 들여다보니 없더라. 나름대로 직업생활도 해보고 시설도 들어갔다 나와 보고, 자립을 하려고 부모님의 도움으로 사업도 해봤지만 잘 안되었다.


정부의 장애인 시책도 극히 제한적이고 한쪽에 편중이 되어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내 앞길만 간다는 생각으로 살아왔는데 운명인지 장애인만 고용하는 사회적 기업에서 몇 년 일을 했었고, 모 인터넷 방송국에서 또 몇 년 일을 했고, 어쩌다보니 IL센터의 사무국장으로 일하게 되었다. 당시 사회복지를 공부하고 있었는데 센터에서 근무하면서 자립생활에 대해 공부하면서 많은 것들을 느꼈다. IL센터라는 기관이 장애인들에게 꼭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지역사회에서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센터를 만들어 보기 위해 시작했다.

-지역사회에서 IL센터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는가.
=우선 센터는 공공기관화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정부에서 지원받는 사업비를 가지고 안정이 되어 가고 있다 보면 초심을 잃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지역의 장애인들에게 센터의 존재이유는 무엇인지, 앞으로 장애인들이 주축이 되는 여러 가지 사업들을 계속 끊임없이 발굴해 나가는 역할들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에 대한 재점검이 이루어 져야한다.


센터에서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조례안, IL센터대표자 회의 등을 만들어내고자 했던 가장 궁극적인 이유는 지역에 있는 장애인들이 과연 무엇을 원하는가를 고민해서 큰 범위에서 그림을 그릴 수도 있어야 하고 또한 작은 범위의 그림도 그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센터는 한쪽 분야에 치중하기 보다는 다양한 분야, 조금 더 새로운 분야에 정책을 개발하고 장애인당사자주의를 녹여낼 수 있는 활동들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장애인과 끊임없이 숨 쉬고 지역사회 속에서 노력해야하는 게 센터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올해 활동보조서비스 제공기관으로 선정되었는데.
=2월부터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현재 비공식적으로 도와드리는 분들이 계신다. 장애인이 65세 이상이 되면 활동보조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 65세가 넘어가면 재가요양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데 어떻게 보면 활동보조와 차이가 없는데 나누어져 있다. 그래서 우리 센터에서는 재가 요양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다.

64세까지는 활동보조서비스를 받으면서 센터에서 이용자에 대해 알고 있는 성향, 특성 등에 관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분들이 재가요양서비스로 넘어가게 되면 더욱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그래서 토탈케어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하고 있다. 올해 활동보조를 받은 만큼 적극적으로 많은 분들이 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겠다.

-활동보조대상자 모집은 어떻게 하고 있는가.
=센터에서 궁극적으로 고민하고 있는 부분인데 센터 혼자만 고민한다고 해결할 수 없다. 활동보조도 하나의 사회서비스이기 때문에 공공기관에서도 같이 협조가 이루어 져야 한다고 본다. 현재 다른 센터에서는 일단 자체 홈페이지를 구축해서 홍보하고 공공기관의 관보, 지역신문을 이용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우리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데 케이블 방송이나 지역언론을 활용해 차별화 할 계획이다.

-활동보조인 모집에는 어려움은 없는지.
=솔직히 어려운 부분이 있다. 경제적 상황이 어렵기 때문에 활동보조인들이 생계형으로 일자리를 요구하는 분들이 많다. 그러나 센터에서는 생계형이 아니라고 말씀을 드리고 있다. 활동보조인 입장에서는 아침9시부터 6시까지 근무하고 급여를 받길 원한다. 그러나 활동보조서비스는 이용자인 장애인에게 무조건 중점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 센터의 입장이다. 이용자가이른 아침부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있고, 저녁에 이용할 수도 있다. 이러한 부분 때문에 활동보조인들은 안한다고 하는 경우가 있다.


다른 이유로는 활동보조인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교육기관이 경기도에 단 두 곳 밖에 없다. 교육기관을 늘려주던가 아니면 자립센터들이 연대하는 몇 개의 지역을 묶어서 교육기관을 설립해주면 어떨지 요청하고 있는 중이다.또한 모든 장애 영역과 장애 아동 등에도 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하는데 장애영역별 특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활동보조인의 질을 높여 다양하게 모집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대학생 등 다양하게 활동보조인으로 받아들이고 교육을 시키고 있는데 40대 중후반부터 50대 초반 여성이 많다. 체력적인 부분들 때문에 남성분들이 많이 요구되고 있지만 인력적인 부분을 해결하려면 결국 비용의 문제가 된다. 활동보조인으로 활동하려는 비장애인들에게는 수가를 상향조정해서 현실화해 줄 필요가 있다. 한편으로는 비장애인 분들도 이 일을 노동으로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장애인을 사회 속으로 끌어들여서 사회통합에 도움을 준다는 역할과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 물질적인 측면만 본다면 하기 힘들다.


그래서 우리 센터에서 활동보조인에게 자체 교육을 할 때는 서비스의 중요성, 소명의식 등을 적극적으로 교육시키고 있는데 중간에 그만두는 분이 한 분도 없다. 활동보조인들에게는 시간당 단가를 1만 원 이상 주어도 아깝지 않다고 생각하다. 장애인들이 사회로 진출하는데 있어 러닝메이트의 역할을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교통약자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광주지역에 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교통편의시설이 너무 안 되어 있다. 그래서 광주지역에 센터를 열고 기초조사를 하면서 알아보고 다닌 결과 중요한 것은 역시 이동권증진이더라. 그래서 이동편의증진조례안을 빨리 제정해서 저상버스나 특별교통수단 도입을 하는 게 시급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마침 운이 좋았는지 경기도에서 장애인관련 단체들이 모여서 경기도 차원의 조례를 만들어보자는 움직임이 있었고 그 과정 속에 운 좋게 집행위원으로 활동을 하게 되었다.

5~6개월 정도 고생을 많이 했는데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적극적인 의지로 인해 가장 요구하는 위원회 설치, 5개년 계획, 교통편의증진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에 명시된 특별교통수단의 도입, 저상버스 도입, 광역 이동지원센터의 설치 등 쟁점 사항을 조례안에 무조건 담기로 결정된 상태이다. 혼자만의 노력이 아닌 경기도의 장애인단체들이 다 같이 노력을 많이 했기에 이러한 결과가 나왔다.

-교통약자 이동편의증진 조례가 준비되기까지의 과정을 말해 달라.
=조양민 경기도의원이 경기도교통약자 이동편의증진조례안을 대표 발의 하겠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마침 우리도 조례 준비를 하고 있었고 조금 더 진보된 안을 제정하자고 의견접근을 하던 중이었는데 도 집행부로 넘어가다 보니 도의 입장은 실질적인 예산이 수반되는 조례안은 만들기 힘들다고하더라.


또한 상위법에 명시되지 않은 역할과 책임을 도에서 하기 힘들다고 했다. 즉 교통편의증진법에서 도의 역할이 빠져 있기 때문에 굳이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도의 입장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도는 제정이 되어 있고, 몇몇 광역자치단도 제정이 되어 있는데 경기도에서는 이를 감당하거나 책임져야 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해 원점을 맴돌고 있는 상황이었다.


결국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판단해, 도지사의 결단이 필요한 내용인 만큼 도지사의 의견을 들어보고, 만약 상위법에 명시가 되어 있지 않아 어렵다고 하면 상위법 개정운동까지 펼쳐야 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래서 지난 12월 말에 도지사 면담을 요청했고, 이번 1월에 면담이 성사가 되었다. 김문수 도지사의 면담을 앞두고 우려를 많이 했는데 오히려 김문수 지사는 집행부의 입장을 뒤집는 말씀을 많이 하시더라.


상위법에서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하면 안 되지만 그 역할을 안 할 이유는 없다며 이는 또 다른 직무유기, 책임회피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전향적인 입장으로 검토하라고 지시를 했다. 이에 집행부도 입장을 바꾸어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조례안 초안이 만들어진 상황이다. 조양민 의원의 양해를 구해 도 집행부하고의 조례안 초안을 가지고 2월에 도의회에서 발의하고 통과시키는 쪽으로가닥이 잡혀있는 상태이다.


도 조례안의 제정을 시작으로 각 31개 시군에서 이를 실행시킬 수 있는 조례안을 만들고  장애인들이 쉽게 편하게 다닐 수 있는 특별교통수단과 저상버스의 도입, 보행환경 개선 운동 등의 과제가 남아있다. 이러한 과제들을 해결해 이동권 확보와 궁극적으로는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비장애인들과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통합사회를 구현해 나가는 역할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성남에 거주하는데 광주에서 활동하는 이유는.
=센터 개소를 알아보려고 했을 당시 성남지역에는 이미 2개 기관이 있었다. 서로 어려운 상황에서 없는 지역에 시작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했다. 광주지역의 장애 인구나 등록 장애인등 기존 장애인단체의 활동과 그로 인한 효과를 조사해 보니 미비한 수준이었다. 더 큰 보람을 느껴보고싶어서 광주를 선택하게 되었다. 광주에서 꿈을 만들어 내고 토대를 만들어 내는 역할을 하고 싶었다. 집과는 30분 정도 거리에 있어 그다지 멀지는 않다.


-장애인 일자리 창출 사업도 펼치고 있는데 소개해 달라.
=데이터베이스 구축하는 회사에서 5년 가까이 직장생활을 한 적이 있다. 처음에는 현장근로자로 근무하다가 본사 내근직으로 일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데이터베이스 구축은 고품질, 고난이도의 작업을 요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상지기능이 가능하거나 약간의 시각장애, 청각장애가 있어도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

각 파트에 적용해서 일을 해 볼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표준사업장을 구상해 광주시청에 지속적으로 지원을 요청하고 있는 중이다. 표준사업장을 만들고 그 안에서 장애인들이 일할 수 있는 환경만 만들어주면 서울에 있는 데이터베이스 구축 업체로부터 발주를 받아 장애인이 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업무 가운데 얼마정도는 우리 기관에 달라고 해서 고품질의 데이터베이스 구축 작업을 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현재 표준사업장과 관련해서는 작업 공간 마련이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이와는 별도로 사회적 일자리 창출을 위해 지적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직종을 개발하려고 한다. 적정한 장애유형별 업무를 모의 작업으로 해보고 해당 장애유형에 맞는 인력이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 친환경 생활용품을 만드는 업체에서 중국에서 해오던 작업을 우리 쪽에서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이 들어온 상태이다. 지적장애인이나 지적장애 아동을 대상으로 부모등 보호자와 함께 2인 1조로 팀을 만들어서 장애인이 작업에 익숙해 질 때 까지 훈련을 한 뒤 작업에 익숙해지면 궁극적으로 혼자 일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


사회적 일자리 창출은 25개 팀이니까 최소인원이 50명이 된다. 지역의 장애인 관련 기관에도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 다른 장애인 단체가 사업에 참여할 의사가 있다고 하면 적극적으로 함께 하려고 한다. 지역사회의 장애인들에게 골고루 돌아가길 원한다.


정리 = 오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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